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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Mar 31. 2022

현명했던 리더가 독재자가 되고 이상한 결정을 하는 이유

리더의 뇌는 권력을 만나 어떻게 변하는가? 

푸틴은 왜 저렇게 무모한 전쟁을 시작했을까? 일반인들은 알수없는 푸틴만의 전략적인 노림수가 있는 것일까?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에는 다양한 분석이 있습니다. 


군사 - NATO (북대서양 조약기구)의 세력이 우크라이나까지 넓어지면 NATO의 전략무기들이 러시아 국경에 배치되는 위험이 생깁니다. 더불어 러시아에게는 언제나 이슈였던 부동항, 크림반도를 다시 빼앗기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해군의 운용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외교 - 러시아의 우호국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구 소련이 붕괴된 이후 현재는 '벨라루스' 정도가 우호국인 상황입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관망하며 미국의 대응을 본 이후에 대만 침공을 결정할 것입니다. 그러니 중국은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수 있겠죠. 


경제 -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유럽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의존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 (특히 독일)가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경제제재를 막아줄 중국의 지원도 고려하고 있는듯 합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위안화 세상'을 만들고자 하므로 서로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지는 상황입니다.  


민족 -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키예프)가 러시아계 슬라브 민족의 시작점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동부에는 이미 러시아계 인구가 절반을 넘습니다. 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최대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정치 -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책을 그냥 보고만 있었을 때 NATO에게 패권을 주는 모양새가 되어 푸틴 스스로가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의심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석이 있기는 합니다만, 현재의 상황을 보면 결정적인 계산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1. 겁만주면 쉽게 무너질거야 

러시아 병사들이 훈련인줄 알았다는 증언을 반복해서 했습니다. 포격, 제공권 장악으로 겁을 주면 우크라이나가 빠르게 무너질 것이라 생각했을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상군은 전투를 거의 하지 않고 주요 지역을 점령할 수 있으니까요.

2. 미국과 유럽은 별수 없을걸? 

미국과 유럽이 참전하지는 않았지만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해준 덕분에 전세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적극적인 항전의지 덕분인 듯 합니다. 대통령의 의지에 우크라이나 국민이 반응했고, 그것을 본 미국과 유럽이 도왔겠지요. 




지도자, 그중에서도 '절대권력'을 가지게 되면 잘못된 선택을 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을 뇌과학으로 설명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뇌과학자 이안 로버트슨(Ian Robertson)입니다. 절대권력을 갖게 되면 뇌에서 도파민이 과하게 분출되고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이 보면 전혀 비상식적인 결정인데도 '너희들은 모르겠지만'이라 생각하며 독단적이고 잘못된 결정을 한다는 것입니다. 

 
누구보다 똑똑하며, 치열한 경쟁에서 선택받은 기업의 지도자가 자기 행동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는 어쩜 그렇게 모를 수 있을까? <승자의 뇌> 


이런 절대권력의 문제는 기업의 리더에게도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성공이 과도한 확신을 만들어 내고, 어느덧 주위 사람보다 내가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독단적이면서 잘못된 결정을 하기 쉬워진다는 것입니다. 실무자일 때 누구보다 일처리를 잘했던 사람이 리더가 되면 자신과 일하는 팀원, 실무자의 일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성공했던 방식으로 조언을 해주기 쉽습니다. 자신이 경험하고 검증한 방식이 아니면 '그게 아니지'하면서 강하게 질책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구성원의 자발성을 갉아먹다가 리더십의 위기를 맞습니다. 그 현상을 1960년대에 패턴으로 발견해 낸 것이 로렌스 피터의 '피터의 원리' (Peter's Principle) 입니다. 


