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원정 @ 경복궁
조르쥬 무스타키의 회상적 노래, 그곳에 정원이 있었네 (Il y'avait un jardin)를 들으면 산책하고 싶은 곳들이 떠오른다. 어디 한두군데가 아니지만 서울에 있다면 당장 가볼곳은 주저없이 경복궁이다. 한국의 전통적 정원은 주변 자연과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전문가가 아니면 오래되어 손상된 정원터를 밝혀내는 건 매우 힘들다고 한다. 지극히 인위적인 일본의 정원들에 비해, 한국의 정원은 자연의 경계와 너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어디서 부터가 가꾼 정원이고 어디가 자연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굳이 나의 공간을 강제로 자연으로 부터 옮겨 와 담을 높혀 구분 지어야 하는가 라는 생활 철학적 입장에서 우리의 조상들은 참으로 멋스럽고 자연스러웠다. 다분히 道家적 영향으로 발빠른 현실적 대응 과 적용을 통한 근대화에는 뒤질 수 밖에 없었지만 인간과 자연의 어우러짐이라는 궁극적 명제에 대한 바른 해석이었고 여유로움이었던 것 만은 분명하다. 작금의 전쟁터를 방불하는 테크놀로지 지상주의, 자본 과 생산성 지상주의의 최전선에서 살아보고 나서야 그 우아함과 여유로움의 처신이 한 개인에게도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향원정은 인위적으로 연못을 파고 돌출된 팔각정까지 세워 놓은 과시적 형태의 궁궐 정원이지만 정을 둘러싸고 있는 오래된 나무들과 연못의 물풀들이 전체적 인위성을 많이 완화시켜 주고 있는 듯 하다. 2009년의 한국 여행에서 복원되고 있는 경복궁 구중 궁궐의 곳곳을 둘러보며 얼마나 많이 흐믓하고 자랑스럽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