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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Mar 15. 2022

신림동 순대만 알면 이해되는 종교역사..잠깐, 뭐라고?

(유대교, 기독교, 가톨릭, 동방정교, 이슬람교)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100% 가상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비유이며, 종교, 특정지역, 특정 부류의 사람을 비방하는 목적은 전혀 없습니다. 


서울의 신림동 전통시장에 순대교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삼시세끼 순대와 곱창만을 먹었습니다. 희한한 것은 순대교 가족에서 태어나지 않으면 절대 그들의 순대를 먹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것은 먹지도 않고, 다른 지역 사람들이 먹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서울 사람들의 미움을 받았지만 꿋꿋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순대교에 뚱땡이 할머니가 나타나더니, 이제는 누구나 신림동 순대를 먹을 수 있다고 폭탄 선언을 해버립니다. 분개한 순대교인들은 가까운 구의원에게 뚱땡이 할머니 가게를 폐업시켜달라고 조릅니다. 구의원이 가만히 보니 뚱땡이 할머니는 잘못이 없었습니다. 괜히 엮이기 싫어서 구청장에게 넘겼는데, 구청장이 다시 구의원에게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결국 극렬한 순대교인들의 시위로 구의원은 어쩔 수 없이 뚱땡이 할머니 가게를 폐업시켰습니다. 그랬더니 느닷없이 뚱땡이 할머니 가게에서 일하던 직원,알바 할것없이 할머니의 정신을 살리자며 수많은 이들이 '제자'를 자처하며 뚱땡이 할머니의 순대 레시피를 서울 전역에 전파하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어느덧 순대교와는 완전히 다른, 누구나 순대를 먹을 수 있다는 '뚱순교'의 탄생이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서울시장이 화가 났습니다. 서울에서는 뭐든지 먹을 수 있는 자유가 있는데 순대만이 최고라는 태도는 용납할 수 없었죠. 그래서 경찰력을 총동원해서 뚱순교를 잡아들이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뚱순교의 순대맛에 취하는 사람은 늘어만 가죠. 그러다가 새로 취임한 존맛탱 시장이 순대맛을 보고 말았습니다. 존맛탱 시장은 당장 서울 전국민이 오로지 '뚱순교의 순대'만을 먹어야 된다는 폭탄선언을 해버립니다. 이름하며 '서울 칙령'. 누구나 순대를 먹을 수 있다는 뚱순교에서 이제는 누구나 '반드시 먹어야만' 한다는 의미로 '뚱필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뚱땡이 순대 황금 레시피를 열람할 최고권한을 가진 '뚱필왕'을 모십니다. 1대 뚱필왕은 뚱땡이 할머니 옆에서 열심히 일하던 배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이제 상황은 180도 반전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순대곱창이 아닌 다른 음식을 먹으면 서울에서 추방되거나 '음식 법정'에 서야 했습니다. 모든 먹방과 광고 포스터도 어떻게든 순대와 관련되지 않으면 눈치를 봐야겠습니다. 순식간에 서울 전역은 순대가 아니면 말도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저 멀리 서해바다 쪽에서 중국 사람들이 한국으로 대거 넘어온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서쪽에 살던 사람들이 서울로 대거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존맛탱 시장은 불안해졌습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들어와 다른 시장을 선출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존맛탱 시장은 종로구에 있던 시청을 중랑천이 흐르는 노원구로 옮겨버립니다. 뚱필왕도 함께 노원구로 이사를 가버렸습니다. 그러자 종로구에서는 떠나간 뚱필왕을 욕하면서 자체적으로 '뚱필왕'을 새로 뽑았습니다. '종로를 중심으로한 서서울', '노원을 중심으로한 동서울'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조금은 뻔뻔하지만 동서울로 간 뚱필왕은 황금 오리지널 레시피를 가져왔다는 이유로 자신을 '동서울 원조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종로의 뚱필왕은 새롭게 서울로 유입되는 이들에게 순대맛을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탔습니다. 그래서 '소스 맛보기' 정책을 펼칩니다. 원래 없던 소스를 개발해 새로온 이들에게 선보인 것이죠. 그랬더니 이사가 버렸던 '동서울 원조집' 뚱필왕이 반발합니다. 뚱땡이 할머니의 원조 레시피를 고수하지 않고 맘대로 바꿨다는 것이죠. 하지만 서울의 뚱필교는 꿋꿋하게 밀고 나갔습니다. 다행히 서서울로 들어온 사람들은 빠르게 뚱필교에 적응하고 순대맛에 길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원조 서울 토박이가 아니지만 오히려 더 열심히 순대를 맛보고 열광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서서울은 얼마 안가서 시장은 완전히 바뀌지만, 뚱필교와 뚱필왕은 오랫동안 남아있게 됩니다. 


