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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Apr 02. 2021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세가지 포인트

비즈니즈 커뮤니케이션에서 스킬보다 중요한 세가지 요소

이 글을 읽으시면, 


비즈니스 상황의 커뮤니케이션은 일상적 커뮤니케이션과 무엇이 다른지,
진정성, 넓은 관점, 명확한 목표가 왜 비즈니스에서 중요한지,
그 세가지를 어떻게 갖출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코칭, 퍼실리테이션, 강의를 하는 사람입니다. 이전에는 해외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내국인, 외국인들과 미팅, 협상,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했습니다. 이후로는 여러 비즈니스 군의 임직원분들을 만나며 현장에서 겪는 이슈들을 풀어내고 훈련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렇게 일을 한지가 2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상황을 접하면서 각각의 상황에 맞는 훈련이나 피드백을 하다보니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스킬보다 중요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뽑은 가장 중요한 세가지를 말해보겠습니다. 


진정성, 넓은 관점, 명확한 목표


  첫번째 진정성입니다.


    제품을 설명한다면 내가 먼저 제품에 애정을 가져야 하고, 리더라면 팀원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있어야 하고, 발표를 한다면 정말 사람들이 알아보고 이해해주기를 원해야 하며, 협상을 한다면 진심으로 함께 잘 되는 방향을 찾으려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온라인에서 소통한다면 상대방이 집중하지 못할 수 있음을 고려해서 준비해야 합니다. 마음에 진정성을 품고 있으면 그것은 말과 얼굴 표정 등에 자연스럽게 배어나옵니다. 그러나 이런 반문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정글같은 사회생활하면서 말로 적당히 속이고, 자기 이익만 취하는 사람들을 많이 겪었습니다. 나만 진심을 추구하다가 호구가 되는 느낌이 들어요." 

여기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초연결 사회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모든 정보들이 빠르게 공유되어 '투명성'이 점점 강화되고 있습니다. 회사 조직에서도 비밀스러운 커뮤니케이션, 나만이 독점하는 정보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적인 모임, 술자리, 담배 한 대 피우는 자리에서 중요한 정보가 오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비공식 채널이 많이 작용을 했던 것이지요. 리더가 쥐고 있는 중요한 정보가 권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온라인 소통 도구를 중심으로 채널이 변화하면서 공식적인 채널이 일반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연장자인 리더도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해서 새롭게 배울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리더도 '나도 모른다'고 고백하고 기꺼이 배우며 함께 답을 찾아가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취약성' (Vulnerability)을 드러내는 것이 리더십의 필수 요소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투명성, 취약성, 이렇게 두가지만으로도'진정성'이 필요한 이유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조직에서 3년에 걸친 조직 문화 변화 작업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변화를 이끌 팀을 구성하고 워크샵을 여러번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모든 워크샵의 처음과 마지막에 대표님과 임원들이 빠짐없이 참석하셔서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특히 대표님이 워크샵의 시작에서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는 나보다 여러분이 더 많이 아실것' 이라고 말하며 지원을 약속하셨습니다. 워크샵의 마무리에도 대표님은 임원들과 함께 참석하여 논의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논의 내용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지원해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대표님의 한결같은 태도, 언행일치 덕분에 변화를 이끄는 팀도 3년간의 변화 작업을 잘 수행해 낼 수 있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뛰어난데 진정성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개념을 빌리자면 로고스(논리), 파토스(감성)는 좋은데 에토스(인격)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사실 스킬이 뛰어나면 진정성을 '연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사람을 사기꾼이라고 합니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사기꾼은 오히려 약간 어눌한 듯하게 말하기도 합니다. 진정성을 연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테니까요. 사기꾼들은 대체로 단기적인 신뢰를 얻고 단기적인 유익을 취합니다. 그 유익은 본인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계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사기꾼과 다름없이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정성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은 스킬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강연을 보면 그 사람의 개인적 노력, 자신이 말하는 주제에 대한 열정이 드러나 있습니다. 그 사람의 말이나 글에 앞서 그 사람의 인격과 살아온 삶이 울림과 감동을 주는 것이지요.  




두번째는 넓은 관점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은 다양한 관점을 이해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내 할말'에 앞서 '상대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지요. 자신에게 좋은 것이 남에게도 무조건 좋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리고 어떤 내용을 전달하든 상대방에게 납득이 가는 방식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을 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관점들이 존재합니다. 남녀 차이, 성격 유형, 세대 차이, 문화적 차이 외에도 특정 주제에 대한 배경 지식의 이해도 차이도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차이를 모두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나와 다른 관점과 차이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면 문제나 갈등을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한 보험 회사에서 연봉이 몇억대 수준인 고성과자들만 모인 자리에서 워크샵을 여러차수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참석한 분들에게 흥미로운 공통점이 보이더군요. 우선 외모적으로는 다른 분들과 특별하게 다른 점은 없었습니다. 아주 매력적인 외모를 가졌거나 특별하게 눈에 띄는 옷을 입은 분들이 가끔 계셨지만 전반적인 특성은 아니었습니다. 더 의외였던 것은 언변 역시 다른 분들 대비 훨씬 좋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은 하나같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것이 완전히 몸에 배어 있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든 시종일관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고 그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려워하는 눈치라면 부연 설명을 해주고, 지루해하는 눈치라면 예시를 들어주는 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음료를 하나 가져다 주실 때도 이전 쉬는 시간에 제가 무엇을 마셨는지를 기억했다가 다른 것을 가져다 주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상대방이 자신과 다른 관점을 말할 때 충분히 경청을 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 서보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분들과 대화를 하는 중에도, 하고난 이후에도 즐거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와 내 말을 존중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까요.


