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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Aug 12. 2017

at the bar

soul stew@dorah keogh.toronto

미국 각주에 사상 초유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토네이도 떼가 바람이 잦아들며 캐나다로 북상하면서 이곳 토론토 인근에 많은 비를 뿌렸던 어젯 밤.. 잠시 기네스 한잔 하며 책이나 읽자며 들른 도라 키오 에선 역시나 예기치 않았던 굉장한 컨서트가 있었다. 내겐 종종 역-머피의 법칙이 적용되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재즈 콘트라 베이스 주자가 오늘은 소울과 Blues를 위한 베이스 기타로 주자로 합류했는데 알고 보니 이들은 나름 토론토에서 명성을 이어가는 Soul Stew 팀이었다. 이들의 소울 뮤직을 메인 인그레디언트로 하고 나를 포함한 영혼이 가난한 많은 이들의 소울이 첨가되어 푹푹 끓여진 스튜는 어떤 맛일까..

적어도 40, 50대, 그리고 그 보다 더 관록이 깊은 연주자도 있는 것 같았는데 인생에 대한 그윽한 해석이 녹아든 만큼 이들의 연주는 그 연륜 만큼이나 편안하고 흥겨웠다.

바깥은 장대비가 주룩 주룩 내리는데 손님들이 그리 많지 않은 수요일 늦은 밤, 아늑한 이곳에서 잠시 책을 읽으며 이들의 연주를 기다리는 기분은 그저 느긋함이다.

벨기에산 그뤄쉬(grolsch) 라거를 한잔 마시고 기네스를 시키는데 바텐더가 돈을 받지 않았다. 아니 왜..? 알아보니 이 곳의 사장인 John 이 한 잔 사는 거라고.. 마음씨 좋은 존 할아버지가 어디서 숨어서 보다가 내게만 한잔을 사는 건지 아님 모든 손님들의 두번 째 잔을 공짜로 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좌간 기네스가 괜히 더 맛 있게 느껴졌다. 사실 존은 내가 이곳의 regular 이기도 하지만 뭔 이벤트가 있을때 마다 사진을 찍어대는 날 좋아하는걸 안다. 좀 낭만적인 할배인거다. ㅎ

미군 지아이 같은 강인한 인상의 색스폰 주자. 조 페시(Joe Pesci)를 많이 닮았다.

마침 아는 동네 친구들도 와 있어 포즈도 취하게 하고..

Just the Two of Us 가 흘렀다.

비 내리는 초 여름의 늦은 밤, 얼마나 잘 어울리는 곡이었는지.. 이 노래를 들으면 무조건 떠오르는 분이 있는데, 친 형제처럼 지내 오는 내 형님 이다. 학창 시절 음악을 좋아하셨던 터라 가수 이광조 등과 함께 밴드 생활도 하실 뻔 하셨다는데 한국에 있을 적에 형님과 술집엘 가면 밴드의 연주 속에 형님은 꼭 이 노래를 부르곤 하셨다. 그리곤 언젠가 부터는 형님 전화의 시그널 뮤직으로 이 곡을 정해 놓으셨는데, 전화 받기를 기다리며 흘러나오는 이 노래는 삼자 통화나 다자 통화가 아닌 이상 전화를 거는 상대방에 대한 친근함 이상의 느낌으로 다가오곤 했었다. ㅎ

형님이 이곳에서 이들의 연주를 들으면 얼마나 좋아 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워낙 전세계를 돌아 다니시는 분이라 어디서든 접할 기회가 많긴 하시겠지만 오늘 저녁엔 한국에 계신 형님께 전화를 드려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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