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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Sep 01. 2016

아들과의 캠핑

그래서 내 버킷 리스트 아이템 하나는 완성했다!  

일년만의 아들의 귀환은 우리 부부를 들뜨게 했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녀석이 지옥 훈련과 같은 이곳 캐나다 대학의 일년을 무사히 잘 끝낸 안도감과 반가움도 있었지만 부모 입장에서 다 큰 자식이 찾아오는데 행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 아이와의 카누잉과 캠핑, 그리고 호수 낚시를 위해 관련 장비와 기구들을 구입해 놓고 강가에서 실전 낚시 준비까지 잘 마친 상태에서 녀석이 오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토론토에서 출발하는 아이가 공항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이 제 비행기를 못탔고 밤새 공항에서 다음날 아침까지 다음 비행기를 기다렸고, 우리 마을에서 세시간이 넘게 걸리는 이곳 리자이나(Regina) 공항에서 기다리던 우리는 시내 호텔에서 하룻밤 묶을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나라에서건 한두번씩은 비행기를 꼭 놓치곤 하는 우리 가족의 내력은 어쩔수 없었다.

캠핑 당일 아침 우리 부자는 서둘러 카누와 카약을 차 지붕에 얹었다. 카약도 무겁지만 삼인승 카누는 장정 두사람이 차 지붕까지 올리기가 만만치 않았다.

아들이 오기 일주일 전쯤 미리 답사를 해 놓고 모든 예약을 마쳤던 이곳 주립 공원에서 가장 한적한 캠프 사이트에 장비들을 내려 놓고 텐트를 쳤고 주변에서 울부짖는 늑대들의 합창이 반가웠다. 이곳 주립 공원에는 여러 종류의 캠프 사이트가 있는데 수백명을 받아 들일수 있는 대형 캠프장에는 주로 버스 크기의 캠핑카 혹은 캠프 트레일러들이 들어차 있어 텐트와 침낭등을 이용한 고즈넉한 고전적 캠핑을 즐기기에는 적절하지가 않다.

이 호젓하도고 클래식하며 나무들로 둘러쌓인 완벽한 캠프 사이트에서의 삼시세끼는 통나무 장작을 패서 불을 지펴 해먹어야 되는데, 아들은 도끼로 장작 뽀개기에 심취하여 삼일밤낮을 틈만 나면 도끼질을 해댔다. 대학 시절 오대산이나 지리산등지에서 친구들과 캠핑을 하던 시절, 겨울 아침에 텐트에서 밖으로 얼굴을 내미면 그 깐깐한 겨울의 냉기가 확 느껴지곤 했고 밤에 해먹었던 물 누릉지는 꽁꽁 얼어있곤 했었다. 아마 당시 부터 나중에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으면 아들과 꼭 캠핑을 다닐것이라는 마음 속 다짐을 한 것 같다. 이제 그 꿈속에 내가 있는 것이다.

일인승 카약(kayak)은 이미 아들과 나, 그리고 아내와 딸까지 몇년간 즐겨 오고 있었지만, 삼인승 카누와 텐트, 침낭등 다른 모든 캠핑 도구들은 이제 막 그 쓰임새를 테스트 받는 중이다. 큰 도끼와 작은 도끼 역시.

대학을 다니며 토론토에서 혼자 아파트에 사는 녀석은 일년 새 너무 말라 있었다. 밥해 먹을 시간조차 내기 힘들고 거의 매일 밤을 세워가며 과목별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강행군의 학사 일정에 녀석은 피골이 상접해 있는 몰골이라 우리 부부의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들의 이번 방문을 준비하며 주로 고단백 스테이크들과 녀석이 좋아하는 튜나와 연어 사시미로 준비는 잘 했지만 어떻게 이렇게 말라서 왔는지..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 볼수록 마음이 아렸다.

