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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Apr 04. 2017

아들과의 데이트.. talking over beer

@oakville.ontario

아들과 딸 모두를 데리고 몬트리올을 갈 계획이었으나 이미 다 커버린 녀석들은 제 방식데로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집했고 결국 아들은 내가 토론토 공항에 내리던 날과 떠나던 날 잠깐씩만 시간을 가질수 있었다. 아들과 나누는 맥주의 시원함과 딸아이와 나누는 맥주의 향취가 달랐던것은 아들딸에 대한 유별난 관습적 구분이 있는 한국의 아버지들과 내가 공통분모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미 자기들이 선택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아이들과 맥주를 함께하며 각각 나눴던 대화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친구들과의 다른 분위기 만큼이나 달랐다고 할까.

Life itself will let you know.

안소니 퀸이 읍조리는 노래 가사 한마디는 내가 아이들과 무슨 대화를 나누던 내 톤을 정하는 하나의 모토가 된지 오래다.

난 어느 순간 이후부터 아이들이 살아가는 제나름 대로의 방식을 존중하게 되었다. 부모로써의 가르침 모드에서 자유로워졌다고나 할까. 아이들 방식의 빠르고 느림, 옳고 덜 옳음, 그리고 편안함에의 보장과 위험에의 노출 등등 인생 살이의 그 많은 것들은 아이들이 제가 속한 환경속에서 살아가며 경험하는 많은 사건들, 사람들, 그리고 그에 따르는 교훈과 배움에 따라 끊임없이 재조정 되어가는 과정일것인데 내가 그 프로세스의 키잡이 역할을 한다던가, 서킷 브레이커 역할을 한다던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언젠가부터 들었었다. 더구나 4차산업혁명의 수레바퀴가 요란하게 돌아가면서 데이타 기반, 통계 기반, 지식 기반, 언어 처리 기반, 수학적 알고리듬 기반 산업에 종사했던 수많은 인간 작업자들이 더 이상 할일이 없어져가는 지금, 내 과거 경험에 비추어 아이들에게 커리어 관련 조언을 한다는 것이 무의미해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로부터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정보 제공자로써의 역할이나 재정 후원자로써의 역할은 언제나 적극적일수 밖에 없지만.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물리적 건물들은 아직도 내가 살았던 때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야할 세상은 거의 모든 object 들에 사물인터넷이 구현되면서 강인공지능에 의해 운영되고 관리되는 세상일진데, 그 모습이 어떠할지는 상상하는 것 조차 힘들다. 한때 초기 인공지능분야에 종사했던 내게도 새로운 세상으로의 전환속도는 현기증이 날 정도다.

이렇게 도심 한복판의 고가도로를 손수 운전하며 지나며 내가 살아왔던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평화적 공존시대를 생각해 보는 것은 운이 좋았다는 감사함으로 귀착되는데, 아이들의 세대, 그리고 손자아이들의 세대까지만이라도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든다. 하지만 바램과 현실은 무관함을 잘안다.

은은한 안개가 걷혀가는 건물들을 지나며 아들이 사는 오크빌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아들은 제가 다니는 대학 바로 옆에 위치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이년이 넘도록 한번 와보지 못했었다.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혼자 사는것에 크게 불편해 하지 않는 녀석이지만 부모가 다시 토론토로 돌아와 같이 살수 있기를 바란다.

아들 아이 학교의 캠퍼스에도 처음 들어가 봤다. 녀석이 하는 애니메이션 분야의 캐릭터들이 학생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다듬어 지고 있었다. 무뚝뚝한 녀석은 아빠에게 별로 웃어주질 않는다. ㅎ

바다같은 온타리오 호수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옥빌(Oakville)은 부촌으로 유명하다. 수백 밀리언이 넘는 대저택들이 즐비하고 소더비가 저택 매물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아들 아이와 비치쪽을 둘러보다 시장기가 돌아 차가운 맥주를 나누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홍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녀석이 웬일로 mussel 을 주문했다. 녀석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ㅋ

한잔 정도 가볍게 나누는 맥주지만 아빠로서 아들과 나누는 맥주는 정말 좋다. 그냥 기분이 좋은 거다. 심각한 주제도 없고 소소한 일상에 대한 얘기들이고, 그나마 많은 말들이 오가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말없이 아들과 맥주를 마시며 음식을 집어먹는 일 자체가 너무 좋다. 딸아이와는 같은 IT 분야 관련 이야깃 꺼리가 많지만 아들녀석이 추구하는 미술쪽은 내가 문외한이고 아들 녀석도 굳이 애비에게 제 분야 이야길 즐겨하지 않으니, 우린 그저 남자가 살아가는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음식 이야기, 또 아들이 계획하고 있는 500km 마운튼 바이크 트래일 정도의 이야기들이 오갔다.

연어의 겉에 참깨를 입힌후 겉만 살짝 로우스트 한 연어 디쉬. not bad.

녀석은 언제나 외로워 보인다. 기분 탓인가.. 허긴 나도 학창시절의 모드가 그랬다. 양어깨에 우울과 고독함을 장착하고 머리엔 고뇌를 이고 다니던 나였으니, 그 아비에 그 아들이다.ㅎ

녀석은 여름엔 이곳에서 자전거 산책도 하고, 수영도 하고 낚시도 한다 했다.

아들 녀석이 제가 하고 싶은 공부와 일을 계속해 가면서 뿌리를 내려가며 언제나 하늘을 향해 뻗어가는 나무처럼 자라나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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