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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Sep 09. 2016

아들과의 캠핑.. 샤또 드 보카스텔

@the camp site

우리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캡틴큐 라는 럼주 비슷한 소위 기타재제주 라는 술이 있었다. 포킷 사이즈의 달콤한 독주로 가격이 저렴해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었다. 당연히 캠핑을 다닐때도 캡틴큐는 인기 술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아들아이가 대학생이된 지금 난 아들과의 캠프 파이어 정담을 위해 Bud Light Lime 한 케이스와 세병의 질좋은 와인을 가져왔다. 하루 종일 카누의 노를 젓고 캠프로 돌아와서는 장작을 패기 위한 도끼질을 해야 했기 때문에 갈증이 났던 우리는 주로 아이스박스에서 꺼낸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고 와인은 주로 나 혼자 마시게 되었다. 아들은 아직 와인을 즐기기엔 어렸기에, 맛이 부드럽네.. 정도의 코멘트와 함께 한잔 정도에 그쳤다.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 한국에서도 와인이 드디어 생산된다며 뉴스 거리가 되기도 했는데, 마주앙이란 이름의 리슬링 품종의 와이트 와인이었다. 마주앙이라는 브랜드 네임은 한국의 와인 시장이 개방되어 온갖 종류의 와인들이 쏟아져 들어오기전까지 한국 와인의 대명사였었다. 벌써 흑백 필름화 되어 바래가는 추억이지만 그 마주앙 와인의 세련된 유럽식 레이블과 통통한 병 모양은 디자인과 로고, 레이블링 등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의 한국에서는 뭔가 독특한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이 있었던 것 같다.

어제 오후의 폭우와 우박, 그리고 어젯밤 다시 무섭게 몰아치던 비바람은 다 사라지고 맑고 푸르른 하늘과 함께 늦여름의 따가운 햇살만 캠프 사이트에 가득하다. 캠프 파이어의 무심한 연기는 다정스래 피어오르고 간혹 새들의 울음소리만이 정적을 깨는 가운데, 딱다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는 내가 마치 목탁 소리 은은한 한국의 어느 깊은 암자 옆에서 캠핑을 하고 있는 듯한 생각에 빠지게 한다.

아이는 카누 트레일을 마치자 마자 카약을 가지러 올라가고... 캠프 사이트 바로 앞 호숫가 비치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나른하고 평화롭기 그지 없다.

뭉개구름이 피어나는 푸른 하늘 아래, 커다란 호숫가에 낚시대가 세워진 카누 한척이 놓여 있고 그 주변에 한 남자가 맥주를 마시며 우두커니 서 있다.

내가 생각해 오던 휴식의 이상적 이미지 속에 난 그렇게 정말 서있었다. 라임 슬라이스가 들어간 코로나와 똑 같은 맛을 가진 맥주를 마시며.

아들 녀석은 카약을 끌고와 휑하니 앞에 보이는 무인도로 사라지고 난 잠시 녀석이 멀어져가는 모습을 의자에 앉아 아무 생각없이 바라다 본다.  그래.. 아들과의 시간은 이런 거였어. 아무말 없이도 좋고, 녀석과 함께 노는 건 당연히 너무 좋고, 녀석 혼자 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도 좋고.

캠프 사이트로 돌아와 와인을 마시면서 고개를 꺽어 바라본 하늘엔 한줄기 선이 그어져 가고 있었다. 아마도 아들 녀석이 타고온 토론토 출발 국내선 비행기일 것이다.

텐트에 펙이 모자라 작은 도끼로 대신했는데 의외로 편리해 놀랐다.


stay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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