동쪽으로 도망갔던 '동서울 원조집'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나름대로 동서울 지역을 넘어 경기도까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하지만 아주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의정부 부대찌개만 먹는 세력이 엄청나게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뚱순교 보다는 뒤늦게 생겼지만 엄청난 힘을 자랑하는 세력이었습니다. 수시로 동서울 원조집의 지역을 넘보기 시작했지요. 이들은 세력을 확장하며 서울 경기 남부 지역에 부대찌개를 보급하더니 급기야는 순대의 성지 '신림동'을 점령하기에 이릅니다. 그래서 신림동에는 순대와 부대찌개가 공존하는 지역이 되어버립니다. 당연히 순대곱창을 먹는 지역에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서서울의 뚱필왕은 '순대 원정'이라는 캠페인으로 신림동 수복 캠페인을 벌였으나 실패하고 맙니다. 시간이 흘러 동서울 원조집은 결국 강력한 의정부 부대찌개에 밀려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뚱땡이 할머니의 뚱필교는 서서울에서 명맥을 이어나갑니다. 


이후로 서서울의 뚱필교는 내부적인 위기를 맞게 됩니다. 뚱필왕이 순대곱창 재료값에 장난을 치면서 엄청난 돈을 착복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더욱이 원래의 레시피를 교묘하게 바꾸면서 가격을 높이고 맛은 떨어뜨린다는 탐사보도까지 나오게 됩니다. 열심히 뚱필교 레시피에 따르던 '노 할머니'가 이건 아니다 싶어 선언을 합니다. 현재의 뚱필왕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95개 항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갖습니다. '우리는 뚱땡이 할머니의 오리지널 레시피만을 따른다. 레시피로 돌아가자!' 그래서 뚱필왕의 말이 아닌 '오로지 레시피'만을 따르는 '뚱순교'를 새롭게 만들게 됩니다. 노 할머니는 뚱땡이 할머니의 오리지널 레시피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하는 작업까지 하게 됩니다. 이후에 수많은 할머니들이 각자의 레시피 해석방식을 제안하면서 '뚱순교'는 다양한 먹파로 발전하게 됩니다. 


* 스토리에 나온 지명, 인물은 당연히 가상이며, 비하 또는 광고의 의도 없습니다. (재미로 봐주세요.) 

* 스토리에 담지 못한 장충동 왕족발, 신당동 떡볶이, 수원 통닭&왕갈비, 광장동 빈대떡에 죄송합니다.



순대교 = 유대교 (배타적으로 자신들만 구원받을 수 있음) 

서울 = 통일 로마 제국 (분열 이전) 

신림동 (관악구) 구의원 = 본디오 빌라도 | 구청장 = 헤롯왕조의 안디바 

뚱땡이 할머니 = 예수 | 가게 직원과 알바생 = 사도 

뚱순교 = 기독교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친 개념) 

뚱필왕 = 교황 | 배할머니 = 1대 교황 (베드로) 

존맛탱 시장 = 콘스탄티누스 | 서울 칙령 = 밀라노 칙령(기독교 공인, 313년) 

뚱필교 = 가톨릭(구교) | 동서울 원조집 = 동방 정교

뚱땡교 = 개신교 (또는 신교, (개신)기독교)  

