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여덟 시.
세상의 시간이 느려지는 시간이다.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 그들의 무거운 한숨이 도시의 공기 속에 섞여 흐르는 듯하다. 나는 소파에 앉아 텅 빈 벽을 바라보았다. 불안하지도 우울하지도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이 정지한 기분.
월요병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병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너무나 규칙적이고 보편적인 증상이다. 그건 질병이라기보다 일종의 시차 같은 것이다. 주말이라는 짧은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하기 전 겪는 자연스러운 부적응. 나는 이 시차를 극복하기 위한 나만의 작은 의식을 치른다. 옷장 문을 여는 일이다.
나의 옷장은 조용하다.
화려한 색이나 무늬가 없다. 대부분의 옷은 빛을 반사하기보다 흡수하는 쪽에 가깝다. 나는 그 앞에서 다음 주에 입을 다섯 벌의 옷을 고른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나를 위한 일종의 각본이다. 이것은 전투를 앞둔 장수가 갑옷을 고르는 행위와 비슷하다. 물론 나의 일주일에 창이나 칼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과 싸워야 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월요일의 옷은 늘 가장 존재감이 없는 것으로 고른다. 누구의 시선도 끌지 않는 색. 나를 세상으로부터 보호하는 얇은 막 같은 옷. 화요일과 수요일을 지나며 옷의 형태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금요일에 가까워질수록 옷감은 미세하게 부드러워진다. 나는 옷을 고르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일주일 동안 연기할 다섯 개의 페르소나를 고르는 것에 가깝다. 나의 감정과 태도를 미리 정해두는 일이다.
이 행위는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적어도 아침에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며 에너지를 낭비할 일은 없을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일들로 가득한 일주일에서 유일하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섯 벌의 옷을 옷장 한쪽에 순서대로 걸어둔다.
월화수목금. 정렬된 옷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단순한 기호들로 정리되는 기분. 이제 의식은 끝났다.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월요일의 중력에 맞서기 위한 나만의 작은 방파제를 쌓았다.
창밖을 본다. 맞은편 아파트의 불빛들이 하나둘씩 꺼져간다. 저 불빛 아래에서 누군가는 내일을 걱정하며 잠 못 이루고 있을 것이다. 괜찮다. 내일의 태양은 어김없이 뜰 테고 우리는 또 각자의 유니폼을 입고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해낼 것이다.
월요일은 온다.
여름을 싫어하지만 여름이 매년 찾아오는 것처럼. 피할 수 없다면 나만의 방식으로 맞이하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