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 설한의 서울 종로의 한복판, 삭풍이 몰아치는 그 인사동 골목에서 진지함을 넘어 심각하게 연필을 고르는 커플이 있었다. 몸을 굽혀 다양한 연필을 집어보고 다시 내려 놓는 동작은 내가 그들을 발견한 10여 미터 전 쯤 부터 그들 바로 앞을 지나가는 동안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이들 외국인 커플의 행동이 그 이쁜 연필들 보다 더 어여뻐 보였다. 그들이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정성을 다해 고르고 고르는 이 행위가 참 부러웠다. 집었다 놓았다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 연필을 선물로 받을 이들의 면면과 성격, 그 관계의 유쾌함이 떠 오를 것이고 선물할 대상의 성격과 기호 그리고 선물을 받고 즐거워할 모습도 떠오를 것이다. 난 왜 이러한 즐거움을 알지 못하고 살아 왔을까.매번 공항 면세점에서 충동적으로 집어들거나, 시간이 없을 경우 그저 기내 잡지에서 열거된 선물들을 고르기에 급급했을 뿐이었다. 사실 난 선물의 대상인 가족 구성원들이나 회사의 동료, 친구들을 염두에 두었다기 보다는 그저 별 생각없이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 지극히 전형적 의미의 물건들을 좋은 선물이라고 집어들었을 뿐이었던 거다. 난, 내가 생각하기에 저리 사소한 선물을 고르기 위해 엄동설한에 장갑을 벗고, 바람을 맞아가며 한참 동안이나 고르고 골라 전달될 그 작지만 큰 선물에 대한 가치를 전혀 생각해 보지 않고 살아왔던 거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살아왔던 결과였을 것이다.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