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보다가 문득 산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상을 넘기다가 우연히 본 등산 채널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나는 주말에 혼자 산에 가본 적이 없다. 어릴 때 아빠 손을 잡고 몇 번 가본 게 다였다. 그 기억은 이제 희미하다.
지난 일요일의 일이다. 늦여름의 햇살과 초가을의 바람이 섞여 있었다. 나는 등산화 끈을 묶고 관악산으로 향했다. 에어팟은 일부러 가방 깊숙이 넣었다. 음악 대신 다른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이를테면 산의 냄새 같은 것.
나는 천천히 걸었다.
사람들이 나를 앞질러 갔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목적지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딱히 목적지가 없었다. 흙냄새가 났다. 젖은 나뭇잎이 밟히는 냄새도 났다. 도시에서는 맡을 수 없는 종류의 냄새였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아주 좋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정상까지 갈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적당한 바위에 앉아 잠시 숨을 골랐다. 서울이 저 멀리 보였다. 내가 매일 살아가는 곳. 하지만 이곳과는 전혀 다른 세계 같았다.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서관면옥으로 향했다. 뜨거운 몸을 차가운 국물로 식히고 싶었다. 이 집의 평양냉면을 좋아한다. 독특한 메밀면의 식감과 찐한 국물. 그것 말고 다른 이유는 없다. 나는 슴슴한 면을 말없이 넘겼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충분한 일요일이었다.
어쩌면 다음 주에도 나는 어딘가에 오르고 있을지 모른다. 아주 사소하고 새로운 습관의 시작.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