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모르는 채로도 괜찮은 일

by 류이음

어제 동네 마트에 갔다. 토요일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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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는 적당히 붐볐다. 나는 카트를 끌며 사람들 사이를 헤쳐 나갔다. 오늘의 목표는 명확했다. 식빵과 기네스 흑맥주. 샌드위치에 넣을 양상추와 햄 그리고 치즈. 주말 동안의 식량이었다.


과일 코너를 지날 때였다. 한 노부부를 보았다. 두 사람 다 머리가 하얗게 세어 있었다. 할아버지는 카트를 밀었고 할머니는 그 옆에 서 있었다. 평범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손을 잡고 있었다. 느슨하게. 하지만 단단하게.


나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들의 손을 바라보았다. 주름지고 검버섯이 핀 손이었다. 수십 년의 시간이 새겨진 지도 같은 손. 그 손이 서로를 붙잡고 있었다. 마트의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그 장면은 조금 비현실적이었다.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저마다 살 물건 목록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하지만 그 두 사람은 다른 시간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아주 천천히. 자신들만의 속도로. 할머니가 사과 하나를 집어 들자 할아버지는 고개를 기울여 그것을 바라보았다. 둘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오늘 저녁은 사과를 깎아 먹겠군. 그런 종류의 대화였을 것이다.


부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신기했다. 하나의 미스터리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한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는 것.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변수를 겪었을 것이다. 좋았던 날도 있었을 테고 죽도록 미운 날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다른 행성에서 왔으니까. 나의 세계와 그의 세계가 충돌하는 순간은 반드시 오게 마련이다.


나는 가끔 연애를 한다. 그것은 상큼하고 가볍다. 그뿐이다. 하지만 결혼은 다르다. 그건 닭한마리 칼국수 같은 것이다. 매일 먹어도 괜찮아야 한다. 따뜻하고 속이 편해야 한다. 나는 아직 그런 국물을 맛본 적이 없다.


저 두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어떤 거대한 서사나 극적인 사건이 있었을까.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처럼.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조각들이 모여 그들의 역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함께 장을 보고. 사과를 고르고. 식빵을 사고. 그런 사소한 일들의 반복.


어쩌면 사랑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익숙해지는 것. 그의 세계가 나의 세계에 스며드는 것을 막지 않는 것. 나의 냉동실에 그의 식빵을 위한 자리를 내어주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겨울을 그도 좋아하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 것. 그냥 그는 여름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마는 것.


노부부는 채소 코너로 사라졌다. 나는 다시 카트를 움직였다. 맥주 코너로 향했다. 차가운 캔 네 개를 집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검은 비닐봉지가 손에서 덜렁거렸다. 나는 그들의 손을 생각했다. 그들이 고른 사과의 맛을 상상했다.


나는 그들의 답을 모른다.


아마 평생 모를 것이다. 상관없다. 세상의 모든 미스터리를 풀 필요는 없다. 그냥 그런 풍경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어제 저녁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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