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핀터레스트... 유수의 플랫폼에서 근무했던 실무자들은 이 같은 플랫폼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고발한다. 유용한 서비스에 가려진 뒷면. 이윤 추구라는 목적에 심취해 무분별하게 폭주하는 시스템은 사용자들에게서 수집한 막대한 데이터로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고 통제한다. 그것은 이 사회에 혼란을 초래하고 하나의, 그 이상의 세대 전체를 약화시킨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방구석에 틀어박혀있어야 하는 날이 많았던 2020년. 일 년 동안 읽은 책의 숫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쓸데없이 많은 동영상을 봤다. 그 사실이 어찌나 부끄러운지, 이 다큐멘터리를 골랐다. 플랫폼이 어떻게 우리를 조종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쉽게 보여준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는 정말로 심각한 현실에 처해있다.
"인간성에 대한 체크메이트"
아침에 일어나면 핸드폰에 뜬 알림을 확인한다. 인스타그램을 열어서 자극적인 썸네일을 보고 좋아요를 누른다. 나도 현실과 동떨어진 게시물을 업로드한다. 페이스북을 통해 누군가가 올린 출처를 알 수 없는 가짜 뉴스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댓글창에서는 신상을 알 수 없는 이들이 편을 갈라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유튜브는 내가 밝힌 적도 없는 취향을 파악해 새롭게 출시된 상품을 구매하라고 부추긴다. 알고리즘이 틀어준 영상 속에서는 독재 국가의 선동과 내전이 생생하게 흘러나온다. 나는 갈수록 우울하고 불안해지며, 분노와 허영심 가득한 인간이 되어간다.
익숙한 상황이다. AI가 지배하는 세상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는 이미 디스토피아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 페이스북을 탈퇴하고 구글 계정을 삭제하라는 거냐고? 아니다.
〈소셜 딜레마〉는 문제를 지적하기에 그치지 않고 변화와 개선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제공되는 뉴스의 팩트를 체크할 것. 추천에 의해서가 아니라 선택적으로 동영상을 감상할 것. 정보를 습득하는 채널을 다양화하고, 어린아이들을 전자 기기로부터 멀어지게 할 것. 즉, 조금만 더 의식적인 사용자가 되자는 것이다. 시간이 들겠지만 우리가 플랫폼을 이용하는 태도를 자각하고, 플랫폼이 초기에 추구했던 순기능을 떠올리면서 합리적인 규제를 만들어낸다면, 분명 우리가 직면한 여러 사회 문제들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의미 없이 이리저리 손가락을 움직였던 나의 하루를 돌아본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린다. 나는 다시 책을 생각하게 된다. 한 줄을 읽을 때마다 머릿속으로 하나씩 그림을 그려야 하고, 손끝의 촉감과 함께 한 장 한 장 종이를 넘기는 수고로운 취미. 책을 읽는 것이 너무 어렵지만 또 너무 재미있고 너무 보람찬 것은 그 때문이다. 직접 지각하고 사유한다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거대한 기업, 수많은 타인, 흘러넘치는 데이터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는 컴퓨터나 핸드폰이 아니라 책 속에 있다. 2021년이 밝기까지 채 하루도 남지 않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다짐한다. 새해에는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