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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Jan 08. 2017

shall we dance?

choppers@war

헬리콥터 기병대장인 Big Duke 6는 무심히 공격 명령을 내린다. 아니 사실은 마음이 바쁘다. 어서 해치워버리고 우연히 굴러들어 온 파도타기 선수 병사와 서핑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에.. 여긴 로미오 폭스트롯, shall we dance? 베트남전은 대대장 급의 고급 지휘관조차 전쟁의 당위성을 찾기 불가능했던 거다. 미군이 보유했던 너무나 많은 병력, 너무나 많은 무기, 너무나 많은 전쟁 자금, 그리고 너무나 많은 마약들.. 하지만 정작 전선의 지휘관들이나 병사들에게 이 전쟁을 왜 치러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은 고사하고 핑계조차 없었다. 영화 아메리칸 갱스터에서의 댄젤 워싱턴은 베트남에 파병된 미군 하사관과 작당해 순도 백 퍼센트의 마약을 태국의 마약 군벌에게서 구입해 월남전을 위해 전쟁 물자를 나르던 미군 수송기를 통해 들여와 뉴욕에서 떼돈을 번다. 어쨌든 피를 끓게 하는 듯한 바그너의 음악만이 이들 병사들의 즉흥적 전의를 잠시 소비시켜 줄 따름이었다. 춤사위나 한판 벌여 보자며..

인디언들을 몰아내기 위해 말을 달렸던 서부 시절의 기병들은 이제 지옥 불을 뿜어대는 하늘을 나는 말을 타고, 아무런 전술 전략적 가치가 없는 단지 잠시의 서핑을 위한 높은 파도가 이는 해변을 차지하기 위해 출동한다. 좀체 생겨나기 힘든 병사들의 전의를 돋워내기 위한 지휘관의 방식은 바그너의 그 음악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바그너의 호전적 음악은 이차대전 이후 이스라엘에서는 공연이 오랫동안 금지 되었었다. 유태인 지휘자인 바렌보임에 의한 통 큰 화해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바그너의  이 유명한 ride of the valkyries는 내가 좋아하는 위대한 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가 1973년 my name is nobody에서 이미 코믹하게 잘 써먹으셨다. 기병대는 아니지만 백여 명이 넘는 무법자들이 황야를 마구 달려오는 장면에서 코맹맹이 하모니카 혹은 아코디언 같은 것으로 연주되는데, 심각하고 장중한 오리지널 버전을 삽입한 코폴라 감독에 비해 모리꼬네의 블랙 유머적 음악 한수가 너무나 돋보이는 것이었다.

좌간, 이런 끔찍하지만 대단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코폴라 감독 역시 필리핀에서 지옥과도 같은 촬영 과정을 감수했다 하는데, 지금은 러시아나 미국은 물론 전쟁 중인 중동의 여러 국가들과 테러 집단들 조차 자국 관련 전투 상황을 탱크나 헬기, 그리고 전투기에 부착된 적외선 모니터나 액션 캠들을 통해, 혹은 군사위성이나 드론 촬영 영상, 심지어 폭격 목표를 따라가는 미사일 코에 부착된 유도 카메라를 통해 생중계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서 리얼한 전쟁 영화 장면을 만들어 내야 하는 감독들의 상상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정글 전투에서의 효과성이 입증된 베트남전 이후, 공격 무기체계로서의 헬리콥터는 비약적인 전을 지금껏 계속 이뤄 오고 있는데, 보병이 운용할 수 있는 포터블 대공 미사일이 발달되지 아직 않았던 베트남전 당시만 해도 헬리콥터들이 이렇게 떼거리를 지어 이동하면서 제맘껏 전투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수평선을 등지고 해변으로 접근하는 공격 헬기들의 압도적 포스는 코폴라 감독 그만이 가지는 지문(finger print)이 되어 버렸다.


소말리아 내전에서의 미군 개입에 따른 전투 실화를 바탕으로 한 블랙 호크 다운 역시 헬리콥터 출동 장면은 압권이다. 아름다운 소말리아 해변을 따라 출동하는 특공대원들의 헬기들 아래 건강한 아프리카 멧돼지들이 놀라 질주라는 모습은 또 다른 아이러니한 영상미학이기도 했다.

압도적 전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쟁, 전투의 양상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는 개연성이 크게 존재함을 제대로 보여주는 뛰어난 전쟁 영화였다. 내전에 개입되어 수렁에 빠져버린 미군은 베트남전에서와 마찬가지로 전쟁에 대한 대의명분이 없다. 소말리아 내부적 정치 역학 관계가 지구 반대편에서 파병된 미군 병사들과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병사들은 단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전우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전투에 임할 뿐이다. Nobody left behind!

Irene~~~! 헬기로 공중강습 되는 특수부대 공격 개시 암호명 아이린(Irene)은 다가올 전투에서의 치명적 손실을 예견하지 못한 너무나 어여쁜 이름이었다.


simply be happy with the choppers as emergency ambulances only..



p.s. 2024 년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니 침공 전쟁에서의 헬리콥터는 보병들의 값싼 휴대용 대공 미사일에 속수무책 추풍낙엽이 되어 버리는 바람에 탱크와 더불어 헬기 역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바, 다소 SF 적 기동성과 극강의 가성비를 장착한 드론 시대가 마구 열려가고 있다. 인간들 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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