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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Sep 12. 2022

지루한 지옥, 바쁜 천국, 한국인은 어떤 선택을 할까?

지루한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

느린 사회가 천국이 되려면 그 사회에 사는 사람들도 같이 느려져야 한다.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단시간 안에 인생역전을 꿈꾸지 않으며, 물질적 성공에 매달리지 않고, 성공이나 성장 이외의 개인적 가치를 추구하고, 원칙이나 규범에 의해 자신이 손해보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선진국이라 하는 사회에서는 이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미국의 대학 진학율은 50%가 넘지 않는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자기의 고유한 적성과 소질에 맞는 일을 하며 잘 살기 문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한국 사회는 행복한 지옥에서 지루한 천국으로 가는 것처럼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절대 지루하지 않은’ 천국을 원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국인>


느리고 여유가 있는 삶.

그것은 여전히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죄책감의 원천이 되는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국인들에게 "바쁘시죠?"라는 말은 여전히 덕담입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저는 주로 "네, 바쁜척하며 살고 있네요"라고 말함니다. 그러면 돌아오는 답은 주로 "바쁘면 좋은거죠" 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9화에서 방구뽕(구교환) 캐릭터의 말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을 향해 했던 말일 것입니다. "어린이들은 지금 당장 놀아야한다."

놀기 위해서는 일단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마음의 여유가 여유로운 경제 사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남들보다 혹은 남들만큼"라는 말이 붙기 때문에 그 여유라는게 찾아오기 거의 어려운 것 아닐까요?  남들만큼 성적이 나와야 하고, 남들만큼 집이 좋아야 하고.. 이렇게 비교하면 여유는 올수 없습니다. 부모가 여유가 없으니 자녀에게도 여유를 허락할 수 없겠죠.


우리는 IMF이후로 나름의 질서를 찾은 듯 했지만 지금 다시 수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일단 나라는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체감하는 삶은 더 팍팍하지 않나 싶구요. 엄청난 기술의 발달로 일하고 소통하는 방식의 변화를 넘어 가치관이 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는 그 경향에 기름을 부었구요.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이, 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있는 듯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방향을 정해놓고 열심히 가야 하는데 그 방향성 자체가 적절한지 도통  수가 없습니다.


남자들이 군대가서 경험하는 신기한 현상이 있는데요. 몸은 힘든데 마음이 편하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시킨대로만 하면 하루가 가죠. 몸이 힘드니 생각할 틈도 없구요. 고참이 되면 대체로 할일도 훨씬 적어집니다. 그런데 그때 경험하는 것이 지루한 지옥의 일부분입니다. 편하기는 하지만 지루한 시간들이고 완전한 자유는 없는 삶이지요.


허태균 교수의 <어쩌다 한국인> 은 정말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하며 읽었습니다. 하지만 지루한 지옥에 대해서는 약간 갸웃하며 읽게 되었는데요. 군대에서 일찍 분대장을 달고 나름의 자유시간을 얻었습니다. 그때 막연하지만 영어 하나만큼은 제대로 공부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문 종합영어를 가져다가 5회독을 했습니다. 심심하거나 지루할 틈이 별로 없었구요. 3회독 쯤이 될때부터는 심지어 재미도 느꼈습니다. 뭐 .. 군대에서 달리 어떤 재미가 있겠습니까? 어쨌거나 그 때 개인적으로 경험한 것은 지루한 지옥이기 보다는 여유로운 준비기간 쯤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루한 지옥이라는 것도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닐까 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소소하게 즐긴다고 생각하면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 세상이니까요. (예를 들어 저의 경우는 나이가 많이 들어도 오디오클립, 윌라, 팟캐스트, 유튜브 등의 오디오북을 듣고 생각 정리하는 것이 꽤 재밌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메시지의 의도는 온전히 동의합니다. 이제 우리 한국인은 속도를 조금만 늦추고, 숨을 고르고, 방향을 점검해야 합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면서 '욕심'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불교에서 욕심을 내려놓으라고 말하는 것은 욕심이 고통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아무생각없이 살라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하되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또한 노력은 조금하고 좋은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 욕심입니다. 무소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지고 있늩 것에 감사하며 즐기되, 그것이 없어진다고 집착하며 괴로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저자인 허태균 교수가 분석한 한국인의 위기에 대해 불교가 답을 해주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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