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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Apr 26. 2021

남자로서 진행한 여성리더십 워크샵

남자로서 하루종일 여성의 리더십에 대해 생각해 본 시간.

FORTUNE500대 기업 중 한곳의 글로벌 팀워크 과정을 배워서 9년째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동안 다양한 이슈들을 소화하면서 저도 같이 성장할 수 있었는데요. 몇년전에는 중국에 소속된 사내 FT에게 워크샵 진행 TIP을 전수해 드릴 정도로 꽤 경험치가 쌓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 워크샵은 대부분 팀워크나 리더십에 이슈가 있는 팀이 대상이라 준비도 꽤 필요하고 쉽지는 않습니다. 이번에는 여성 리더들만을 모시고 워크샵을 진행했습니다.  남자 한 명이 십여명의 여성분과 워크샵을 한다는 것은 설레이면서도 꽤 긴장되는 자리입니다. 무심코한 말이 의도와는 다르게 남녀차별로 들리게 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워크샵 초반에 참가자와 진행자, 참가자와 참가자간에 신뢰형성을 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런 것으로 문제가 된적은 지금껏 없었습니다. 


제가 팀 워크샵에서 자주하는 말입니다만 '일'에 대해서는 많이 논의하지만,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많이 논의를 하지 못합니다. (특히 이 관점은 스마트워크 디렉터 최두옥 대표의 '스마트워크 바이블'에 잘 나와 있습니다.) 참가한 분들은 자기 분야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기에 능력, 자신감, 자존감 모두 높은 분들이었습니다. 이런 능력자들이 '일하는 방식'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일을 하게 되면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여성의 강점인 '공감 능력' 활용의 대상 범위가 좁아지면서 작은 관계에서 공감하고, 큰 관계에서 반목하는 일들이 생겨나기 쉽습니다. 모두가 각자 최선을 다하는데 성과가 나지 않을때가 가장 속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게 반복되다보면 일정부분 포기를 해버리게 됩니다. 워크샵의 전반부에서는 '잘 굴러가는 팀'에 대해 학습하고, 후반부에는 오픈 스페이스 방식을 도입해서 참가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찾고, 토의하고, 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워크샵의 남자 진행자로서 여자 참가자들과 함께한 경험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가 남자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기에 한 남자의 주관적 생각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다음의 세가지는 모두 여성의 강점인 '감성'을 중심 키워드로 생각하여 정리했습니다. 


1. 이해하면 품어주지만, 오해하면 서릿발이 내릴만큼 무섭다. 


워크샵 사전 미팅에서는 참가하는 리더들간의 관계 중 일부는 꽤 심각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워크샵 초반에 형성한 우호적 분위기 덕분인지 참가자들은 적극적으로 불편한 이야기까지 기꺼이 꺼내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분위기가 잘 형성되면 여성들의 공감 능력이 최대치로 올라오면서 많은 맥락적 이해가 일어납니다. 겉보기에는 단지 수다를 떨고 있는데 속으로는 많은 오해의 얼음이 녹는 것입니다. 이 오해의 얼음이 녹지 않으면 그 어느 조직보다 춥지만, 한번 공감이 일어나면 따뜻한 봄햇살이 조직에 감도는 것 같습니다. 


2. 이성과 감성의 모드전환이 되면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한다. 


여성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먼저 바라보고 공감하고자 하는 기본 태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원칙'이라는 부분에서는 다소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됩니다. 특히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고, 원칙에 대해 단호하게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원칙을 벗어난 배려를 해주다가 나중에 상대방에게 일종의 배신을 경험하게 되면 이번에는 반대로 원칙을 벗어난 비협조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것에 관해서는 단호해지는 연습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납득이 되면 잘하는데, 공감이 되면 더 잘한다. 


워크샵의 참여도, 일에서의 협력도 납득하면 잘하지만, 공감하면 훨씬 더 잘한다는 것을 반복해서 경험하게 됩니다. 어떤 사안의 필요성, 누군가를 도와줄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하게 되면 정말 헌신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잘하십니다. 나와 일하는 주체의 입장 뿐 아니라 감정까지 헤아리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매너와 에티켓을 지킨다기 보다는 그 사람에게 감정이입하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 서로에게 업무 요청을 할 때 납득시키는 것을 넘어 공감하게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날의 워크샵은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앞단에서 분위기를 잘 풀어냈고, 오픈 스페이스 방식으로 참가자들이 이슈를 직접 꺼내어 논의했기 때문에 잘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감이라는 것은 남자로서 갖는 한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니 공감 능력을 키워가기는 해야겠지만, 그보다는 여성 분들과 더 잘 협업하는 방법과 포인트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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