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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Dec 21. 2021

우리는 매번 진실의 일부분을 전체로 착각한다.

알면서도 매번하는 실수, 내가 보는 단면을 전체라고 생각한다.

해외마케팅 업무를 하던 시절.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팀전체가 회의를 한다. 아니.. 정확히는 보고라 해야겠다. 당시 8명의 팀원이 전세계를 담당하고 있었다. 두시간의 팀 보고회는 어떻게 보면 두시간의 세계일주일수도 있다. 한주간 동안 전세계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듣게 되는 것이다. 보고를 듣다보면 각 나라별로 우리 제품을 유통하는 대표적인 업체명을 듣게 된다. 한국으로 치면 하이마트 같은곳.  프랑스의 경우 그런 업체중 하나가 FNAC이다. 보르도 옆 작은 도시에서 FNAC을 가보았다. 노트북, 태블릿, 휴대폰하면 당연히 삼성, LG가 많을거라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중국과 대만 브랜드가 압도적으로 많다.

나머지 영역에서도 초밥 만들기 세트 등 아시아를 여전히 대표하는? 일본 문화의 색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한국에서 생각할때는 삼성, LG가 세계를 제패하고 있고, 미디어와 문화에서는 기생충, 오징어게임이 세계인을 사로 잡고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곳에서 그렇지는 않은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만들어진 아시아는 곧 일본이라는 인식은 아직 많이 변하지 않은 느낌이 있다.  

마트에 가서 더 재밌는 것을 보았다.  한국 라면은 없는데 한국식 스타일만 가미한? 라면 제품이 있다.  우리는 본적도 없는 Korean Ramen 이 있다. (라면도 아니고 라멘이다 ㅎㅎ)

프랑스의 지방 소도시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느낌의 풍경들이 눈에 보인다.  파리를 가면 분위기는 또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에 일을 시작할때 담당지역은 중동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때에도 나는 중동을 이해시켜주는 책한권을 제대로 보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뉴스와 영화에서 보는, 미국 관점에서의 중동만을 생각하고 그들과 비즈니스를 한 것이다.  물론 그렇게 했어도 기본 비즈니스 매너를 지키며 일을 했으니 문제는 없었다. 우리와 많이 다를 것이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관계를 맺었으니 그 또한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당시에 일부다처제가 왜 생겼고, 이슬람은 기독교 문명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등을 이해했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이해할 기회를 얻었을 것이다.

다시 오랜만에 외국에 와서 느낀다. 한국에서의 일상이 지속되니 생각이나 관점이 어쩔수 없이 고착화 되었구나...  뭐 그 자체가 나쁘다고 할수는 없겠지만 경계는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가끔 좋은 책을 읽으면 '이런 것도 모르고 어떻게 살아왔지?'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지금 느끼는 아주 소소한 것이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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