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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Mar 29. 2017

딸과의 데이트.. parle moi d'amour

@montreal.quebec

몬트리올 여행을 끝내고 토론토로 돌아오는 하이웨이 상에서 운전에 몰두하고 있던 내게 딸아이가  말했다. 아빠, 이번 여행은 unexpectedly  백점 만점에 백점이야. 난 속으로 말했다. 아빤 너와의 이번 여행이 백점 만점에 백이십점이야..

순전히 딸아이와의 데이트만을 위해 아빠는 땅길 2,000km, 하늘길 2,400km 의 대장정에 올랐다. 아빠가 사는 캐나다의 중원 사스카츄완 주와 시차가 두시간이나 발생하는 딸아이가 있는 온타리오의 토론토, 아들 아이가 대학을 다니는 토론토 아래의 오크빌, 그리고 퀘벡의 몬트리올 등 캐나다 대륙 삼개주를 아우르며 분주히 오가는 일정 이었던거다.

그리웠던 딸을 일년여 만에 만나러 가는 아빠의 여정 내내 딸아이의 어린 시절 추억과 자라온 과정, 캐나다에서의 녹록하지 않았던 도전적인 새로운 삶, 그리고 이제 졸업도 하기전 어엿한 반도체 엔지니어로 제 몫을 다하고 있는 지금의 딸아이 모습등등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또 둘이서만 오붓이 식사를 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에 대한 생각들은 비행기를 기다리면서부터 내 머리속과 마음을 설렘으로 가득차게 만들었다.  새벽 다섯시에 뜨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난 밤 열한시에 출발하여 밤을 꼬박 달려 비행장에 도착했다. 떨어져 사는 가족 구성원들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짧은 만남을 위해 우린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것이 인생인 거고 열심히 일하며 사는 이유이자 동력이다.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 내려 렌터카를 하고 나서 토론토에서 오랜만에 접한 트래픽 잼은 말 그대로 악셀을 밟은 오른쪽 다리에 거의 쥐가 나게 했다. 토론토에서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살았던 콘도도 지나치고..

토론토에서 내가 살았던 곳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딸아이의 회사가 있었고 녀석이 일을 시작한지 거의 일년이 다되어가는 지금에서야 난 처음으로 녀석을 회사를 와보게 된다.

딸아이가 고등학교(secondary school)에 다닐 때만해도 앞으로 아이가 IT 인더스트리에서 일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토론토에서 수학 챔피언이긴 했지만 감성적이었던 딸아이가 공대를 선택할것이라곤 생각하기 힘들었었다. 그러던 아이가 공대를 입학하고 학부의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산업공학과 기계공학을 이년씩 해보더니 급기야 전자공학을 제 아카데믹 커리어로 붙잡았다. 그렇게 재미 있을수 없다며.. 토론토 공대는 졸업 전 반드시 관련 업계에서 풀타임으로 일년 이상을 일해야만 졸업 자격이 주어지는데 녀석은 운좋게도 자신이 가고 싶어하던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 갔고 지금껏 일해오고 있다. 회사의 팀원들과도 호흡이 잘 맞아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외에도 회사의 생리도 파악해 가며 제가 번돈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귀중한 경험을 하고 있는거다.

딸 아이 퇴근 시간에 맞춰 픽업하기 위해 회사 정문 앞에 차를 대놓고 기다리며 딸아이와의 일년만의 재회에 대한 설렘은 최고조로 달했다. 우린 미리 가기로 정해놓은 한식 레스토랑으로 직행했는데 이름하여 '돼지야'.. 딸아이의 favorite place 다. 한국 친구들이 토론토를 방문한다면 한번쯤은 토론토 노스욕(North York) 지역에 위치한 이 한식당에 들러보기를 권한다. 불판을 놓고 한식 바비큐를 즐기거나 베간이라면 제대로 만든 도토리묵과 맛있는 여러 채소 반찬들도 좋고, 양념 게장도 무자게 맛있다. 그리고 무얼 먹던 마지막엔 냉면을 드셔 보시길 권한다. 면이 정말 예술이다. 한국이라면 전통적인 오장동 냉면 집들 정도에서나 가능한 면발이다. 배가 불러도 냉면은 don't forget. 딸아이는 토론토에서 혼자 살고 있어서 이곳을 아지트 삼아 퇴근 후 혼밥을 하거나 친구들과의 작은 파티를 열곤 한다. 정말 오랫만에 마셔보는 부드럽게 빚은 막걸리는 감로수 였다. 더우기 딸아이와 마주하는 고향의 음식들과 한잔의 막걸리는 취기보다는 행복감에 젖게했다. 훌쩍..

다음날 아침 몬트리올로 향하는 401 고속도로엔 세찬 비바람이 몰아 쳤지만 옆자리에 앉은 딸아이와의 수다는 끊일줄 몰랐다. 킹스턴을 지나고 오타와도 지나고 커피를 마셔가며 아이스크림도 먹어가며 개스를 다시 채운 후 달리고 달려 거의 여섯 시간이나 걸려 몬트리올 시내로 접어 들었다.

