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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Nov 09. 2019

리모트워크, 한국에서도 제대로 될까요?

리모트워크를 실행하고 있는 한국 회사들의 이야기

2019 리모트워커스 캠프 in 제주

2019년 11월 베타랩 최두옥 대표와 함께 ‘리모트워크’에 관하여 워크샵을 진행하고, 참가자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개인적으로 정리한 생각들을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사전에 인터뷰한 내용, 최두옥 대표가 정리한 내용의 일부도 포함했습니다.)  


1. 리모트워크란 무엇인가? 


-이 글에서 말하는 리모트워크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대면하지 않고, 온라인 도구로 소통하며 일하는 총체적인 방식으로 정의하겠습니다.  회사와 상황에 따라 100% 리모트워크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현재로서는 오프라인 미팅을 겸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 


2. 왜 리모트워크인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큰 이슈는 ‘인재 영입’이라 생각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자발성과 능력을 두루 갖춘 인재는 ‘갑’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바를 회사가 제공해야 하죠.  그런데 세대가 변화하면서 그 인재들이 원하는 바는 ‘근무환경’인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근무 환경 중에서 자유도가 높은 방식이 ‘리모트워크’ 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리모트워크가 무조건 정답은 아닙니다.  회사의 방향, 산업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가장 잘 맞는 방식을 택하면 될 일입니다.  다만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리모트워크가 무엇인지, 장단점이 무엇인지를 알아야겠지요.  이에 도움이 될까 하여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인재 영입 이외에 나온 것은, ‘출퇴근 시간 절약, 워라밸, 제주도가 좋아서’ 등 다양한 이유들이 있었습니다. 



2. 리모트워크의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은 이유


a. 일에 대한 논의 vs. 일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 

-기존에는 일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위에서 결정하고 아래에 전달하면 ‘시킨대로’ 또는 ‘하던대로’ 하면 되었으니까요.  그 방식이 문제를 최소화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변화에 신속하게 반응하고, 신세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 일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생겼습니다.

문제는 일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는 해본적이 없고, 필요성 조차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적잖이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일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일하는 방식’까지 논의하는 사치를 부릴 수는 없다는 인식도 존재합니다.   


b. 회사마다, 조직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캠프에서 반복적으로 재확인한 것은 리모트워크의 형태와 방식이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넷플릭스를 비롯해서 많은 조직들이 자신들의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에 대한 매뉴얼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 인원수, 산업군, 기타 여러 환경에 따라 세부적인 방식은 달라질 필요가 생깁니다.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시험해 보아야 하고, 시행 착오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많은 외부의 사례를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자신들의 특성과 스타일을 찾아가야 한다는 점이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3. 관리한다는 착각 


관리자, 리더들에게 리모트워크는 자율좌석제 처럼, 함께 일하는 사람이 ‘내 눈앞에 없다’는 것이 문제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관리라는 것이 가능은 할 것인가? 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대체적으로 가닥을 잡은 결론은 ‘관리는 비효율적이다’였습니다.  

몇몇분의 말씀으로 '관리는 불가능하다'도 있었구요.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채용을 할 때 충분한 시간을 들여 태도적인 부분을 철저히 검증하고, 이후에는 온전히 신뢰하는 것이 좋겠다는데 대체로 동의했습니다. (성공사례 대부분이 그러하기도 했구요.)

그리고 일을 맡길 때는 Why/ What을 충분히 설명하고, HOW를 온전히 맡기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나누었습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필요로 하는 성과물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커뮤니케이션 한 이후에 기존 관리자가 할 일은 두가지 ‘맡겨두는 것’ , ‘필요할 때 지원해 주는 것’ 이라 하겠습니다.

현실적으로 Why/What을 효과적으로 '잘' 말해주는 능력을 가진 리더는 아쉽지만 많지 않습니다.  리더는 지식과 경험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어려운 것을 어렵게 말하는' 태도를 갖거나, '이 정도는 상식적으로 알겠지'라고 생각해 버리는 '지식의 저주'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4. 원칙의 문제 


하지만 여전히 리모트워크에서 개개인은 본인의 의지력에만 기대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적절한 ‘원칙’을 상호 합의하고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은 충분한 설명을, 협의가능한 원칙은 충분한 토의의 과정을 거쳐서 결정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모트워크에 관한 원칙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리모트워크는 '공간'에 대한 자유를 준 것이다.  시간이나 다른 부분에서는 룰을 지켜줄 필요가 있다.”  

