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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May 21. 2020

복잡한 내용을 간결하게, 그것이 실전 발표의 핵심

진짜 전문가는 어려운 것을 쉽고 단순하게 말한다. 

복잡한 것을 복잡하게 말하는 것은 누구나? 할수 있다.


필자는 꽤 다양한 업종의 임직원들을 만나 워크샵을 진행한다.  

그중에서 임원, Executive MBA과정 참여자, 컨설팅 관련 종사자들은 자료와 내용의 난이도와 복잡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리고 업종 중에서는 제약, 반도체, 첨단 IT솔루션, R&D 등에 관련된 곳이 역시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담은 자료로 발표를 하게 된다.  

문제는 그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단시간에, 간결하게, 효과적으로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감히 워크샵 참가자 분들에게 말한다.  


"복잡한 것을 복잡하게 말하는 것은 전문가인 여러분이라면 어렵지 앟게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저와 함께할 훈련은 복잡한 것을 단순명료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복잡한 것을 단순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방법 자체는 의외로 간단하다. 여기서 설명하는 단순한 전략을 집중 훈련해서 본인 스스로도 인정하고 청중도 인정하는 좋은 발표의 기술을 갖게 되었다.   다만, 머리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본인의 주제에 대한 전문성은 기본이고, 꾸준하게 연습하려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  일단 방법부터 알아보자. 


1S1M (1Slide 1Message)


이 개념은 슬라이드를 디자인할때도 자주 쓰이는 개념이다.  슬라이드 한장에 욕심을 내서 이것저것 담지말고 핵심만을 간결하게 담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이미, 어쩔 수 없이 슬라이드에 많은 내용이 담겨있고, 그 내용을 바꿀 수 없는 경우에 그 슬라이드를 어떻게 '간결하게 발표'할까를 말할 것이다.  특히 MBA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의 발표자료를 보면 슬라이드 한장 한장에 많은 정보가 담겨 있는데, 그것을 7~15분 내외로 발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대부분은 영어로 한다.)  


이런 경우에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것이 1슬라이드 1메시지 개념이다.  한마디로, 줄이고 줄여서 핵심만 말해야 한다면 그 최종 한 문장, 또는 한 단어가 무엇이겠냐는 것이다.  (실전에서는 최대 3개 문장까지를 담는다.  그 이상이 되면 다시 장황하게 들리기 쉽다.)  


필자가 워크샵에서 이렇게 설명을 하면 실제 훈련에 참가한 분들은 난감한 표정 또는 화난 표정을 짓는다.  그게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예외없이 결론적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자료에서 그 어려운 핵심 포인트를 찾아낸다. 


이 작업을 반복해서 훈련하다보면 두가지 능력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우선 당연히 무엇이 중심개념이고 무엇이 보조 개념인지 더 선명해진다.  그리고 슬라이드로 보여만 줘도 되는 것과 반드시 발표자의 입을 통해 말로 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더 명확히 알게 된다. 


연결어구


 1S 1M을 통해 핵심만을 뽑아서 각 슬라이드 별로 구슬을 만들어 냈다면, 이제는 '연결어구'를 활용해서 그 구슬을 꿰어야 한다.  연결어구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접속사'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따라서, 이와 같이, 예를 들면, 
    그러나, 한편으로, 반대로, 아이러니 하게도, 의외로 


이런 기본적인 접속사 이외에도 슬라이드와 슬라이드의 관계를 연결해주는 표현들을 사전에 충분히 고민해 보아야 한다.  당연히 이 작업은 '청중의 입장'에서 인과관계가 잘 이해되도록 표현을 고민해야 한다.  실전 발표에서 더 효과적인 연결어구는 대부분 질문의 형태를 띤다.  실제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의 모양새만 갖추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청중이 발표에 집중하기 더 쉬워진다. 


    이제까지 원인을 살펴보았습니다. 

    (슬라이드를 넘기며)

    그럼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현재로서는 두번째 방법이 좋다고 판단됩니다. 

    (슬라이드를 넘기며) 

    그럼 이 방법을 어떻게 현업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연결어구까지 효과적으로 쓰게 된다면, 이제는 어떤 슬라이드를 띄워놓고 발표하더라도 최소한의 명료함과 논리적 연결성을 순발력 있게 만들어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발표력이 훌륭한 사람은  슬라이드를 탓하지 않는다?


중요한 발표인 경우 개인이 아닌 팀으로 자료를 준비하게 된다.  이런 경우 발표자의 입맛에, 또는 청중에 입맛에 맞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자료를 탓하고만 있기에는 발표의 성공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발표자는 어떤 자료를 가지고도 핵심을, 연결성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표현방식에 용서를 구하고 반농담으로 이렇게 말한다. 


    "개떡같은 슬라이드도 찰떡같이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여기서 '개떡'이라는 표현은 형편없다는 뜻보다는, 발표의 의도나 청중의 기대와 거리가 있는 내용의 슬라이드라는 뜻에 가깝다. (가끔은 진짜 형편없을 때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데, '아~ 저래서 임원이 되었구나'하는 평가를 듣는 분들중에는 실제로 부실한 내용의 슬라이드를 가지고도 통찰력 있으면서도 간결하고 연결성 있게 발표하는 분들이 많다. 


 그 기반이 되는 것은 앞서 언급한 '1S1M + 연결어구', 그리고 내용의 본질에 대한 통찰일 것이다.  이 연습을 지속하다보면 발표하는 나부터 내용에 대한 이해가 한층 더 깊어짐을 경험하게 된다. 이건 꽤나 역설적이다. 내용을 단순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내용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해보면 알 것이다.  단순화를 하다보면 전체의 큰 그림과 맥락을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이미 슬라이드가 주어진 상황이라면 디자인을 업그레이드 하기 전에 전체의 맥락을 단순화하고 연결하는 작업을 먼저 시도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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