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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마음이 빗나갔을 때

넷플릭스 추천 영화 〈케빈에 대하여〉

by 이건희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이 곧 삶의 의미였던 에바. 그녀는 원치 않은 임신으로 케빈을 출산하고, 사랑 없이 케빈을 기른다. 시작부터 어긋나 버린 두 사람의 관계는 뜻밖에, 아니 어쩌면 예상한 바와 같이 에바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결과를 낳는다.


"난 네가 태어나기 전에 더 행복했어."

어린 케빈은 자신을 낳은 엄마로부터 이 말을 들었다. 불행하게도 에바의 그 말은 진심이었을 것이므로, 케빈은 태생부터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였다. 아들은 언제나 엄마를 노려보았다. 그 눈빛에는 원망과 사랑에의 갈구가 뒤엉켜 있었다.


영화의 제목이 배급 과정에서 원래의 것과 다르게 번역된 경우, 나는 일단 경계하고 본다. 많은 경우, 영화의 전반적인 메시지가 그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케빈에 대하여'로 번역된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무엇인가. 'WE NEED TO TALK ABOUT KEVIN'. 나는 이쪽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훨씬 더 잘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부부는 처음부터 케빈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태어날 아이를 주제로 더 깊고 진지한 대화를 나눴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도 의논하지 않았고, 묻지 않았다. 그리하여 실패했다. 남편과 아내의 역할을 구분 짓거나 이 사태가 누구의 잘못인지를 지적하기보다 이 문제를 짚는 것이 먼저다.


아울러 나는 이 영화의 미장센을 꼭 언급하고 싶다. 피를 상징하는 은근한 빨강의 강조가 부드럽게 읽혔다. 아수라장과 같은 토마토 축제, 음식에 뿌려진 케첩, 벽에 뿌려진 붉은 페인트, 침대 머리맡에 놓인 전자시계의 불빛, 마트 한쪽에 가득한 통조림, 실리아가 가지고 노는 빨간 인형, 레드와인과 딸기잼까지. 미술적인 부분은 이 영화를 평가함에 있어서 빠지지 않아야 할 관람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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