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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Apr 14. 2017

쿠키 계열의 프랑켄슈타인

@the kitchen

결론은 넘 맛있다! 주로 감자나 옥수수 칲으로 만드는 북미의 스낵들은 너무 짜거나 맵거나 시고, 쿠키들은 너무 달다. 해서 과자가 먹고 싶을때는 아가들이 먹는 베이비 쿠키를 사먹거나 한국이나 인도에서 들여온 것들을 사먹었는데 언제부턴가 내 입맛대로 내가 만들어 먹는다.

어제 난 갑자기 카스텔라가 먹고 싶어 졌는데, 아마도 한국에서 최근에 벌어진 카스텔라 소동의 뉴스가 내 뇌 어느 언저리에서 버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내에게 느닷없이 다그쳤다. 당신도 카스텔라 먹고 싶지? 아니 난 쿠키! 맞다, 아내가 왜 갑자기 카스텔라가 먹고 싶어야 겠는가. 그래서 난 카스텔-쿠키를 만들어 먹기로 결심하고 달걀 6개를 십분동안 전동 whisk(거품기)를 돌려 거품을 잔뜩내고나서 밀가루 조금, 버터 듬뿍, 설탕 왕창, 그랑 마니에(Grand Manier) 오렌지 리뀌르 넉넉히 그리고 호두 엄청, 건포도 잔뜩 넣고 다시 잘 섞었다. 그런 다음 화씨 350도로 예열해 놓은 오븐에 넣고 15분간 구워냈다. 반죽을 부어 넣는 틀엔 난 주로 올리브 오일을 넉넉히 뿌려 들러붙지 않게 하는데, 건강에는 그만이나 올리브 향이 매우 강하므로 입맛에 따라 다른 오일을 넣어도 좋을듯.

해서 카스텔라도 아닌, 그렇다고 쿠키도 아닌 카스텔쿠키 곰보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졌다. 삼십분 정도만에!

모양은 이래도 정말 맛있다. 뭣보다 내가 좋아하는 너트류나 건과일류를 맘대로 넣어 먹는 재미가 좋다. 아내는 너무 맛있어 했는데, 심지어 부활절 연휴를 맞아 오늘 새벽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떠나며 비행기에서 먹겠다고 싸가기까지 했다. 엄마와 샌프란에서 합류하는 딸아이 역시 아빠가 만든 쿠키를 먹어 보겠다며 가져 오시라 했다. 다시 독수공방 모드로 돌입한 나도 이 녀석들 찌끄러기나 먹어가며 열심히 일해야겠다. 히히

#근데 방금 아내에게서 온 메시지는 지금 유나이티드에 타고 있다는 것인데, 마침 만석이라 얘네들 직원이 탑승하려 했다면 자신도 쫒겨났을지 몰랐을 것이라는 농담아닌 농담이었다. 비행기 모델도 엊그제 그 사건과 동일한 것이라며 인증 사진까지 보내왔다. 마누라 하고는. 난 집사람이 에어 캐나다로 가는줄 알고 있었구만, 그 빌어먹을 항공사일줄이야. 미국의 구일일 이전 내가 주로 이용했던 유나이티드였고 마일리지도 수십만을 쌓아가며 가족들 무료여행도 많이 시키곤 했던, 내겐 참 친절하고 따뜻한 항공사였는데 어쩌다 오늘날 이렇게 흉칙한 괴물로 변해 버렸는지.


be safe any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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