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shin Feb 28. 2017

캐나다스러움.. 너무 드넓어 닿기 힘듦

@prince albert national park.sk

오래전 캐나다 땅을 처음 밟으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던 곳은 캐나다의 경제 수도이자 가장 큰 도시인 토론토였다. 토론토엔 수백만 정도가 모여 살았었고 인근 위성 도시들을 포함한 광역 토론토 GTA(Greater Toronto Area)의 인구 역시 천만이 좀 넘는 수준으로 서울이나 각국의 대도시의 규모에 비해 소박할 정도였다. 어느 나라에서나 도시에서의 라이프 스타일은 유사한 것이었고 캐나다의 규모에 대한 별다른 감흥이 이는 기회가 없었는데, 도시를 벗어나 캐나다 대륙 횡단 여행을 몇 번씩 하게 되고 캐나다 내 도시들 간의 항공편 여행을 하게 됨에 따라 도대체 이 나라가 얼마나 광활한 곳인지를 알아가게 되면서 여생을 캐나다 국내 여행만 한다 해도 모든 곳을 다 돌아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되었다. 인간의 접근을 불허하는 극한적 기후대의 지역이 광대할 뿐 아니라 내셔널 지오그래픽 탐사팀 정도의 준비된 프로페셔널들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낼 지역들이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경제와 교역, 그리고 정치의 중심인 캐나다 동부의 여러 도시들에 비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중원의 서스캐처원 주는 모든 환경이 완벽히 다르다. 전통적인 농경, 목축업이 주 산업을 이루고 엄청난 매장량의 오일과 가스의 에너지 산업, 그리고 친환경 비료의 원료가 되는 포타쉬 채굴 산업 등으로 이루어진 이곳의 중남부는 북미 대륙의 거대한 초원 지역을 형성하는데 사방을 둘러봐도 지평선만 보이는 곳이다. 또 어느 정도의 위도를 넘어가는 북쪽 지대에서는 forest line(수목선)이 형성되기 시작하여 그 모든 북쪽은 빽빽한 전나무와 침엽수림을 이루게 되는데 이 역시 사방을 둘러보아도 숲밖에 보이지 않는 장관을 이루게 된다. 그 안에는 십여만 개의 보석 같은 호수들과 늪지, 그리고 강들이 완벽한 생태계를 형성하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주인공들인 수많은 종류의 사슴들, 곰들, 버펄로, 늑대와 여우, 각종 조류, 그리고 거대한 크기의 어류들이 간혹 우리 인간의 눈에  띄게 된다. 겨울에는 영하 사십 도를 오르내리는 거의 북극 정도의 강추위와 대단한 강설량을 자랑하며 여름엔 삼십 도를 웃도는 맹렬한 여름이 유지되는 이곳은 그러한 혹독한 기후로 인해 오히려 지극히 건강한 생태계를 이룬다.

캐나다에 살면서 문득문득 한국이 떠오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십수년을 살아왔던 한국의 구석구석과 캐나다의 이곳저곳이 비교되며 많이 그립기도 하고, 다행스럽다며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는 것은 인생 후반기에 이민을 오게 된 세대들이 가지는 일반적 징후일 것이다.

너무 드넓어 닿기 힘든 캐나다에 비해 언제나 손과 발이 닿을 수 있는 한국의 지근거리의 자연이 그리운 경우가 많다. 별 준비 없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쉽게 오르내리며 그 자연을 둘러싼 온갖 도시적 인프라와 서비스의 편리함을 누리고 싶은 것인데, 한편으로 캐나다 자연의 광활함은 인간들의 쉬운 접근을 아예 불가능하게 하거나 어렵게 함으로써 오랫동안 건강하고 풍부한 동식물, 지질 생태계의 보전을 가능케 하고 있으며 그 혜택을 인간과  큰 스케일로 계속해서 나누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들의 손때를 너무 타는 바람에 시들어가는 자연을 대한 경우가 너무 많았기에..

좌간, 그리운 것은 그리운 데로 새로운 희망은 또 그것대로 함께 부여 안으며 살아가는 게 코리안 캐나디안으로 살아가는 내 삶이다.

프린스 알버트 국립공원 역시 광활함 만이 가득했다. 끝과 끝을 확인할 수 없는 이 넓디넓은 공간에 사람이라곤 우리 가족들 뿐이었다. 우리 집안의 씩씩한 아녀자들인 아내와 딸아이는 거침없이 망루에 오르고 내리며 이 거대한 자연의 스케일을 즐겼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 도시에 여름이 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