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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Oct 09. 2016

again.. 천년동안도

@천년동안도.korea

사람은 살면서 한두번 미친짓을 할때가 있는것 같다. 그리고 그런 짓은 적당한 세월이 지난 후에야, 사실은 주로 돌이킬수 없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객기였는지, 나름의 명분이 있었는지, 아님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제대로된 교훈 정도는 챙길수 있는 것이었는지 하는 자신만의 판가름이 나는 것 같다. 내 경우 소위 제도권을 벗어나 강호로 내려오게 된것은 순전히 내 객기였으나 이후 이곳 캐나다에서 정착하게 되고 아이들 역시 한국에서보다 더 자유롭게 제 길을 가고 있는것으로 보아, 스스로 에게는 객기였으나 운좋겠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위 사진 왼쪽의 색소폰 주자 김기철 아우는 가끔 찾는 날 언제나 반겨주곤 했다. 그저 형님, 아우하며 맥주 한잔 정도 기울이는 사이였지만 난 그의 조용하면서도 열정적 연주에 언제나 속으로 감사해 했었다.

내 객기의 기승전결이 펼쳐지던 시절, 대학로에 위치했던 라이브 재즈바 천년동안도는 다른 곳에서 이미 한두잔 술이 걸쳐진 후 찾곤 했던 곳이었다. 재즈라는 장르가 대중의 호응을 많이 얻기 전 중년의 고객들만 드믄 드믄 앉아 있곤 하던 시절부터 찾았었는데 세월이 흐르며 어느덧 주로 젊은이들로 꽉차는 시기를 바라보며 난 캐나다로 와 버렸다. 내 친한 친구들은 물론, 사업상 인연을 맺은 친구들, 회사 고객들, 동료들.. 수많은 이들을 이곳에 데려와 와인을 기울이며 재즈를 즐겼었다. 그 숱한 세월동안 피아니스트 신관웅도 지나가고, 말로의 달콤한 보컬에 술이 깨기도 했고,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큰 콘트라베이스를 열정적으로 연주하던 송이를 보며 놀라기도 하고, 이정식의 섹스폰에 각설이 타령의 한을 느끼기도 하고, 유복성 형님의 커리비언 타악기에 매료되기도 했다. 알만한 1,2 세대 재즈 뮤지션들의 시대가 저물어 가면서 아주 새로운 재즈 리듬을 만들어 내며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해내는 젊은 연주자들의 발랄함과 독특함에 빠져들 무렵 난 에어 캐나다에 몸을 실고 가족이 지내던 토론토로 와 버린 것이다.

이 멋졌던 곳. 내게는 소위 soul place 였던 곳이 이제는 사라진 모양이다. 어딘가에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은 있지만 적어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옆의 천년동안도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곳이 되었다..

파안대소를 하고 하고 있는 저 트럼본 연주자 양반도 그립다. 신관웅의 빅밴드 멤버 였는데 걸걸한 목소리에 아재 유머가 가득한 사람이었다. 난 가끔 세션 브레이크 시간에 이들 뮤지션들을 찾아가 맥주를 사곤 했는데,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음악하는 이들은 아주 착하고 순수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캐나다의 카우보이 들에게서 한국의 뮤지션들에게서 느끼곤 했던 똑같은 순수함, 착함, 참 웃음, 좀 어설픈 아재 개그등을 발견 하며 반가워 한다.

천년동안도는 아마 내가 대학생 시절 훨씬 전부터 있었던 것 같고 오랜 세월 한국의 척박한 재즈 문화의 인큐베이터 역활을 오롯이 수행해 왔지만, 서울 대학로의 그 노른자위 땅을 건물주와 개발업자들이 그대로 놔둘리 만무했을테니.. 내가 살았던 토론토역시 마찬가지 였는데 내가 좋아하던 토론토 다운타운의 예술 영화,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이 허물어지고 고층 콘도가 들어섰었다. 개발중심의 자본논리는 너무 강해 종종 사악할 정도로 보이기도 한다. ㅠㅠ


again 천년동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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