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원래 말을 잘합니다.
우리는 모두 말을 잘합니다. 효과적 말하기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은 이 말을 잘 믿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검증은 쉽습니다. 자, 우리가 친구들과 대화할 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죠? 편안한 자리에서 커피 한잔, 소주 한잔을 마시며 대화할 때 우리는 대체로 하고 싶은 말을 잘합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끊임없이 소통을 합니다. 많이 듣기도 했고, 또 표현도 많이 해왔기 때문입니다. 편한 자리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소통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순간이 오면 어떻게 될까요? 말을 잘하던 사람도 갑자기 버벅거리기 시작합니다. 영업직에 있는 사람들을 예로 들어볼까요? 평소에 농담도 잘하고 제품 소개도 능숙하게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임원들 앞에서 발표할 때는 긴장해서 실수를 합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실수하면 안 된다', '잘 보여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제가 가장 비추하는 것은 할 말을 잔뜩 적어놓고 외우다시피 준비하는 것입니다. 말할 상황이 되면 아무 생각도 안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설령 생각이 난다 해도 기계적인 느낌으로 말하기 쉽습니다. 결정적으로, 모든 상황마다 이렇게 준비하기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말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제안합니다. "평소 친한 친구에게 말하듯 해보세요." 처음에는 당황하고 오히려 더 어려워 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두세 번의 연습으로도 아주 자연스럽고 쉽게 말할 수 있게 됩니다. 본인도 신기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신기하기 보다는 당연한 일입니다. '원래 갖고 있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중요한 순간에도 친구들과 대화하듯 편하게 말하는 연습은 매우 중요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도 비슷한 일이 생깁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 앞에서 자연스럽게 말하지 못하죠. 왜 그럴까요? 오히려 사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편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사람이 더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연애를 시작하면 상황이 또 달라집니다. 상대방을 만족시킬 방법을 고민하죠. 지나가는 말에도 귀를 기울입니다. 자연스럽게 경청 훈련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 마음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하죠. 편안한 일상의 대화를 나누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합니다. 시간이 흘러 연애 중후반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기보다는 '또 이런 얘기겠지' 하며 미리 판단합니다. 부부간의 소통이 잘 안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서로를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하죠. 매우 타당한 지적이라 생각합니다. 오래 살았기 때문에 너무 잘 알게 된 것도 있지만 반대로 단단히 오해한 채 상대에게 물어보지도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너무 쉽게 말을 하다 보니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너무 편하게 말을 하다 보니 이번에는 상대를 배려하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은 말하기에서 '편한 정도'라는 것도 중용, 적절한 정도를 지키는 것이 좋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혹시 자기 스스로 ‘나는 말을 잘 못한다’ 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오해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내향적 성향이 많은 개발자, 연구원, 엔지니어 분들을 만나서 훈련해 본 입장에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편한 사람과의 자리에서는 우리들 대부분은 말을 잘하는 분들이라는 것을요. 소통은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상황에 맞게 확장 적용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순간에서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도, 친구들과 대화하듯 편하고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연습을 하면 됩니다. 새로운 것을 추가해서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어깨에 힘을 빼고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바로 이것이 훈련의 기본 방향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