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shin Aug 15. 2016

캐나다 스러움.. 호수위를 미끌어지다

@duck mountain provincial park

여름 오후의 햇살이 산들바람과 함께 더 이상 좋을수 없었던 어느날 난 호수위를 미끌어지다가 살짝씩 나른한 마음 속 비행(flying)까지 하고 있었다. 아들 아이가 말했었다.

.. 아빠, 호수 한 가운데까지 나가서 노젓지 말고 가만히 있어봐. 너무 평화스러워.

난 토론토에서 잠시 방문하고 있던 녀석의 말을 듣고난 후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고 대견해지기도 했다. 우리 아들이 벌써 어른이 다 되었군. 평화스러움의 소중함을 아는 나이가 벌써 되었구나. 아빠에겐 아직도 넌 놀기 좋아하고 유쾌하기만 한 개구장이로만 남아 있건만 넌 벌써 고요함, 한가로움,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네게 베푸는 평화스러움이란 마음의 상태에 감사해할줄 아는 어른이 되었구나.

아들아이가 미술쪽으로 대학 공부를 하겠다 선언했을때 우리 부부는 적잖히 놀랐었다. 예술분야의 특성상 어렸을적 부터의 조기 교육이 필요하고 대학 입학전 웬만한 기본기들은 다 갖춰논 상태에서 입학을 시도하는 것이기에 대입 육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무모한 결정을 한 아들이 못내 미덥지 않았던 것이었다. 다분히 즉흥적 결정으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녀석은 나름 제 방식대로 공부를 했고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명성이 있는 대학에 합격을 했다. 아마도 순발력은 남달랐던 것 같았는데.. 그런 녀석이 신입생활 육개월 이후 부터 시름 시름 시들어갔다. 기본기들이 탄탄한 입학 동기들, 심지어 다른 나라에서 미대를 졸업하고 다시 입학한 선배들 틈바구니 속에서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월드 랭킹 일위 대학의 힘들기로 악명높은 커리큘럼을 따라가기는 거의 불가능한것 같았다.

아들은 결국 학교를 자퇴를 했고 우리 부부는 한편으로 우리가 캐나다에 살고 있음에 감사했다. 실패에 대한 tolerance level 이 한국에 비해 매우 높은 사회이기 때문에.

녀석으로부터 다음 해에 다시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다시 지원하겠다는 말을 들었을때 우리 부부는 또 한번 놀랄수 밖에 없었다. 동시에 자신이 택한 진로에 대한 녀석의 진정성과 열정을 확인하고선 한편으론 다행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결국 녀석은 학교 창립 이후 전무후무하게도 학교에서 자퇴한 후 이듬해 같은 과에 재입학한 첫번째 학생이 되었고 녀석을 나름 챙겨주던 교수들 사이에서도 긍정적 지원을 받게 되었다. 이후 혹독하기로 소문난 신입생 일년을 무사히 마쳤고 이제 섬머 스쿨까지 마치고 다음 주 일주일 간의 방문을 위해 이곳에 온다.

어찌 기쁘고 대견스럽지 않겠는가. 설사 극성스러운 소위 코리안 대디가 아닐지라도 인생의 한고비를 제 힘으로 넘긴 아들 녀석의 잠시의 귀환이 어찌 귀하고 행복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소박한 연잎이 있었을까. 연은 사바세계 같은 탁한 곳에서 잘 자라난다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하늘색을 닮은 푸르고 맑은 호수에 누추할 정도로 소박한 연잎이 펼쳐져 있었고 작고 노란 연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어느 거대한 비버들이 저렇게 큰 댐을 쌓아 놨나. 포식자가 없는 한가한 물위엔 잠자리 한 쌍이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어느 겨울엔가 여름엔가 태풍에 혹은 벼락에 쓰러져 누운 나무는 오히려 편안하게 보인다.

밑둥이 부러져 누워버린 하얀 자작 나무가 그저 편안하게 보인것은 내 마음 역시 그러해서였을 것이다. 가족의 구성원 중 하나가 저렇게 부러져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면 나무의 모습은 내게 전혀 다른 감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감사할뿐이다.

이름모를 수생 식물들이 반짝이고

뿌리째 뽑혀 누워 버린 나무는 약간은 계면쩍은 인사로 날 반기는듯 하다.

이토록 한가하고 평화로운 날에

난 아무 생각없이 조용히 노를 젓는다.

나의 빨간 카약이 호젓히 놓여진 작은 호숫가 작은 선착장의 모습은 내가 그려보는 캐나다적 정물화다. 내가 꿈꿔왔던 바로 그 모습인거다.


그리고 캐나다 인으로 살아가는 소박한 내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please let me stay in peace as much and as long.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스러움.. 깨끗하고 푸른 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