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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Jan 06. 2017

체감 기온 영하 50도

하지만 여름엔 맹렬한 더위

어느 일요일 아침 이곳의 기온은 영하 36도. 거센 바람이 불어 windchill 혹은 feels-like temp 즉 체감기온은 기온은 영하 51도 였다. 북극의 추위가 부럽지 않은 믿거나 말거나한 정말 대단한 추위다. 이곳 마을 주민들은 이곳이 극지방 보다 더 춥다고 말한다. 지프가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요즘은 매일 예열 플러그를 꽂아 놓는데도 영하 50도로 내려간 강 추위에 모든 것이 얼어버린 것이다.

이런 날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 아이스 피싱으로 잡은 물고기를 내게 보여주겠다며 거대한 노던 파이크를 들고선 내 호텔 레스토랑으로 모닝 커피를 마시러 나타나는 할배도 등장하곤 한다. 잠이 없는 동네 할배들의 요청에 의해 난 한동안 새벽 6시에 레스토랑을 열어 커피와 아침식사를 제공했었다. 헐..

흥미로운 통계는 이렇게 추운 겨울을 가진 이곳에서의 노인 사망률은 아무리 춥더라도 겨울엔 전혀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반면 뜨거운 여름에 하늘나라로 오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인간의 적응력이 놀랍긴 하지만 더위와 추위 두 극단 모두에 적응하지는 못함을 본다. 이곳 주민들이 적자생존을 위해 선택한 것은 추위인 것이다. 벌써 오년째 이곳에서 살아오고 있는 나 역시 언젠가 뜨거운 여름에 세상과 작별을 고할것이다.

이렇게 모든 것이 하얗게 얼어버린 엄동설한에 푸르렀던 들판과 나른했던 드라이브를 생각해 본다. 이곳에 여름이 오면 언제 겨울이 있었냐는듯이 온통 푸르름과 뜨거움이 함께 한다. 혹한의 겨울이 깊고 길수록 여름의 맹렬함은 더하다. 겨울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동식물의 건강함과 화려함은 더욱 돋보이기에.


stay warm fol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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