권력은 뇌가 행동 목표를 설정하고 이의 달성에 초점을 맞추도록 도움을 주는 행동모드로 돌입하게 한다. 이것이 판단과 관련해서 두가지 중요한 결과를 낳는다. 첫째, 타인의 관점을 못본다. 둘째, 통제의 환상에 쉽게 빠져든다.
(통제의 환상 – 주사위는 무작위인데, 자기가 던지면 잘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권력도 주변시야에 방해받지 못하게 만들어 준다. 이로써 두둑한 배짱이 생긴다. 반면 현실의 작지만 큰 이슈를 못본다.
<승자의 뇌> 


리더에게는 많은 부담과 압박이 있습니다. 의사결정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본인이 져야 합니다. 임원이라면 잘못된 결과로 회사를 떠나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직의 그 누구보다도 성과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리더의 시야가 (역설적으로) 좁아질 수 있습니다. 타인의 관점과 의견에 귀를 닫고, 내가 외부환경도 잘 읽고 대응하고 있다는 '통제의 환상'에 빠져들게 되는 것입니다. 왕년의 '실무'는 유능감의 영역, '리더십'은 무능의 영역으로 방치되면 어떻게 될까요? 유능감을 경험시켜 주는 '실무'에 집착하게 됩니다. 구성원의 일을 대신 해버리거나, 세세한 실무까지 따지고 고치려드는 꼰대가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리더가 부지런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일처리는 올드하고, 조직 문화는 후퇴하고, 일 잘하는 구성원부터 떠나가기 시작합니다. 일 잘하는 직원이 떠나고 나면 리더가 직접 처리하고 관여해야 하는 일은 더 늘어납니다. 리더가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할 수록 구성원은 물론 본인의 삶도 망치게 되는 것입니다.   


궁예, 마오쩌둥, 히틀러, 그리고? 

처음에는 칭송을 받았다가 독재자로 변하여 많은 이들을 고통에 몰아넣는 지도자가 있습니다. 주목할 것은 그 지도자가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럼 무엇이 그들을 바꾸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겠지요? 뇌과학자 이안 로버트슨은 그 원인을 과도한 도파민 분비에서 찾았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도록 도와주었던 도파민이 이후에는 리더십 이슈를 일으키는 것이지요.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권력을 잡고도 건강한 의사결정과 리더십을 보여준 사람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함께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진정한 승자는, 자아가 아무리 대단해도 그 자아가 엄청 위험한 사나운 개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한다. 권력욕이 강한 지도자가 혐오해 마지않는 의견의 다양성은 나중에 후회할 결정을 예방할 수 있다. 권력은 마약과 같다. 반면 권력은 선함의 거대한 원천이기도 하다. 그것은 리더십으로 표현된다. <승자의 뇌> 


우선 리더의 내적 인식입니다. 리더는 스스로의 능력과 의지를 과신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리더가 모든면에서 우수할 것이라 막연히 기대하는 팔로워들이 많았습니다. 종교계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벌어집니다. 스님, 목사님, 신부님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 것입니다. (부처님 말씀, 예수님 말씀을 향해야 할 믿음이 사람을 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종교인의 타락에는 신도들의 맹목적인 추종이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리더 본인이 권력에 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민주주의, 삼권분립'과 같이 절대권력을 제한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가 필요한 것입니다. 


또하나의 중요한 관점은 P권력(Personal power)과 S권력(Social power)입니다. 간단히 말해 P권력은 자신만을 위해 쓰는 권력이고, S권력은 본인이 속한 조직, 사회를 위해 쓰는 권력입니다. 로버트슨 교수는 여성이 S권력을 추구하는 경향이 많으므로 사회적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남성 리더에게 '여성성'이 필요한 이유 또한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권력중독에 관한 DBR 인터뷰

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1/article_no/6125/ac/magazine


푸틴 입장에서는 전쟁을 멈추기 어렵다. 

사실 푸틴은 이미 저지른 전쟁의 실패를 인정하고 물러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러시아라는 국가의 입장에서는 포기하는 것이 맞겠지만, 푸틴이라는 개인의 입장으로 보면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전쟁을 포기하면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절대권력을 내려놓아야 될 수 있습니다. 그냥 대통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암살이나 처형을 당할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안 로버트슨은 리더가 '권력'의 범위를 더 넓은 사회로 인식하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되면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현재의 푸틴이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은 아닐까요? 




한창훈 (Peter Han)   피터의 커뮤니케이션

https://www.peter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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