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shin Apr 07. 2017

캐나다 스러움.. 유채꽃 필 무렵

@canola field.canada

이제 유월이 오면 내가 사는 세상은 노란색 물결의 바다를 이루게 되면서 그 노 바다의 농장저택들과 그곳을 둘러싼 작은 숲들은 마치 섬처럼 둥둥 떠있게 된다. 이곳 대평원에서의 삶이 무르익어 가다보니 나도 이제 농부들의 절기를 따라 세상을 읽는다. 사월이면 눈이 녹고 오월이면 푸르름이 스며나오기 시작하고 유월이면 유채꽃이 피어나면서 꿀벌들이 날아다니고..

이곳 대평원주의 어느 작은 도시는 미세먼지가 제로인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청정한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유채꽃 피는 봄이면 공기와 약간의 꽃가루 성분 외에는 아무것도 섞인것이 없는 깨끗한 대기는 그 날듯말듯한 부드러운 꽃 향기로 살짝 화장을 한다.

끝없이 펼쳐진 유채꽃밭을 아무 초점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몇마리 붕붕거리는 꿀벌들 나르는 소리와 부드러운 산들바람의 속삭임만이 들리면서 초여름의 기분좋게 따사로운 햇살에 나른한 행복감에 빠져들게 된다.

평창의 메밀꽃 필 무렵은 가을이지만 캐나다 사스카츄완의 유채꽃 필 무렵은 초여름에서 여름 내내 계속된다. 평창을 지나던 보부상들 처럼 오래전 이곳에도 모피상들이나 인디언 부족들 역시 그들 나름의 기막힌 개인사를 짊어지고 달빛 휘영한 밤에 이 아름다운 꽃밭을 지났을 것이다.

말을 타거나 마차를 몰거나, 아님 오늘날 같이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이 너른 들판의 이곳에서 저곳까지 걸어 가려면 한나절이 걸릴 정도다.

어느해인가 토론토에서 딸아이가 잠시 놀러왔었고 우린 유채 꽃밭 투어를 했었다. 사실 타운을 벗어나 들녘으로 향하기만 하면 온통 노랑 물결이니 새삼 어느쪽으로 방향을 정할 필요조차 없다. 지프 래디에이터에 흡착되어버린 잠자리와 나비가 딸아이의 관심을 끌었었다.

오래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배경화면같은 광경들이 이곳에선 어디서나 펼쳐진다.

어느해엔가는 이곳의 주민 래리가 자신의 유채꽃밭이 폭우에 유실되었다며 나와 같이 가보자 하여 꽃밭 가운데까지 트럭을 몰아 들어와 보기도 하고..

따스한 계절의 캐나다 구스들은 바쁠것 없는 날개짓으로 이리 저리 날아 다니고..

트럭 뒷칸에 앉은 난 그런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고..

온타리오에서의 어느해엔가는 가족들과의 여행중에 유채꽃밭이 너무 이뻐 아들 아이가 꽃밭 속을 유영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올해에 피는 유채꽃은 유월에 한국에서 방문하는 친구와 함께 바라볼수 있을 것이다.


Waiting for blossoming June..

매거진의 이전글 아들과의 데이트.. talking over bee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