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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Sep 06. 2016

아들과의 캠핑.. 낮엔 우박 밤엔 폭우

the storm didn't last long though..

아들과의 캠핑 첫날, 어머니 자연은 화창하기 그지없는 하늘과 적당한 산들 바람, 그리고 밤하늘의 끝없는 은하수와 별똥별들을 선사하며 다정히 우리를 환영했는데 다음날은 그녀의 전혀 다른 모습을 잠시 선보이며 그 강력함과 변화무쌍함을 실감시켰다. 둘쨋날 역시 우린 아침부터 카누를 타고 호수를 돌며 낚시를 했고 오후 두세시쯤 캠프 사이트로 돌아와 장작을 패며 식사 준비를 하는데 하늘 저편에서 검은 구름이 몰려 오기 시작했고 이내 사방이 컴컴해져 갔다. 후두둑 소리와 함께 늘어져 있던 각종 도구들과 음식 재료들을 수습할 겨를도 없이 장대비가 쏟아 지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후두둑 소리는 투다닥 소리로 바꼈고 그것은 캐나다에서 익히 들어왔던 우박 쏟아지는 소리였다. 갑작스런 폭우에 아들과 아내는 텐트로 들어가고 난 차량 안으로 피신했는데 우박의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차 유리창이 깨질것을 염려한 나는 나무 밑으로 차를 몰아 직접적 피해를 줄이려 했다.

캠프 사이트는 순식간에 거센 폭우와 우박소리, 그리고 바로 머리위에서 들리는 꽈광거리는 천둥소리에 묻혔고 우리는 그저 조용히 숨죽이며 이 광경을 바라다볼수 밖에 없었다. 갑작스런 난리에 당황하긴 했지만 차안에서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는 이러한 광경은 정말 대단하다, 아름답다, 장쾌하다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우박이 차량의 본닛과 천장, 그리고 차창에 부딪는 소리는 약간의 두려움을 갖게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비록 큰 전나무 밑으로 숨기는 했지만 이곳에서 우박 때문에 차량 유리가 깨지는 일은 흔한 일이기 때문에 마음을 졸이며 이 굉장한 자연 현상을 맞이할수 밖에 없었다.

얼마나 쏟아 졌을까.. 한시간 정도 지속된 곳 같은데, 이렇게 숲속에서 맞이하게된 폭우와 우박은 참 길게도 느껴졌다. 폭우에 텐트 바닥에 홍수가 날까, 우박에 차가 찌그러지거나 유리가 깨지지 않을까, 돌풍에 나무가 쓰러지지나 않을까..

그렇게 심정적으로 매우 긴 시간이 흐른 다음 우박은 그쳤고 비는 잦아들었다. 차 밖으로 나와 바라본 하늘엔 이곳 저곳 푸르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휴.. 끝났군.

캠프 사이트는 말 그대로 초토화 되어 있었지만 이런 장비와 도구들의 원 쓰임새 답게 비를 맞아도 우박을 맞아도 그저 끄덕없이그 자리에 무심히 놓여 있었다.

아직 잔비가 흩날리는 가운데 캠프 사이트를 돌아보며 혹시 발생했을 damage 를 살펴 보는데 텐트 내부도 무사하고, 장작불도 아직은 불씨가 살아있고 다른 레져 용품들은 강한 비를 맞아 오히려 깨끗하게 몸단장을 한것처럼 보였다. 좌간 이정도로 그친게 다행이었다.

아들은 텐트에서 나와 다시 불을 지피며 장작을 패기 시작하고 우린 맑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이 대자연의 환상곡에 대한 소회를 나눴다. 녀석은 이런 궂은 날씨를 오히려 즐기는듯 했다.

전나무 밑으로 피신했던 차도 아무 이상이 없었고 살짝 기울어진 키다리 나무 밑에 주차된 차의 모습이 좋은 그림이 되어 주었다.

우리의 아늑한 캠프 사이트는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이십 센티미터 가량 물이 찬 카누를 뒤집어 물을 빼고 젖은 양말과 모자를 모닥불에 말리며 인간이 유지해오는 불의 용도에 대해 다시금 고마움을 되새긴다. 맨발바닥에서부터 느껴오는 장작불의 따스함에 잠시 소박한 행복감에 젖어들기도 했다.

호숫가 비치의 좌우로 서기어린 안개가 피어오르고 거대한 비구름이 물러가며 하늘엔 푸르름이 다시 돌기 시작했다.

앵두를 닮은 어여쁜 열매에 맺힌 물방울과 숲에서 피어오르는 생명의 향기는 어지러울 정도로 상큼하고 신선했다. 잠시 연기를 뿜어냈던 장작은 다시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고..

우리의 씩씩하고 안정스러운 카누는 다시 비치에 놓여지고 치솟아 꽂혀 있는 아들과 아비의 낚싯대의 기상은 하늘을 찌를듯 높았다. ㅋ


그렇게 잠시 주변 정리를 마친 후 또다시 우린 카누를 몰아 호수로 나아갔다.

여전히 낚시를 시도하지만 입질도 전무하고 수초만 걸려 왔다. 하지만 물고기가 낚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하리.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것만으로 아비는 그저 흐믓하고 행복하기만 했다.

호수위를 떠다니며 맑고 푸른 호수 캔버스에 그려지는 많은 모습들을 본다. 푸른하늘, 하얀 뭉개 구름, 검은 먹구름, 그리고 아름다운 나무들, 그위에 떠있는 룬 오리들, 그위를 무리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들.. 캐나다에 살고 있음이 다시금 행복해지는 순간들이다.

토론토에서만 줄곳 살아오는 아들은 이러한 자연의 모습을 아끼고 사랑할줄 안다. 한국적 아기자기한 자연을 사랑하는 딸아이와는 달리 아들은 캐나다가 가진 대륙적 풍모의 자연을 좋아한다. 더군다나 예술을 하는 아들이기에 녀석의 마음속에 이러한 풍경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자리할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날 밤 역시 첫날 밤과 마찬가지로 하늘엔 은하수가 가득했고 인공위성들은 별빛 처럼 좌우로 밤하늘을 가르고 있었으며, 빛속도처럼 빠른 별똥별들이 이곳 저곳에서 획을 긋고 있었는데, 자정이 훨씬 넘어 텐트로 들어와 잠을 청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또다시 폭우가 쏟아졌고 텐트의 지붕이 찢어지는듯한 소리를 자장가 삼아 우리 부자는 쿨쿨~ 아침까지 잘도 골아 떨어졌다.


bye for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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