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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May 25. 2017

a night & day in the city

딸램과의 데이트@ottawa

캐나다 빅토리아 데이 연휴를 맞아 토론토에서 혼자 살며 회사를 다니는 딸아이와 캐나다의 아름다운 수도 오타와 여행을 계획했었다. 지난번 딸래미와의 몬트리올 여행이 너무 좋았던지라 딸아이와 난 많은 기대를 가지고 이번 여행을 기다렸다. 난 이번에도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토론토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밤새도록 이곳 리자이나 공항으로 차를 몰았고 세시간여의 비행 후 토론토에 공항에 비몽사몽 도착, 벌건 눈으로 닛산 세단을 렌트해 몰았다. 너무나 익숙한 토론토 다운타운에서 딸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후 다음날 아침 억수같은 비가 하루 종일 퍼붓는 가운게 또다시 다섯 시간여의 하이웨이를 달려 오타와 팔러먼트 힐 바로 앞에 위치한 쉐라톤 호텔에 거의 자정이 다되어서나 첵인 할수 있었다. 캐나다에서의 여행은 끊임없는 비행과 드라이빙의 연속이다보니 이젠 별로 피곤한줄도 모른다. ㅎ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빗속을 시속 120km 로 달리면서 딸아이와 나의 대화 주제는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며 마구 깨지기 시작하는 인간 문명의 속성들에 관한 것이었다. 파라다임 쉬프트 정도가 아닌 인간이 지금껏 구축한 제반 파라다임들이 파괴되고 있는 중이라고 할까. 주제는 무거웠지만 아비와 딸이 나누는 진지한 대화라는 관점에서 난 무자게 행복했다.

인간이 정의하고 추구해온 노동의 가치는 어떻게 변질될 것인가. 인간을 닮고 인간을 지극히 사랑하는 정신적, 영적 최고체이자 실체로 받아들여져온 신, God은 거대 완전체 울트라 수퍼 강 인공지능에 의해 어떻게 대처될 것인가. still 존재할수 있을까.  죽지도 병들지도 않는 AI 로봇들에 의한 기업의 이윤 창출은 세금의 개념이 어떻게 적용될건가. 노동하지 않는, 노동의 기회가 주어지지 못하고 로봇에 의해 창출된 재화에 의해 살아가는 인간 그룹은 어떤 가치에 의해 삶이 영위될수 있을까. 모든 지리 정치 문화 관습을 넘어선 UBIQUITOUS 인공 지능 시대에 국가란 entity 는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끝없는 대화가 이어지고..

그런데 갑자기 이들이 나타났다. 터미네니터들 인가!? 아니, 로봇들이 아닌 진정한 인간 마쵸들이었다. 이 빗속을 나와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던 이 미친 상남자 아재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우린 아직 이런 인간다운 인간들과 함께 살아감에 잠시 낭만적 안도감에 빠질수 있었다.

백 미러로 홀깃 쳐다본 황당하지만 듬직한 바이크 족들의 흔들지지 않는 모습에 괜한 고마움까지 느껴졌다.

엄청난 관광객들로 붐비는 하이웨이 옆 빅 애플 공장 휴게소에 들러 무알콜 애플 샴페인도 사고.

모자를 거꾸로 쓴채 인공지능 시대에 관련된 도전적 삶에 대한 아빠의 썰은 이렇게 오타와 도착전까지 쭈욱~ 이어졌다.

쉐라톤 호텔의 클래식함은 언제나 좋다. Silky하게 표면 처리된 묵직한 린넨들과 제대로 만든 가구들과 집기들은 고객으로써 대접을 잘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한다.

잠꾸러기 딸램을 이불속으로 밀어 넣고 열시가 넘은 야심한 시간에 난 밤 산책과 더불어 좋은 바에서의 한잔을 위해 호텔 밖으로 나섰다.

잠자리에 든 딸아이의 유쾌한 꿈자리를 위한 아빠의 코믹 인증 샷. good night sweetie.

익살스런 곰이 연어을 잡아올린 모습. 오, 캐나다!

