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창훈 Aug 07. 2024

대부분 HOW의 문제가 아니라 WHY의 문제입니다.

WHY를 알면 HOW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모든 경우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이겨낼 수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어떻게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사실 잘못된 질문을 했었습니다. 오래된 얘기 하나 해보겠습니다. 신입사원 시절에 저는 7시에 출근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회식도 많았고 회식비도 넉넉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세 번은 회식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한 번은 새로 오신 담당 임원과 팀장님 사이에 ‘주량 배틀’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술부심’ 같은 것이 있었거든요. 그날은 정말 모두가 새벽 3시까지, 전사할(?) 때까지 마셨습니다. (그랬던 시절이 있었네요.) 그리고 다음 날, 저는 아침 6시에 출근했습니다. 일본사람이 쓴 자기계발서에서 했던 조언이 생각났기 때문인데요. 그런 날일수록 일찍 출근하는 것이 적극적 이미지를 보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말이죠. (하~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요.) 그때는 그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WHY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WHY가 명확하니 아무리 피곤해도 벌떡 일어나서 출근하게 되더군요. WHY가 명확하니 HOW는 그렇게 중요한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보니 그런 이유는 다 부질없더군요.)  



이유가 명확하면 자동으로 실행하게 됩니다.


우리는 많은 일들을 ‘해야 해서’ 합니다. 그래서 ‘해야 되는데..’ 하면서 미루는 일도 참 많습니다. 신기하게도 우리 뇌는 미루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만드는 데 천재입니다. 그러면서도 해야 하기 때문에 HOW에 매달립니다. 어떻게 하면 하기 싫은 것도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그런데 대부분은 HOW의 문제가 알고 보면 WHY의 문제입니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새벽 3시에 귀가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런데 친구에게 문자가 옵니다. 아침 6시에 촬영장으로 오면 아이유 (혹은 박보검?) 를 볼 수 있다고 말이죠. 나는 평소에 이 셀럽을 너무도 보고 싶어했습니다. 자, 몸이 너무 피곤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프로젝트 발표를 망치는 대표 패턴 


매년 진행하는 국내 대기업의 사업 보고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각 사의 임원분들이 조직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서 회장님을 포함한 전체 경영진에 발표하는 것인데요.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도와드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보고서의 원칙은 철저하게 ‘WHY, HOW, WHAT’ 순서를 따라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왜 선정했는지? (WHY) 충분히 설득하고,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HOW) 전략을 말하고, 무엇을 실행할 것인지 (WHAT)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죠. 


당연한 말이지만 경영진은 WHY가 납득되지 않으면 뒤의 내용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그런데요. 정작 프로젝트 팀은 HOW에 집중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들이 가장 잘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HOW와 관련해서 열심히 리서치를 하고 자료를 만듭니다. 나중에 발표 시간이 부족해져도 만든 자료를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똑같은 현상은 MBA 과정 마무리 발표에서도 일어납니다. 빽빽한 내용의 영어로 된 30장짜리 PPT 슬라이드를 10분 만에 발표하는데요. 코칭을 해보면 WHY를 잘 전달하지 못하고 HOW에 집중하는 팀이 대부분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WHY가 납득되도록 하는 것이 어렵지만 첫 번째 집중 포인트인데 말이죠.


퇴사를 생각한다면 WHY부터.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워낙 많습니다. 회사가 개인을 책임져 주는 (적어도 그런 환상이라도 제공해 주는) 회사는 이제 찾아보기 어려우니까요. 퇴사를 생각하는 사람도 WHY의 유무에 따라 많이 달라집니다. WHY가 명확한 사람은 그에 맞춰 플랜을 짭니다. 그리고 대체로 (다 그렇지는 않아요.)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합니다. 이런 분들은 회사 업무를 통해 성과도 내고 필요한 경험과 지식도 잘 쌓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직, 창업 어느 쪽을 하든 더 잘해냅니다. 


반면 WHY부터 찾지 못한 분들은 그냥 지금의 회사가, 지금의 환경이, 지금의 상사가 싫어서 퇴사를 생각합니다. 안타깝지만 이런 분들은 퇴사를 잘 못합니다. 대안이 없으니까요. 퇴사를 하더라도 방황의 시간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집니다. 현재의 직장에서 경험과 지식도 쌓지 못하고, 불평만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퇴사도 못한 채, 3년, 5년, 10년을 흘려보냅니다. 


회사의 WHY, 회사의 비전이 개개인에게 절절하게 와닿는 경우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개인이 조직 차원의 WHY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거나, 아니면 자신만의 WHY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에서의 경험들이 회사 졸업 후의 자산이 되니까요.


HOW가 넘쳐나는 세상, 실종된 WHY


우리는 HOW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HOW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수많은 가치관이 혼재하는 지금, 자신만의 WHY는 상실되기 쉽습니다. WHY가 명확해지면, 그 WHY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HOW는 너무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내가 잘 못하면 잘하는 이를 찾는 것도 가능합니다. 앞으로는 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HOW의 대부분을 해주겠지요. 그래서 더더욱 우리에게는 WHY가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WHY를 명확히 알고 있습니까?   


삶에서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의미이다. 의미가 있는 삶은 고통을 견디게 하고, 희망을 잃지 않게 한다.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

앞으로 소통에 필요한 태도와 방법들을 연재할 계획입니다. 소통법 그 자체는 ‘HOW’라 하겠습니다. 소통법이 왜 필요한지, 나의 인생과 커리어에 어떤 의미인지, 그 WHY를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WHY & HOW를 현실 소재와 엮어서 연재해 드리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