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엔 아무도 없었네

@성국사.주전골

by Peter Shin Toronto

한국의 한겨울 이월의 설악산.. 그리 깊지 않은 계곡 초입에 위치한 소박하지만 유서깊은 사찰엔 사람의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았다. 허허로움 속에서도 가득함이 느껴져야 하는 공즉시색적 도심을 가져보려 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비스듬한 햇살조차 엷었고 겨울 바람조차 멈춰버린 그 아무것도 없음이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난 도사가 아니지 않는가.

비어있지만 열려있음에 대한 익숙함이 내게 있었던가. 비어있거나 열려있음은 그저 채워져야함의 초기 진행 상태인듯 불안해 하거나 불안정스러워 하며 꼭꼭 잠궈가며 가득 넣을 무엇을 찾아 두리번 거렸을 나였을 것이다. 주변 모든 이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어가며 뛰거나 바쁘게 걸었던 이제까지의 삶에서 제 발자욱 소리만 오롯이 들어가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건 새로운 경험이자 앞으로 친숙해져야할 자세일지 모른다. 잘그락 거리는 자갈 소리를 들으며 사찰 주변을 천천히 걸어보는 것은 잡아선 화두를 놓고 깨우침을 얻으려는 수도승의 자세일텐데.. 난 역시 도사는 아니지 않는가.. 잠시 실존적 자아에 대한 생각이 미칠 따름이다.

겨울이 좋은 것은 사물들이 제 원형에 가까워 지는 모습을 띄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것이 내려 놓여지면서 성장의 푸르름이 걷히고 현란한 색의 향연이 가라앉은 흑백과 농담의 민낯 세상은 단도직입적이다. 하안거 후 구름처럼 대처를 떠다니면서 보다는 꼼짝하지 않는 동안거를 통해 스님들은 더 많은 깨닮음을 얻을지 모른다.

바윗산에 서릿발처럼 솟아 자라나는 소나무들은 겨울도 아랑곳 하지 않는듯 보였다. 산사의 도닦는 스님들에겐 더 없는 도반일지니..

하루라도 저 소나무를 닮고 싶다.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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