    전문적인 IT 솔루션을 제공하는 조직에서 '엔지니어' 그룹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같은 엔지니어라도 기술적 문제해결에만 집중하고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잘하지 못하는 분이 있고, 고객의 입장에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잘 논의하는 분이 있습니다. 당연히 후자가 고객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기의 기술적 수준을 높여 가치를 만드는 엔지니어도 계시지만, 기술 위에 고객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더해 '기술 기반 영업'에서 더 많은 가치를 만드는 분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은 비전문가인 고객사 경영진에게 전문적인 내용을 효과적으로 설명해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기 떄문입니다. 


    물론 저 역시도 넓은 관점을 가지려 나름의 노력을 하는데요. 강의와 워크샵을 준비하면서 머릿속에 가장 삐딱한 참가자인 '삐딱씨'를 머리에 떠올려 둡니다. 그리고 강의 내용을 리뷰하면서 그 삐딱한 청중은 어떻게 생각하고 느낄까를 정리합니다. 다행히 지금까지 제 머릿속의 '삐딱씨'보다 까칠한 분을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호기심을 갖고 관점을 넓혀가면 많은 유익이 따릅니다. 우선 자기와의 대화에서 관점 전환을 잘 하기 때문에 슬럼프를 빨리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또한 상대와의 대화에서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질문과 경청을 하여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합니다. 프레젠테이션에서 청중들의 집중을 이끌어내는 포인트를 잘 찾을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디베이트와 협상의 상황에서 전체 큰 그림을 잘 파악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직을 이끌어 갈 때 많은 이들의 의도와 생각을 읽어내고 조율할 수 있는 능력도 갖게 됩니다. 




세번째는 명확한 목표입니다. 


    워크샵에서 가끔 이런 질문을 드립니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은 일상의 커뮤니케이션과 무엇이 다를까요?" 제가 생각하는 것은 '목표의 유무'입니다. 일상의 대화와 달리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은 목표하는 바가 있습니다. 가족과의 대화와 같은 일상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꼭 목표를 갖고 대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목표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으면 '낭비'가 생깁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일반적인 목표는 이렇습니다. 제대로된 인풋(듣기, 읽기)을 통해 상대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읽어내고, 적절한 아웃풋(말하기, 글쓰기)을 통해 내가 의도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특히 비즈니스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설명, 설득' 두가지 입니다. 물론 좋은 인상을 주거나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최종 목표점을 보면 설명이나 설득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설명은 복잡한 것을 간결하게,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는 능력입니다. 설득은 상대가 나의 의도에 동의하고, 기꺼이 기존의 생각이나 방향을 바꾸도록 하는 것입니다. 전문성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좋은 설명 자체가 설득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설명해서 이해시키면 설득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니까요. 


    말은 잘하는데 설득과 세일즈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언변이 좋다고 꼭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은 서로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면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한시간동안 회의를 했지만 이후의 실행 계획은 모호한 회의가 있습니다. 업무 지시를 상대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본인의 추측으로 일을 해와서 두배의 시간을 들여 '업무 재작업'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딴에는 팀워크를 생각해서 격려의 말을 했는데 듣는쪽은 그냥 잔소리일 때가 있습니다. 발표의 도입에서 아주 재미있는 영상을 보여주었더니 이후에 참석자들은 발표의 내용은 제쳐두고 재미있는 영상만 기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 커뮤니케이션의 목표가 모호할 때 생겨나는 일입니다. 사실 자신이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모호하게 말하거나, 자기도 상황파악이 안되서 대충 말해놓고 '알지?'라는 말로 마무리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태도를 반복할 때 당장은 책임을 회피할지 모르지만 결국은 손해가 된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업무상의 소통에서 원래 목표한 바를 얻지 못했다면 목표가 명확한지 다시 돌아보고, 그에 맞는 태도와 방법을 적용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목표에는 다양한 수준이 있습니다. 참고만 하시라고 알리기만 하는 경우, 기억하시라고 명확히 말하는 경우, 꼭 승인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 갈등을 풀고 싶다는 진심을 전달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목표가 명확한 사람은 첫마디가 명확합니다.


긴급하지는 않지만 알고 계셔야 할 업데이트가 있습니다. 설명에 5분 정도 걸릴 듯 한데 지금 시간이 괜찮으신가요?

한마디로 '용건부터 간단히'라 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내가 목표하는 것, 그 목표가 상대방에게 주는 의미'를 명확하게 하면 더 간결하고 효과적인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좋은 태도와 성실한 노력이 중요한 바탕입니다. 


물론 말을 요령껏 하는 기술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술과 기교에만 의존하다보면 단기적인 유익, 단기적인 해결책에만 매달리게 됩니다. 더 긴 안목으로 앞서 '진정성, 넓은 관점, 명확한 목표'를 자주 되돌아 보세요. 시간이 흐를수록 잘 익은 장맛이 나듯 소통의 깊이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더 좋아질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원하는 성과는 자연히 따라오겠지요? 


한창훈 (Peter Han)   피터의 커뮤니케이션 

https://www.peterhan.kr/



  비즈 커뮤니케이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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