중국인 = 훈족 | 서쪽 주민 = 게르만족 | 소스 맛보기 = 성상(우상) 숭배 

의정부 부대찌개 = 이슬람교 (오스만 튀르크 제국) | 순대 원정 = 십자군 전쟁

노할머니의 기자회견 = 루터의 95개조 반박문 




원래의 역사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유대교는 배타적으로 유대인만 구원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유대인들 사이에서 예수가 탄생하고 예수는 '누구나 구원받을 수 있다'는 폭탄 선언을 합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당시 지배자였던 빌라도 총독에게 처형을 요구합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한 후 제자들은 당시의 대 제국이었던 로마 전지역을 다니며 예수를 믿는 '기독교'를 전파합니다. 로마 당국은 처음에 엄청난 탄압을 했지만 오히려 믿는 이들이 늘어나자 180도 정책을 바꿔 기독교를 로마 제국 전체의 종교로 선언해 버립니다. 그리고 '모두에게 필요한 대중적인 믿음'이라는 의미의 '가톨릭' (Catholic)이라 부릅니다. 가톨릭을 이끄는 대표자가 '교황'입니다. 유럽 전체가 가톨릭이라는 종교로 완전히 통일이 되고, 다른 종류의 믿음은 절대로 허용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이후에 국왕 조차도 교황의 눈치를 보아야 했습니다. 교황에게는 '파면권'이 있었으니까요. 파면권은 간단히 말해 '넌 카톨릭 아님'이라고 하는 무시무시한 권력이었습니다. 파면되면 순식간에 모두에게 왕따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동방지역에서 훈족이 서쪽으로 쳐들어 옵니다. 훈족은 우리가 말하던 오랑캐 흉노족이라는 연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훈족이 쳐들어 온 다음에 정착한 대표 지역이 훈족의 땅 '훈가리', 헝가리가 되는 것입니다. 훈족이 쳐들어오니 동유럽과 중동에 있던 게르만 족은 어쩔 수 없이 서쪽의 로마제국으로 넘어옵니다. 그리고 로마제국의 경비병 등 군인으로 대거 취직을 합니다. 그런데 게르만 군인들이 가만히 보니 로마 사람들은 예전의 용맹함을 온데간데 없고 놀고 먹기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판 뒤집으면 이들 밑에서 일하지 않아도 될것 같았죠. 눈치 빠른 로마의 지배자들은 위험하겠다 싶어서 잽싸게 짐을 싸서 동쪽으로 이사를 갑니다. 그 동네가 당시 이름으로 비잔티움 제국 (수도 콘스탄티노플) 이구요. 지금은 이슬람 세력이 지배하면서 이름이 바뀌었지요. 국가명은 터키, 도시명은 이스탄불입니다. 


동쪽으로 이사갔던 비잔티움 제국은 자신들이 카톨릭 원조라며 '동방 정교'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훗날 러시아가 이 종교를 적극 받아들여 '러시아 정교'가 됩니다. 하지만 동방 정교의 원조집인 비잔티움 제국은 결국 이슬람 세력인 오스만 튀르크 (현재 터키)에게 완전히 점령 당하게 됩니다. 한편 서로마 제국은 게르만족의 나라가 되었지만 카톨릭이라는 종교는 오히려 더 강력해집니다. 옛 로마 제국은 각 나라로 다 쪼개졌지만 카톨릭이라는 종교는 여전히 하나였지요. 하지만 카톨릭에서 무리수를 두는 큰 사건이 벌어집니다. 바로 '면벌부 (면죄부) 발급'이었죠. 성 베드로 성당을 엄청 멋있게 짓겠다고 욕심부리다가 건축비가 모자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모금을 할까 하다가 '돈내면 죄 지은거 까줌'이라는 신박한(?) 아이디어를 내게된 것입니다. 당연히 반발이 커졌고 결국 마르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하게 됩니다. 바로 '개신교'(Protestant)의 시작이죠. 이후로 서유럽은 전통적인 카톨릭 (구교), 새로운 개신교 (신교, 기독교) 로 나뉘어 자기들끼리 엄청나게 많은 싸움을 하게 됩니다.     




인문놀이터는 매주 토요일 저녁 8~10시, 인문학 도서를 소재로 배우고 토론하는 모임입니다. 절반이상은 초중학교 학생과 학부모님이 함께 참여합니다. 자녀와 함께 배우고, 대화하고, 성장하기 원하는 분들은 오픈채팅에 가입하시면 참가방법을 안내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인문놀이터에 참가하실 분을 위한 링크와 비번입니다. 

https://open.kakao.com/o/gtrXncyc  

비번 : 'dlsans' (인문을 영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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