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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Jan 12. 2017

목수는 연장을 탓한다

life@the Prairie

호텔 리노베이션을 위해 Circular Saw, Reciprocating Saw, Cutting Saw, Jig Saw 등의 온갖 파워풀한 전동톱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와 보니 정작 필요했던 Table Saw 가 없어 긴 직선면을 자를때는 여러 편법을 동원 짜증나게 작업을 하곤 했는데 오늘 드디어 이 녀석을 구입해 와서 조립을 했다. 조립 기념으로 한잔 하려던 와인은 조립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마시지도 못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새로운 전기톱을 장만한것에 의기 양양했으나 이후 톱에서 전원 플러그를 뽑기까지 3년이라는 고난의 세월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일년에 두어번 정도의 성취감과 그에 따르는 자신감, 그리고 목수로서의 스킬이 일취월장해 가기는 했다.

레스토랑과 바(bar), 120명을 수용하는 연회 공간(banquet hall), 그리고 스무개의 객실을 모조리 리노베이션 하는 작업은 간단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

레스토랑 리노베이션을 위해서는 일년이 넘도록 레스토랑 비지니스를 포기해야 했고, 객실 공간을 뜯어 내고 정리해 나가면서는 거의 일년 반 동안 호텔에 숙박 손님을 받을 수가 없었다. 당연히 캐쉬 플로우가 형성되지 않는 가운데 투자만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시 거치고 싶지 않은 과정이었다.

리노베이션을 시작했을 당시의 상황.

이렇게 무턱대고 시작한 리노베이션은 자그마치 삼년이 넘어 걸렸다. 아직 시간이 날때마다 손볼곳이 있긴 하지만, 목수일을 하나씩 유튜브로 익혀가며 작업 인부들이나 기술자들을 전혀 고용하지 않고 우리 부부의 힘으로만 해냈다. 무모할 정도로 모든걸 스스로 해치웠다.

모든 객실과 복도의 카펫을 다 뜯어내고 모두 나무 마루로 깔았다. 내가 나무 패널들을 재단하는 전기 톱의 요란한 소리는 일년 내내 조용한 마을에 우렁차게 울려 퍼졌었. 복도와 객실의 카페트를 모조리 걷어내고 우드 패널을 깔기 시작했고 모든 벽면의 하단부 역시 우드 패널로 깔고 두르는데만 일년이 소요되었다. 엄청난 무게의 우드 패널을 구입에 실어 오기위해 매번 대형 트럭까지 빌려야 했고 수만불의 자금이 소요되었다. 거의 오십개에 달하던 브라운관 TV를 사십인치 이상 평면 TV 로 교체하고 갈아 치운 변기만해도 삼십개가 넘는다.

퀸사이즈 침대의 프레임도 나무로 썰고 붙여가며 내가 직접 만들었는데 그 침대의 갯수만 해도 거의 삼십여개다. 수백개의 각종 백열등과 특수등을 모조리 LED 등으로 교체하고. 어떻게 그걸 다 해냈는지 지금 생각해도 까마득하다. 리노베이션 개시후 이년이 지나서야 폐자재와 침대류, 가전제품, 모든 변기등등의 엄청난 쓰레기를 매립지에 버릴수 있었는데 그 양이 컨테이너 두대 분량이었다. 이층의 숙박시설들에 위치한  GE등에서 1960경에 제작된 코끼리 만한 냉장고, 전기 오븐들 그리고 방마다 들어차 있었던 이십여대의 히터-에어콘 겸용 기계들은 너무 크고 무거워 완전히 해체하지 않고서는 내려다 놓을 수 조차 없었다.  믿거나 말거나.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면, 용도에 알맞는 도구들이 잘 갖춰져 있었고 그 사용법에 익숙했다면 리노베이션 기간은 많이 단축될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간과 돈이라는 비싼 댓가를 치뤄 냈기에 성취감은 더 클수 있었다. 자칭 목수로 다시 태어나는 즐거움과함께.

간판 조차도 직접 디자인해 만들어 심심했던 건물 벽면을 장식했다.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는 그의 철학을 세우고, 누구는 시간과 공간을 정의하며 우주 기원의 framework을 세우고, 누구는 나라를 세우고, 누구는 인류사에 길이 남을 건축물을 세우며, 누구는 나라보다 더 큰 회사를 세우고, 또 많은 누구들은 현금 다발의 바벨탑을 세우며.. 하지만 난 이 작은 마을에 간판을 세울 뿐이다. 이곳의 간판업자들은 간판을 디자인하고 만들어 내는데만 오천불의 견적을 제시했다. 마을을 방문해 내 호텔 건물에 간판을 부착하는 인스톨 비용은 또 수천불이었다. 그래? 그럼 내가 하지 뭐. 딴데나 해줘라. Never mind.
아내가 디자인한 간판은 내가 좋아했던 타미 힐 피거 로고를 닮았다. 아내는 짬짬히 시간 날때마다 간판을 디자인 하고 폰트를 만들었는데 어제 난 콘크리트 건물벽 이층에 강력한 햄머 드릴로 수십개의 구멍을 뚫어 간판 부착을 위한 weathered wood panel 들을 설치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오후 난 와인을 홀짝거리며 그위에 간판을 부착했다. 모든걸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설치하는 이러한 원시적 과정은 우리 부부의 기분을 넘 좋게 만든다. 이 작은일의 성취감은 결코 작지가 않을지니.

이제 호텔의 게스트룸들을 리노베이션 한 후 었던 손님들의 positive 한 입소문들과 Tripadvisor 등의 호텔 관련 사이트들에 좋은 평가들이 올라오면서 이번 달은 드디어 방들이 꽉 찼다. Prince Albert와 Calgary 에서 온 건설팀들과 오늘 밤 캘리포니아에서 방문하는 노부부등, 내가 리노베이션을 모두 끝낸 방들은 더 이상 available 한 방이 없게 된 거다. 건설팀들은 벌써 이주차 묶고 있고 앞으로 한주일 정도를 더 묶게 되는데, 거의 이년 넘게 리노베이션 작업때문에 accomodation business revenue 는 거의 제로였는데 이렇게 살아나니 공돈이 생기는 기분이다. 저작권료를 받는 기분이랄까.

그 와중에 난 요리사, 세프 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ces't la vie.

오늘은 열심히 내 방을 만들고 있음. 방 두개를 엮어서 suit room 으로 만들지만 한국에서나 어디서나 친구가 방문한다면 게스트 룸으로 내어줄려고,


bye for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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