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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Sep 28. 2022

탁월한 말빨로 청중을 기만(!)했을 때 감당해야할 것들

100을 120으로 포장하는 사람, 120을 80으로 말하는 사람.

프레젠테이션과 나


현업까지 포함하면 22년째 프레젠테이션, 그러니까 발표 기법에 관련한 실무 경험과 코칭을 하고 있습니다. 운이 좋게도 현업에서는 유럽, 중동의 바이어와 현채인들을 대상으로, 일본의 R&D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말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강의와 코칭으로는 명품, 마케팅, 유통, 제조 등 다양한 업종의 회사들, 그리고 연구소, 대학원 MBA과정에 있는 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코칭해서 적게는 몇억, 크게는 몇십억의 해외 수주를 따도록 도와드린 경험도 갖고 있습니다.


말빨은 악용되기 쉬운 기술이다.


뜬금없는 얘기지만, 프레젠테이션은 남을 속이는 기법으로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습니다. 사이비 교주와 다단계 전문가(?)들이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이라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특히 이들은 '대화형 최면 언어'에도 매우 익숙하다는 것입니다. 배워서 그렇게 된 사람도 있지만 의외로 자연스럽게 습득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자기가 말한 것이 알고 보니 최면 패턴이더라는 것이지요.) 일정 수준 이상의 '말빨'을 갖춘 사람을 만나면 솔직히 그 설득력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설득력에 몇 번 당해본 사람들은 이제 말을 잘하는 이들에게 반감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말을 잘하게 되었을 때 '똑같은 인간'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청중을 기만했을 때 잃는 것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 역시 탁월한 설득력으로 100의 성과를 120으로 포장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고객에게 앞에서 장점만 말해 놓고 계약 후에 단점을 슬쩍 얹는 잔재주를 쓰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실적을 만들어가는 이들도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이런 접근법이 장기적으로 '본인에게 불이익'이 됩니다. 이유는 예상하시는대로입니다. 120으로 포장했던 성과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언제든 밝혀질 수 있습니다. 고객에게 단점을 뒤늦게 밝히면 고객과의 신뢰는 딱 그만큼 깨지게 됩니다. 한번 균열이 간 신뢰는 되돌리는데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말빨은 어느정도까지 필요한가? 


매년 한 국내 대기업 전계열사의 핵심인재를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 코칭과 피드백을 하고 있습니다. 대상자는 임원 후보와 현직 임원. 이 분들은 한달여의 시간동안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현장 조사를 하고 교수님들의 자문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제한된 시간내에 효과적으로 발표해야 합니다. 제가 매년 이분들을 만나게 되는 이유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분들의 말씀을 듣는 청중이 그룹의 회장님을 비롯한 전 계열사의 CEO, 임원이라는 것입니다. 없는 사실을 부풀려 말하거나, 말빨과 화려한 슬라이드 효과로 덧칠을 하면 곧바로 알아채는 분들이시죠.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제가 발표 코칭 & 피드백을 할 때 말씀드리는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발표 기법은 나의 핵심 메시지 전달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까지!


핵심에 진정성이 있으면 말빨은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코칭과 피드백에서 발표 기법을 많이 말씀드리고 또한 훈련시킵니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중심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내가 의도하는 바를 청중이 올바로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는 수준의 발표 능력 필수입니다. 하지만 그 발표 기법이 팩트를 (의도치 않게) 왜곡하거나 오해의 여지를 만들어 내면 안된다고도 말씀을 드립니다. 발표를 듣는 청중이 경험많고 노련한 대표, 의사결정자들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현장 코칭에서 반복 경험하는 것이 있는데요. 자료를 만들어 놓고 막상 발표를 해보면 진짜 방해물은 '나쁜 발표력'이 아니라 내용 구성, 논리 흐름, 관련 근거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말을 하면서 내용을 다듬다보면 결국 어떤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가 명확히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종종 저의 발표 피드백이 경영학 교수님과 컨설턴트의 피드백 만큼이나 내용의 논리적 흐름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제대로 말하고 제대로 평가 받으세요. 


말은 무섭습니다. 말빨을 써서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믿게 만드는 능력자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자리에서, 중요한 사람들에게, 중요한 내용을 전달한다면 한번 생각해야 합니다. 그냥 좋은 '화술과 기교'로는 안된다는 것을요. 어설프게 청중을 기만하면 기껏해야 단기적 성과를 얻을 뿐입니다. 대부분은 장기적으로 손해를 보게 됩니다. 현장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상황도 많이 겪습니다. 120의 성과물을 갖고 있는데 겨우 80 수준으로 표현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라면 120이 120으로 들릴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다각도로 훈련해야 합니다. 120의 성과물, 실력, 노력은 그렇게 표현되지 않으면 알 수 없게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한창훈 (Peter Han)   피터의 커뮤니케이션

https://www.peter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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