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 모여 축제가 되었던 그해 겨울
12월의 거리는 빛났다. 트리가 켜지고 캐럴이 흘렀다. 그 빛은 누군가에게 축제였고 누군가에게는 소음이었다.
혼자인 사람에게 크리스마스는 달력 위의 빨간 날이 아니다. 빨간 상처다.
바에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물었다. 솔로들 모아서 뭘 하겠다는 거냐고. 대답 대신 예약 페이지를 열었다. 설명은 필요 없었다. 올 사람은 온다.
24일과 25일 이틀간 파티를 하기로 했다. 원래 우리 바는 예약 없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냥 문을 열고 들어오면 되는 곳.
하지만 이 이틀만큼은 예약제로 바꿨다. 오는 사람 모두에게 자리를 보장하고 싶었다. 크리스마스에 용기 내서 왔는데 자리가 없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예약을 올리고 나서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가 찼다.
예상은 했지만 그 속도에는 좀 놀랐다. 혼자인 밤을 견디고 싶지 않은 사람이 이만큼이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12월 24일 저녁. 문을 열기 전에 카운터를 한 번 더 닦았다. 평소엔 하지 않는 짓이었다. 이 밤이 누군가에게 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손끝까지 내려왔다. 조명을 평소보다 조금 따뜻하게 올렸다. 크리스마스니까. 차가운 밤에는 빛이라도 따뜻해야 한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온 사람이 셋 있었다. 문 앞에서 서로를 힐끔 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민망한 듯 웃었다. 그 웃음이 이 밤의 첫 번째 소리였다. 갈 곳이 없어서 온 건지 오고 싶어서 온 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 사람들이 혼자서 문을 열었다는 사실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낯선 바의 문을 여는 데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힘이 필요했을 것이다.
열여섯 명이 모였다. 남자 여덟 여자 여덟. 숫자는 내가 정했지만 분위기는 그들이 만들었다. 나는 술을 따랐을 뿐이다.
처음 30분은 서먹했다. 대화가 없지는 않았지만 목소리가 작았다. 눈을 어디 둬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있었고 잔만 만지작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술이 한두 잔 들어가면서 공기가 조금씩 풀렸다. 누군가 먼저 옆 사람에게 말을 걸었고 그 말이 건너편까지 퍼졌다. 안면을 트기 시작하자 목소리가 커졌다. 웃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바깥에서는 커플들이 손을 잡고 지나갔을 것이다. 이 안에서는 열여섯 명의 솔로가 각자의 잔을 들고 서로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장면이 더 솔직해 보였다.
누군가 말했다. 편의점에서 케이크를 사서 혼자 촛불을 불었는데 박수를 쳐줄 사람이 없더라고. 웃음이 터졌다. 그런데 그 웃음 속에 무언가가 젖어 있었다. 다른 사람이 이어서 말했다. 자기는 작년에 치킨을 시켰는데 배달 기사가 "즐거운 성탄절 되세요"라고 했을 때 눈물이 나올 뻔했다고. 유일하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넨 사람이 배달 기사였다고. 그 말에 몇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감은 언어보다 빠르다.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같은 종류의 밤을 보낸 사람들은.
외로움은 말하는 순간 형태가 바뀐다. 혼자 품고 있으면 돌덩이인데 입 밖으로 꺼내면 연기처럼 흩어진다. 그날 사람들은 서로의 고독을 꺼내놓았다. 꺼내놓으니까 가벼워졌다. 가벼워지니까 웃을 수 있었다.
한 사람이 예고 없이 케이크를 들고 왔다. 잠깐 나갔다 온 것이었다. 아까 편의점 케이크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촛불을 꽂았다. 열여섯 명이 함께 불었다. 박수가 터졌다. 남의 생일도 아닌 날에 남의 촛불을 끄고 있었다.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혼자 불던 촛불이 이 밤에는 열여섯 명의 입김으로 꺼졌다. 같은 행위인데 전혀 다른 온도였다.
건배사는 점점 짧아졌다. 처음엔 "메리 크리스마스"였는데 중간엔 "솔로 만세"가 되었고 나중엔 "우리"였다. 한 글자에 열여섯 개의 잔이 부딪쳤다. 그 소리가 그해 들은 어떤 캐럴보다 좋았다.
25일도 같은 풍경이었다. 다른 열여섯 명이었지만 공기는 닮아 있었다. 혼자 온 사람들이 만드는 온도는 어딘가 비슷했다. 이틀 밤 동안 이 바를 스쳐 간 사람은 서른두 명이었다. 서른두 개의 크리스마스가 이 좁은 카운터 위에서 겹쳤다.
새벽이 가까워지자 목소리는 낮아졌지만 표정은 밝아졌다. 들어올 때와 나갈 때의 얼굴은 늘 다르지만 그 이틀은 그 차이가 유독 컸다. 문 앞에서 연락처를 교환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냥 손을 흔들고 돌아서는 사람도 있었다. 둘 다 괜찮은 이별이었다.
마지막 손님이 나간 뒤 카운터를 정리했다. 테이블 위에 케이크 부스러기가 남아 있었다. 메모지도 하나 있었다. "내년에도 여기서." 글씨가 삐뚤어져 있었다. 술이 들어간 손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종이를 서랍에 넣었다. 버릴 수 없었다.
며칠 뒤 한 손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크리스마스 하면 이제 그 밤이 먼저 떠오른다고. 짧은 문장이었는데 읽고 나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누군가의 12월에 이 바가 자리를 잡았다는 것. 캐럴도 트리도 아닌 낯선 사람들과 나눈 케이크 한 조각이 그 사람의 크리스마스가 되었다는 것. 뿌듯했다. 그 단어로는 부족했지만 더 정확한 말을 아직 찾지 못했다. 바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밤을 보냈지만 그 이틀만큼 이 공간의 존재 이유를 확신한 적은 없었다.
고독은 모이면 성질이 변한다. 혼자의 고독은 침묵이지만 여럿의 고독은 대화가 된다. 대화는 웃음이 되고 웃음은 기억이 된다. 그것이 축제다. 화려한 장식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가 만드는 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