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문 중 동생의 차안에서 살짝 바라본 경복궁.. 광화문 대로에서 우회전을 하자마자 삼청동으로 오르는 경복궁 옆길로 다시 좌회전을 하는 짧은 시간 동안에 바라본 근정전 주변이었지만 아름답고 서사적인 궁궐의 모습은 고스란히 그 존재감과 역사감을 들어내고 있었다.
학교와 집이 세상의 전부였던 초등학교(aka 국민학교) 시절, 일년에 한두번 정도의 수학여행 나들이는 주로 경복궁이었다. 서울의 북쪽 끄트머리 미아리 에서 다운타운 중심의 이곳 경복궁까지는 얼마나 멀고먼 신나는 장정이었던지.. ㅎ
궁궐로 출근하는 고관대작이나 관련 신하들을 제외하고 경복궁이 창궐된 이후의 민초들은 이조 시대의 흥망성쇠를 이렇게 오늘의 나처럼 밖에서만 바라보며 스쳤을 것인데, 신비롭기까지한 유려한 곡선미의 기와 지붕과 보일듯 말듯 적당한 높이의 담장 너머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그 모든 정쟁적, 당파적 사건 사고들이 다 끝나고 나서야, 그것도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나 알려지곤 했을 것이다. 건축미학적 완성도에 비해 죽고 죽임을 거듭하며 수백년을 거쳐 내려온 조선 왕조사는 그리 아름다울것이 없었을테니 밖에서 바라보는 궁궐의 모습은 만감이 교차되는 것이었겠다. 관광객 입장에서 유쾌한 심정으로만 바라보는 지금의 나와는 결코 같을수 없었을테니..
백성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근정전의 아름다운 현판글은 작금의 정치 상황에 비춰 낯간지럽고 애통하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하면서 다분히 컬트적 뉘앙스를 뿜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