부슬비로 변한 촉촉한 비를 맞으며 걷는 도시의 밤길은 차분한 낭만이다.

캐나다 민의의 전당 의사당 건물들이 모여 있는  parliament hill 은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고 미디어 coverage 가 가장 잦은 곳인데 호텔에서 바로 두 블럭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아내가 호텔을 이곳으로 예약해준 이유다. 아름다운 오타와 시내 어디든 걸어서 가볼수 있는 위치.

연방 의사당엔 여러번 와봤지만 올때마다 기분이 좋다. 석조 건물의 웅장함과 정교하기 그지없는 아름다운 디테일은 말할것도 없고 거대한 오타와 강을 바라보며 높은 언덕에 위치한 의사당 건물과 주변 공간은 마치 뮤지엄이나 갤러리에 온듯한 느낌을 갖게한다. 의사당 건물 곳곳의 의미 있는 석조 장식들과 역사의 숨결이 스며 있는 건물 외벽 벽돌 하나 하나을 살펴 보는건 언제나 큰 즐거움이다.

이곳의 거의 모든 연방 정부 건물들은 그 유구한 역사와 영국 빅토리아시대 건축 양식으로 인해 해리 포터가 다녔던 마법 학교 호그와트의 분위가가 물씬 풍긴다. 고스트 스토리도 많고.. 내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당 앞의 횃불은 언제나 꺼지지 않는다.

싱글튼 스카치 더블로 오랫만에 찾은 도시에서의 밤을 자축했다. 크리스틴 이라는 이름의 웨이트리스 처녀는 오늘밤 세명의 서버들이 다들 하나 같이 키가 크고 금발이라 헷갈리실 거라며 자신이 날 맡은 사람이란 사실을 내게 단단히 그리고 유쾌하게 각인시켰다. ㅎ

다음날 아침.. 여전히 침대에서 쿨쿨자고 있는 딸아이를 뒤로하고 난 아침 산책에 나섰다.

물랭 드 프로방스. 프로방스의 풍차라는 낭만적 이름의 불랑제리에서 방금 구워낸 플레인 크롸상 하나, 플레인 와이트 바게트 하나, 그리고 에스프레소 더블 한잔. 내가 주문한 에스프레소 덕에 이 넓은 파티세리 공간이 순식간에 매혹적인 커피 향으로 가득 찼다. 내가 오늘 아침 이곳의 두번째 손님이었다.

바게트는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산책을 하면서 조금씩 뜯어먹는 맛이 그만이다.

아.. 너무나 신선하고 깨끗한 아침이었다.

무명 용사의 묘지엔 두어 다발의 꽃다발이 헌화 되어 있었다. 무명 용사들의 가슴 시린 기개가 웅장한 조각상에 얼마나 잘 표현되어 있던지.

한국전에서도 용감하게 싸우다 실종되거나 전사한 무명 용사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180 여년 전에 만들어진 Rideau cannal 은 인근 도시 킹스턴의 온타리오 호수와 오타와를 흐르는 오타와 강을 연결하는 waterway 였다. 1830년대 미국 침공에 대비한 군사 전략적 운하 였는데 지금은 관광 명소로 또 카누나 카약등의 워터 스포츠 장소로 각광 받고 있다.

계단형으로 locks  들이 설치되어 물의 높이를 조정 하는데 겨울엔 오타와 시민들을 위한 낭만적인 아이스 링크로 변한다.

곡절 끝에 겨우 딸아이를 깨워 호텔을 나섰다. ㅎ

오타와는 어딜가도 튜립이 반긴다.

건국절이나 마찬가지인 오늘 빅토리아 데이의 예식을 위해 예포들이 도열해 있었고 웅장한 포음에 오타와 시내 전체가 들썩였다. 포성과 자욱한 포연은 한동안 이어졌다.

런던의 오랜 명물 이층버스가 제데로 복원되어 시내 관광에 나서고 있었는데 우린 웃기게 생긴 수륙양용 버스를 타고 오타와 강을 둘러 보기로 했다. 마침 막 떠 나려는 차에 운좋게 자리가 있었다.


I love Ott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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