최소한의 원칙이 있어야 개인도 성과를 내고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소통의 중요성 


리모트 워크일수록 소통이 중요해진다는 데 모든 참가자들이 전적으로 동의했습니다. 

비대면이기 때문에 더더욱 소통의 ‘효율’에 신경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나서 얘기하면 잠깐만에 이해하고 협의할 수 있는 것도, 비대면일때 ‘글로 쓰면’ 쓰기도, 읽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일단은 글을 논리적으로 간결하게 잘 쓰는 훈련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아울러 저는 퍼실리테이터로서, 리모트워크가 일반화 될수록 오프라인 모임의 효율성도 매우 중요해진다는 언급을 했습니다.  물론 모임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중의 하나로 ‘오픈 스페이스’를 이야기 했습니다. 



6. 소통의 도구 


소통의 도구는 역시 다수가 쓰는 검증된 것으로 돌아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도구는 한 번 선택하면 데이터 기록이 쌓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였습니다. 

가장 많이 논의된 내용 중 하나가, ‘슬랙과 잔디, 어느쪽이 좋은가?’ 였습니다. 

간단하게 결론을 말하면 이렇습니다.  


-잔디를 선택한 이유 - 완성도 자체도 중요하지만, AS 업데이트도 중요하다. 외부 알바, 인턴들에게는 한국어가 좋다. 
- 슬랙을 선택한 이유 - 슬랙은 개발자를 중심으로 만든 것이라 3rd Party 연동이 좋다. 상당히 포괄적이고, 유연하고, 통합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7. 리모트워크에 관련한 이슈 


a. 외로움

재밌었던 것은 남성분들도 ‘외롭다’는 말을 꽤 많이 했었다는 점입니다.  (저의 선입견인가 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1:1 또는 소그룹으로 짝을 지어주어 주기적으로 소통하기도 하고, 지역 기반으로 가끔 오프라인 교류를 갖기도 합니다.  이런 접근은 개개인의 적극적 소통보다는 조직, 회사 차원의 정책으로 만드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b. 자기 관리 

외로움과도 비슷한 맥락으로 생각될 수 있는 부분인데, 집에서 혼자 일을 할 때 딴짓을 많이 한다는 이슈도 있었습니다.  이 역시 개인의 적극성 보다는 조직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명확한 마감기한과 기대 성과를 협의하고, 구성원들이 그룹 소통 공간에 자신의 개인적 자기계발 목표를 적고, 서로 재미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회사가 약간의 재미를 가미한 보상을 해주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겠습니다.  


c. 장소 문제 

카페를 가자니 시끄러운데다 몇 시간씩 죽치고(?) 있기도 그렇고, 집에 있자니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고 하여 어려움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해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코워킹 스페이스가 늘 집 가까이에 있는 것도 아니니, 각자가 최적의 공간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참으로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네덜란드 a.s.r.의 담당자는 ‘여기에서 일이 가장 잘 되기 때문에 출근하는 이들도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구성원들에게 선택권은 주되, 정말 일하기 좋은 메인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치며, 


조직개발 분야의 전문가인 Richard Beckhard는 논문에서 ‘조직 문화의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조직 개발의 특성 중 네번째, 이것은 장기적인 노력입니다. 


“개인적 경험으로 볼때, 큰 조직에서 변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2,3년이 결립니다.”

이것이 조직 개발에서의 가장 어려운 점입니다.  대부분의 보상 체계가 단기적 이익에   기초하니까요.  대부분의 리더들은   긴 시간이 필요한 노력에 대해 조급함을 갖습니다.    하지만 진짜 변화를 만들고 유지하려면 더 긴 시간을 인내하려는 결단이 필요하고, 단기적인   것 외에 장기적인 과정에 대한 보상도 고려해야 합니다.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 리모트워크는 제대로 정착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당장은 비효율적이고 돌아가는 방식으로 보여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과 더불어 더 많은 이들이 신뢰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원하는 곳에서 일하며,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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