프렌치 캐나디언들의 왕국 몬트리올은 역시 달랐다. 두번째 방문이었지만 이들의 예술적 색감, 빛의 창의적 응용, 그리고 음악처럼 귓가를 간지럽히는 불어 목소리 등등은 이 오래된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들뜨게 했다.

calligraphy 에 관심이 많은 난 멋지게 디자인된 돌출 문자 간판들이 너무 이뻤다.

호텔 엘리베이터와 화장실 거울을 보며 찍은 우리 두 부녀의 사진은 두 사람 모두 오래 좋아할것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예약해놓은 호텔은 다운타운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었는데 몬트리올의 명소 올드 몬트리올을 비롯한 박물관과 현대 미술관, 패션 거리, 그리고 거대한 컨벤션 센터등이 바로 코 앞에 있어 호탤을 중심으로 걸어서 다니기에 아주 좋았다.

한글은 이제 어디서나 인기인 모양이다. 폰트셑으로 fine art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늘어 나는데 이젠 벽화에서도 한글이 보인다. 완벽하진 않지만.. ㅎ

들판에는 아직 눈이 가득한 비시즌 임에도 내가 묵는 다운타운 호텔의 지하 주차장은 만석이었다. 몇 블럭 돌아 들어간 큼지막한 쇼핑몰의 퍼블릭 주차장의 24시간 전용 파킹 lot 에 차를 주차시키고 딸아이와 난 본격적인 몬트리올 시내 관광을 시작했다.

French 몬트리올의 독창적 건축 감각은 건물들의 외부 생김새나 내부 인테리어 모두 익숙하게 보아오던 영어권 도시들과는 매우 달랐고 내 맘에 들었다.

토론토에서 모델로도 활동을 하는 아이는 프로페셔널 사진 작가들 외에는 사진을 찍히고 싶지 않아 하는데 이번 여행 부터는 완전히 바꼈다. 사진 찰영 금지가 풀린 난 녀석의 모습을 맘껏 담아 봤다. ㅎ

쓰리 블루어스(Three Brewers) 마이크로 블루어리 바는 토론토에서 내가 잘 가던 곳이었는데 이곳 올드 몬트리올에도 있었다. 삼십분 넘게 줄을서 기다린후에나 자리를 잡을수 있었는데 맛이나 서비스가 기대 이상 이었다. 토론토 다운타운 이튼 센터 앞에 있는 Three Brewers 엔 아들 아이와 가서 한잔 했었고, 오늘 몬트리올에서는 딸아이와 함께 하며 이곳에서만 맛볼수 있는 맛있는 ale 생맥주를 즐기게 된거다. Black Forest 라고 이름 붙여진 흑맥주는 향과 맛이 압권이었는데, 마침 오늘의 스페셜 맥주였다.

이번 여행을 통해 딸아이는 아빠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부모 자식 세대간의 간극을 많이 줄이게 되는데, 더우기 이렇게 술잔을 나누며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으니 그 효과가 오죽 컸으랴.. ㅎ

아직 시즌이 아니라서 길거리엔 버스커나 재미있는 노점 상들은 없었으나 몬트리올 다운타운의 아름다운 밤거리는 여전했다.

빛과 색의 향연을 통한 예술적 표현은 고도 몬트리올의 밤거리를 너무나 아름답고 진지하게 수놓고 있었다. 건물벽에 프로젝터로 표현되고 있는 수많은 예술적 메시지들은 이 도시의 기획자들이 작가들과 어울려 얼마나 멋진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고색창연함과 파격적임, 쉬크하면서도 잔잔한 도시적 세련미는 몬트리올 다운타운 구석 구석 마다 스며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산책 삼아 커피를 마시러 들른 몬트리올 컨벤션 센터에서 전국 규모의 캐나다 댄스 경연대회를 우연히 보게되고, 부랴 부랴 호텔로 돌아와 꿈나라를 헤매고 있던 딸램이를 청천벽력과 같은 목소리로 일으켜 깨운 후 댄스 경연대회를 같이 감상했다. 현대 무용을 비롯해, 발레, 탱고, 힙합등의 모든 댄스 장르가 망라된 공연에서는 수백여 팀이 참가하며 생중계되고 있었는데 운좋게도 우린 전혀 예정에 없던 몬트리올의 문화 이벤트를 제대로 즐겼다.

우린 어젯밤 산책에서 봐둔 몬트리올 현대 미술관(MAC : Musee d'art contemporain de Montreal)에 들러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작품들을 감상했다.

특별 초대전에서는 멕시코 작가의 절절한 메시지가 있었는데, 몬트리올에 까지 와서 멕시코의 처절한 인권 현실을 되새기고 싶진 않았지만 예술은 그걸 넘어서게 했다.  

현대미술관의 지하에선 무명 작가들의 작품들이 가득 전시되고 있었는데 전시회 제목이 맘에 꼭 들었다. 내게 사랑을 말해주셈.. parle moi d'amour.. 오래된 샹송 제목이다. 한때 많이 즐겨 들었던 줄리엣트 그레꼬의 목소리로 들으면 더 이상 감미로울수 없다. 이번 여행의 theme 이라고나 할까..


딸아이와의 추억을 만들고 떠나는 몬트리올은 언제나 다시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a bientot Mont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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