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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May 20. 2020

막힘없이 유창하게 말해버려서 청중이 못알아 들었다?

내가 너무 유창할때, 내가 말하면서도 이건 아니다 싶을때

유창한 표현이 오히려 따라가기 어렵다? 


    외국에 나가서 그 나라 말을 세련된 말투로 해본적이 있는가?  그러면 상대는 자기들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빠른 속도로 말해 준다. (물론 그들 입장에서는 정상 속도겠지만)  내가 유창한 느낌으로 말했고, 그들이 유창한 모국어로 말해 주었기 때문에 못알아 듣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이 발표 상황에서 종종 벌어진다.  분명히 발표자는 내용 숙지도 잘 되어 있고, 그에 따라 매우 세련되고 전문적인 느낌으로 거침없이 전달했다.  문제는 듣는 이들이 발표자의 말을 절반도 못 따라갔던 것이다. 

    발표자의 입장에서 발표 자료는 대체적으로 익숙하다.  워낙 반복해서 보고 고치고 연습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듣는 청중의 대부분은 그 발표자료를 처음 보고 있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내용이 꽉꽉 들어찬 슬라이드는 동시다발로 터지는 폭탄과도 같다.  거기에 더해 발표자는 엄청난 속도로 설명을 해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놓치는 맥락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 발표를 천천히 해야하는 것일까?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유창하고 스피디하게 할 수 있는 발표력을 굳이 늦출 필요는 없다.  간단한 습관 하나만 갖추면 해결되기 때문이다.  바로 중간중간 포인트마다 '요약 멘트'를 해주는 것이다. 


    "잠깐 정리해 보죠" , "핵심은 이겁니다."  , "단순화해보면 이렇습니다." 

    이렇게 중간에 포인트를 요약해 준 후에 다음 포인트와 연결해 주면 된다.  이런 멘트와 간략한 요약은 보통 1,2분을 넘지 않아야 한다.  전체 흐름과 핵심만 짚어주면 되기 때문이다.  말이 빠른 편에 속하는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잠시 쉼 (Pause) 을 주는 것도 좋고, 말하는 톤과 속도를 바꿔주는 것도 좋다.  듣는 이의 입장에서 주의환기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고 있으면서도 이건 아니다 싶을 때


    '요약 멘트'를 해주는 습관은 발표가 잘 안된다고 하는 이들에게도 크게 도움이 된다.  발표시에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말하다 보면 장황해질 때, 내용의 숙지가 충분히 되지 않았을 때 크게 도움이된다.  필자가 워크숍을 할 때 농담삼아 묻는 것이 있다.  "내가 말하면서도 이건 아니다 싶을 때 있지 않으세요?" 그러면 대부분의 참가자가 웃음을 터뜨린다.  대부분 그런 경험이 있었음에 공감하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과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하는 필자 역시 그럴 때가 있다. 하지만 기억하시라.  그 실수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실수 자체보다는 실수 후의 대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선 내가 말을 하다가 말이나 논리가 꼬였다고 생각된다면 우선은 멈추어야 한다. (멈추더라도 당황하는 표정만 짓지 않는다면 청중들은 오히려 더 집중을 하게 된다.)  충분히 침묵을 가지면서 머릿속으로 말이나 논리를 정리한 후에 간결하게 표현해 준다.  

    이런 식의 전개는 발표자 뿐 아니라 청중에게도 크게 유익이 된다.  긴장해서, 뭐라도 말을 해야할 것 같아서 이야기를 지속한다면 말 그대로 '주절주절' 말하는 형식으로 흐르기 쉽다.  '멈추고, 정리하고, 요약멘트' 이렇게 세가지를 연습하면 된다.  


확실하게 목적을 달성하라


    말은 어눌하게 하는 것 같은데 세일즈나 설득을 잘하는 사람이 있을까?  놀랍게도 있다, 아니 상당히 많다.  그들의 비결은 다양하다.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사람도 있고, 경청 훈련이 잘 되어 있는 사람도 있고, 약속한 것을 반드시 지켜 신뢰를 주는 사람도 있다. 말을 막힘없이 잘한다고 무조건 원하는 결과, 성과를 낸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언변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다른 영역에서 보완할 수 있는 것이다. 

    부족한 언변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요약 멘트'와 함께 포인트를 짚어 주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은 통상 둘 중 하나의 목적성을 갖는다. '설명 or 설득'이다. 설득도 효과적 설명을 통해 가능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제대로 된 설명은 중요하다.  그 설명의 효율을 높이는데 요약을 적절히 활용하라.  중간 중간 포인트마다 요약을 한 후에 맨 마지막에서는 지금까지의 중간 포인트들을 모아서 논리적으로 연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두서없이 말씀드렸습니다만 이 제품의 취급에는 세가지만 주의하시면 됩니다. (간단한 설명)"
    "다양한 기능들을 설명 드렸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기능 두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간단한 설명)"


    청중들은 당신의 발표 내용 전체를 기억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핵심 포인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그 포인트들의 인과 관계가 타당한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발표자인 당신이 그들의 생각 프로세스를 따라 친절하게 정리를 해 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앞서 언급한 '설명 or 설명을 통한 설득'이 가능해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당신의 언변 수준이 어떠하든 '요약 멘트'를 중간중간에 쓰고, 마지막에는 그 요약 포인트를 논리적으로 정리해서 말해 주라. 그것이 효과적 설명과 설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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