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기 위한 단 하나의 약속
많은 사람들과 자잘한 약속들로 하루를 채우는 이는 그 약속들을 지키기 위해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겠지요.
출근해서 얼굴 잠깐 보며 커피 하자는 동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은 조금 일찍 출근을 하려다 깜빡 졸아 지하철 한 정거장을 지나는 바람에 약속은커녕 지각도 겨우 면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마음에 카톡으로 ‘좀 있다 시간 나면 보자’라고 메시지를 남겨놓고 메일함을 열어보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내려받는 업무에 시간을 쫓기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 옆 팀의 대리님이 점심 약속 잊었냐며 자리로 찾아왔습니다. 주섬주섬 지갑을 챙겨 들고 따라나가 사무실 주변을 두 바퀴나 돌아서야 겨우 자리를 찾아 허겁지겁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담배 한 대 피우고 올라오니 이미 자리에는 협력업체 직원 분이 서를 찾아서 계시더랍니다. 휴...... 정신없이 하루가 가는가 싶더니 아침에 커피 약속을 했던 동기가 연락이 오네요. 아...... 잠깐만, 메일 하나만 더 쓰고 가자. 시간이 얼마나 지난지도 모르고 짬을 내서 커피를 마시자고 동기 자리에 갔더니 이미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여유 있게 웹 서핑으로 하고 있네요. 아쉬운 마음도 잠시, 팀 사람들은 하나둘씩 퇴근을 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오늘도 홀로 사무실에 남아 야근을 합니다.
우리 약속 참 많이 하지요? 저녁 약속, 술 약속, 지금은 시간이 안되니 다음에 보자는 약속 같이 그렇게 흔히 가볍게 하는 약속에서부터 앞으로 평생을 함께하자고 속삭이는 사랑의 맹세까지. 경중을 넘어 약속이란 삶에 있어 관계의 방향과 그 질을 알 수 있는 중요한 ‘표식’입니다. 그런데 삶이라는 길 위에 표식들을 잘못 이해한다면 과연 먼 길을 잘 갈 수 있을까요? 그릇된 표식을 마치 옳은 길인 냥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요?
약속이란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여 두’는 행위와 그 내용을 뜻합니다.
본인이 다른 사람과 함께 세워나가는 이정표가 한 길을 향하고 있지 않다면 이제껏 온 길을 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어떠한 표식들이 나를 여기까지 이르게 하였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불필요한 표식들은 치워버리고 진정으로 나를 위한 삶을 나가가는데 꼭 필요한 약속들만 정하고 이를 지켜나간다면 어느덧 간절히 바라던 일들이 현실로 성큼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p.s. 저는 오로지 단 하나의 약속만을 지키기 위한 삶을 살고자 오늘 하루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힘찬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