첫날의 아침 식사는 타이거 프론 소금 구이와 옥수수, 그리고 삼겹살!! ㅎ

기름이 쏙 빠진 베이컨 장작구이는 크리스피(crispy)한 아삭함이 최고다.

그리고 녀석이 좋아하는 T-Bone Steak. 근데 캠핑에서의 모닥불에 구워 먹는게 워낙 오랫만이라 너무 센 불에 구워 버렸다. 이후 부터는 장작이 탄후 숯이 된 다음 제데로 구워 먹었다.

아들의 방문을 준비하며 급하게 구입한 카누가 진수되고

드디어 아들과 카누를 타고 어부의 심정으로 낚시에 나섰다.

대어를 낚았을 경우를 대비 고기 뜰채도 대형으로 준비했건만 한마리도 낚질 못했다. 루어의 종류가 잘못 되었거나 고기가 많이 모여 있는 spot 을 제대로 알지 못해 그럴 것이다. 어쨓든 고기를 낚든 못낚든 아들과 난 이 아름다운 호수에서 카누잉의 유유 자적함을 충분히 즐겼다.

이름모를 수생 식물이 수미터씩 자라나 물밖으로 나와 있었는데 이런 수초 지대가 잘 형성되어 있어 물고기는 많을것이 분명한데 입질도 없었으니 우리가 낚시의 초짜들임을 물고기들이 아는게 분명하다.

카누 낚시에서 돌아오자 마자 아들아이는 일인승 카약을 끌고 다시 호수로 나갔고 난 모닥불에 옥수수를 제대로 구워 먹기 시작했다. 캐나다의 옥수수는 정말 맛있다. 특히 sweet corn 은 달면서 즙이 많아 먹으면서 계속 감탄을 하게 된다. 이 맛있는 옥수수는 자신의 농장에서 직접 따와서 파는 농부 아줌마에게 사와 모닥불에 구운거다. 그러니 얼마나 더 맛있었겠는가.

아직 여름의 끝자락이지만 이것 호수 주변의 날씨는 이미 가을 이었다.

카약 타기를 좋아하는 아들은 카누 트레일에서 돌아오자 마자 카약을 끌어냈다.

아들아이는 쏜살같이 카약을 몰고 호수로 나아가 앞의 작는 무인도에서 놀다 들어 왔다.

늦은 오후의 태양이 호수를 둘러싼 나무 숲 위로 나른하게 넘어가고 텐트 앞 모닥불의 주황색 불꽃이 더욱 선명해져 가면서 카약을 타러 나간 아들을 생각하며 행복한 상념에 잠겼다.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지 어언 팔년이 넘어 가고, 토론토 공대 졸업을 앞둔 딸아이는 반도체 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고, 아들 아이는 나름 최선을 다해 학기를 마친 후 즐겁게 아빠와 놀고 있고, 아내는 그런 우리 가족을 생각하며 행복해 하고.. 열심히 살아온 보람이 있구나, 정말 감사하구나 라는 생각 말고는 달리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얼굴에 부드럽게 열기를 전달하는 장작불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그저 계속 행복한 때리기에 빠졌다.

캘리포니아 시절, 샌프란시스코 Golden Gate 를 건너 바로 우측 exit 으로 빠져 해변가로 내려가면 소노마 밸리 Sonoma Valley 가 나왔었다. 아내와 어린 딸아이와 함께 이른 아침에 찾았었는데 마침 부지런한 까페가 문을 열어서 진하고 향기로운 에스프레소를 한잔 마셨던 기억이 난다. 그리곤 그곳의 마리나 주변의 한적한 공원의 잔디 밭에서 한참 동안이나 아침 햇살 바라기를 했었다. 그래서 캘리포니아 와인 중 소노마 벨리 산이 눈에 띄면 그 추억을 일깨우고 싶은 생각에 꼭 집어들곤 하는데. 아들과 함께 마실 요량으로 집어온 미국산 와인이 이 녀석이었다.


talk to you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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