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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Jul 29. 2016

푸른 하늘엔 솔개가

@parliarment hill.ottawa

오타와의 푸른 하늘 아래 잔디 밭에 벌렁 누웠다. 캐나다에서는 캘리포니아에서처럼 누구나 할것 없이 햇살 좋은 날, 잔디밭에 웃통을 벗고 눕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뭐라 그럴 사람 또한 없다.

거꾸로 누워 바라본 하늘도 푸르기만 하다. 어찌봐도 푸르니 푸른게 분명하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캐나다의 民意가 모이는 곳, 연방 의사당. 의사당 앞의 드 넓은 초원엔 유모차 속 아이의 사진을 찍어 주는 엄마, 강아지들 산책시켜주는 시민들, 나 같이 잔디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며 시체 놀이 하는 사람, 의회 건물을 둘러보는 한가로운 관광객들, 그리고 두어대의 순찰차로 이리 저리 움직여가며 길 안내를 해주는등 방문객들 치닥거리를 주로 하고 있는 나른한 표정의 연방경찰들, 억울함을 호소하는 플랭카드도, 일사분란하게 팔을 휘두르며 구호를 외쳐대는 시위대도, 할복하겠다고 울부짖는 사람도, 전국에서 모여든 엄청난 수의 버스들도, 침묵의 일인 시위자도 없었고, 시커먼 복장의 폭동 진압 경찰들의 부라린 눈도 없었다. 한국에 살면서 여의도의 국회의사당은 10년이 넘게 봐왔다. 그것도 휠씬 높은 곳에서. 의사당 건너편 고층 건물이 직장이었던 터라 그럴 수 밖에 없었는데, 수많은 종류와 온갖 규모의 시위가 끊임없이 벌어졌었고  그 근원을 알수 없는 국회 건물의 모양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정치인들의 한심한 작태가 오버랩 되면서 쓴 커피 맛을 더욱 쓰게 만드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한국 정치현실의 괴상한 상징물이었다. 한번은 캘리포니아 출신인 당시 내 보스 Jim이 한국을 방문했었고 hp 건물에서 바라다 보이는 국회의사당을 보며 물었었다. 저게 무슨 건물이냐고. 저긴 온갖 무례하고도 황당한 idiots들이 가득차 있다고 내가 대답했는데, 뭔지를 알고 난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 국회의원들을 그렇게 말해도 되??
그의 말에 오히려 내가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미국은 의원들이 나름 존경을 받고 있구나.
맞다.. 우리가 직접 뽑은 選良 들을 그렇게 매도할 순 없는거다. 누워서 침뱉기 인거다. 뽑아줄땐 언제고.. 하지만 우린 그보다 더 심하게 부르며 그들이 민의의 전당이라고 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분개한다.
.. 텐트를 쳐가며 침낭에서 자기도 하고, 햄머로 때려부수기도 하고, 붕붕 날으기도 한다.
.. 주먹이 나르고, 의자가 나르고, 그러다가도 TV 화면이 비춰진다 싶으면 괜히 젊잔을 빼기도 한다.
.. 젊은이들의 실업난이 심각하니 공무원 수를 대폭 늘리라고 하기도 한다. 에휴..
멀쩡해 보였던 사람들도 금뱃지를 달고 그곳에 들어가기만 하면 괴상하게 변하는 곳이다.

영국의 왕실 문장을 모델로 한 캐나다의 문장은 사자와 유니콘이 캐나다의 방패를 떠받치고 있는 모습인데, 캐나다의 심볼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상징이다.

몇년전 스티븐 하퍼가 총리였던 때, 이곳의 국영방송인 CBC에서 의회 청문회의 생중계가 있었다.
연방의 여성부 부장관까지 지낸 여성 정치인의 스캔들에 관련해 남편과 사기꾼 기업인, 그리고 정부 국책 프로젝트 선정과 관련된 비리 등이 얽히고 섥혀 등장 인물들의 역할만 생각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복잡한 상황이었는데, 제삼의 고객의 의뢰에 다른 건의 수사를 해가던 사립 탐정에 의해 이들의 비리가 포착되고 이 탐정이 의원 몇에게 알리면서, 또 언론이 알게되면서 노출된 사건이다. 그리고 Snowdy 란 귀여운 이름의 그 똑똑한 탐정이 이곳 연방의회에 출석해 여야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답하는 상황이었다. 여권의 도덕성에 치명적일 수 있는 스캔들이라 하퍼 수상은 사건의 전모를 다 파악하기도 전에 서둘러 그 전 여성부 부장관을 바로 해임시키고 다음번 출마 명부에서 제외시키는 등 발빠른 조치를 취했는데, 어쨌든 사건의 전말을 캐물어 가는 여야 의원들의 조용한 목소리와 되짚어 가는 논리들을 들어 볼때 한국의 경우들이 교차되면서 많이 부러웠었다. 정해진 시간을 넘기는 의원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의원당 5분씩의 일차 질문의 순번이 다 돌아간후 후 30초의 간의 짧은 정회 후 가진 3분씩의 2차 질문시간으로 이어지는 강도높은 진행이었는데, 청문회에 참석해 증언을 하는 참고인을 배려한 것이었을 것이다. 짜임새 있는 의장의 진행과 내용에 따라 추후 서면 답변으로 대신하겠다는 것들도 자연스러웠고, 마치 국제 학회에서의 학술 보고와 질의 응답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물론 이곳도 여야 정치인들 간에 고성이 오가며 정회도 되고, 서로에 대한 비방은 심한 인신공격의 내용까지도 TV 광고를 타면서 장난이 아닌 수준으로 진행되지만, 좌우간 거기 까지다. 말로 싸우고, 논리로 싸우고, 증거로 싸우고, 정보로 싸운다. 하지만, 거기까지인 것이다. 더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좋고 유쾌하다.

고개를 잔뜩 꺽어 사자 문장을 바라보는 아이.. 네가 이나라에서 짊어지고 나아가야할 가치가 뭔지를 알겠지? 캐나다의 심벌 문장인 Coat of Arms 에는 A Mari Usque Ad Mare, from sea to sea, 바다에서 바다로 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동쪽 대서양과 서쪽 캐평양을 연결하는 대륙 캐나다의 건국 모토인 셈이다. 이제 난 구월달이면 형식적이긴 하지만 여왕 앞에서 맹세를 하게 된다. 영주권을 갱신하려다 보니 문서 요구 사항등이 귀찮아 미루고 있었는데, 훨씬 간단한 프로세스로 개편된 시민권을 신청했더니 두달만에 시민권 시험을 거쳐 최종 선서식만 남게 되었다. 이 나이에 IELTS 영어 시험도 잘보고 시민권 시험도 100점 받았다 ㅋ. 좌간 이제 한국에서의 족적은 민족적 역사로서의 레코드만 남게될뿐 국민으로서의 자격이나 권리는 사라지게 될것이다. 왕실 문장이 이쁘게 새겨진 캐나다 여권을 가지게 되고 선거권을 가지게 되는 변화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젠 어디나 맘대로 들락거릴수가 있어서 좋을것 같다. 영주권자로도 여행이야 할 수 있지만 캐나다 거주 기간이 일정 기간 이상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심적으로, 아니 자존심적으로 ㅎ, 100% 완벽한 자유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thank Can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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