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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Feb 21. 2017

이 도시에 여름이 오면

@habour front.toronto

토론토를 떠나온지도 8년이 되어간다. 그 팔년은 정말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내일이면 난 육십대의 시니어로 둔갑해 있을 것이다. 세월아 물렀거라! 눈을 부라리며 살아야겠다. 아직 서슬 파랬던 사십대 후반과 오십대 초반을 보낸 곳인 토론토에서의 사계절은 모두 다 좋았다. 캐나다의 동쪽 끝 토론토와는 기후와 토양, 그리고 공동체 문화가 너무나 다른 북미 대륙의 정중앙 대초원 지역, 사스카츄완에 살고있는 지금, 아이들이 회사와 학교를 다니는 터라 그간 몇차례 토론토을 다녀오긴 했지만 주민으로 사는것과 잠시 다녀가는 것은 너무 다르다. 다음달에도 잠시 다녀 올것이지만 꽃이나 피어 있을지..

어느 여름에서 부턴가 하버트론트의 한 곳에 플로리다에선지 뉴질랜드에선지 퍼 가지고 온 모래로 새로운 비치를 만들어 놨었다. 조그만 하지만 이쁘다. 그 모래에 누워있는 이들도 이쁘게 보인다.

여긴 먼저 와서 앉는 사람이 임자다. 저렇게 책을 시리즈로 읽으며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누가 뭐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앞에 보이는 토론토 섬에는 국내선 공항이 있어 중형 여객기들이 쉴새없이 뜨고 내린다.

선창가에 가득 열지어 있는 크고 작은 알록달록한 요트들은 그저 무심히 바라 보기만 해도 친근감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 아름다운 청춘들은 처음 이곳을 출발할 때는 마구 신나서 마구 노 저어 나갔을것인데, 돌아오는 모양새를 보니 완전 기진맥진, 웃음기가 하나도 없다. 다행인건 그래도 노기가 등등하지는 않다. 맨 앞의 안경쓴 아이는 정말 해리 포터를 닮았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어 절대 녹지 않을것 같았던 온타리오 호수는 여름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듯 눈부신 아쿠아 블루로 화하며 향연의 계절을 맞이한다.

여름의 하버프론트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한국의 경기도 만큼이나 큰 바다 같은 온타리오 호수는 언제 봐도 이쁘다. 요트 타는 사람, 카누 타는 사람들, 각종 모양의 유람선 타는 사람들, 토론토 시민들과 많은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 그리고 나.  근데 워낙 넓어서 붐비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시다(cedar) 나무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카누를 힘차게 저어가는 할배는 인디아나 존스를 닮았다.

해변가 바로 앞에는 역사 깊은 토론토 아일랜드가 있어 수영을 할수있는 모래 사장도 있고 많은 행사가 열린다. 또 각종 요트와 범선, 그리고 이렇게 이쁘고 깨끗한 모터 보트들이 사방을 떠 다닌다.

한 겨울 찬란한 햇살아래 얼음을 지치는 동심으로 가득 찼던 이곳 하버 프론트 아이스 링크는 여름에는 카누를 젓는 또 다른 동심으로 즐겁다.

길고 긴 해변가를 천천히 산책하는것의 내겐 하나의 의식이었다. 한가로운 사람들과 평화롭게 눈인사를 나누며 스쳤던 산책은 참 소중한 일상중 하나였다.

하버 프론트 해변가에서는 물론 토론토 시내 어디서나 바라다 보이는  CN Tower는 언제나 다정스럽고 듬직하게 다가온다. 오랜동안 태극기가 그랬듯 캐나다 시민으로써 바라보는 붉은 단풍잎의 캐나다 국기는 항상 날 감사하고 뜨겁게 한다.


i love toro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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