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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Aug 15. 2017

alex from romania

life@the Prairie

내겐 그리이스인 조르바 대신 루마니아인 알렉스였다.

알렉스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내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게스트 중 한사람인데 인근 하이웨이 에서 도로 정비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회사의 일원이다. 체크인 당시 남다른 악센트와 귀에 꽂혀있던 보청기가 눈에 띄었고 호텔 발코니에서 혼자 담배를 피곤 하는 그에게 괜히 호기심이 갔는데..

올해로 환갑인 그는 그가 스물두살이던 꽃같은 시절 독재자 차우세스쿠의 루마니아의 강제 수용소에서 가까스로 탈출했고  공산 유고슬라비아의 감옥에서 십년을 살아 남은 후 천신만고 끝에 캐나다에 정착한 사람 이었다. 나와 통성명을 하면서 그는 북한의 불쌍한 주민들에 깊은 유감을 표시했고 파국으로 몰고 가는 김정은에게 엄청난 욕을 퍼부었다.  독재자로부터 탈출했던 그의 이러한 코멘트는 미디어로만 북한 상황을 접하며 말하는 여느 캐나디안 들과는 전혀 그 느낌이 달랐다.

그는 이년전 딸과 함께 방문했던 루마니아의 고향 마을 사진을 내게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그의 고향은 바로 내가 가고 싶어하는 트랜실바니아다. 드라큘라 백작의 고향이자 왕년에 불가리아 땅이었던 그곳이.. 추수에 쓰는 거대한 낫(sickle)을 든 그의 모습은 게오르규의 서사 문학를 영화화한 25시 에서의 앤서니 퀸을 보는듯 했다.

루마니아 concentration camp 로부터의 탈출 과정이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그는 내게 몇번이고 탈출 당시의 상황을 들려줬다. 그때 경비병들이 바로 50미터 앞에서 왔다 갔다 했어. 비가 억수 같이 내리던 밤이 었는데 철길 주변을 가로 지르다 번개가 떨어졌지. 엄청난 불빛이 번쩍였는데 십분 정도 앞이 전혀 보이지 않더군.. 그는 벼락이 떨어져 눈이 순간 멀어버리기 바로 직전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철길이 갈라지는 이음새에 번개가 떨어진거지.. 휴.. 어떻게 잊겠는가..

그의 아름다운 고향인 농촌 루마니아에서 찍은 사진들을 내게 설명해주며 그의 목소리는 다시 안정을 찾았다.

이게 요즘의 루마니아 야. 여느 나라 처럼 지금은 free country인 거지.

우린 햄이나 소시지를 이렇게 만들어.

우린 로마인들의 자손이야. 여긴 그 옛날 로마인들이 지었던 원형 경기장이야.

여긴 당시의 검투사들이 기거하던 곳이고,

이 넓은 곳에서 로마인들과 주민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검투사들은 싸우며 죽어갔지.

난 그에게 무슨 위스키를 좋아 하냐고 물었는데 그는 위스키는 뭐든 좋다 하며 브랜디를 좋아 한다 했다. 잠시 기다리셔.. 하며 난 내방에서 꼬냑을 가져와 가득 한잔 그에게 따라 주었다. 주로 저렴한 캘리포니아산 브랜디만 마셔온 그는 꼬냑을 음미 하더니, this is honey!! 완죤 꿀맛!! 이라며 어린아이 처럼 좋아 했다.

그리고 내가 마련한 알렉스와의 이 술자리에 합석한 젊은이가 있었으니 이름은 Victor.

알렉스와 빅터는 같은 컨스트럭션 회사 동료이고 빅터 역시 지금 내 호텔에 묵고 있는데, 알렉스의 루마니아 고향 이야기을 한참 듣고 난 빅터가 말했다. 알렉스, 그거 알아요?You know what!! 나도 루마니아 에서 왔어요. 두살때 캐나다로 입양되었었지요. 알렉스와 난 수십초간 아무말도 할수 없없다. 이제 노인이 다된 한 사나이는 폭정을 피해 조국을 탈출할수 밖에 없었고 한 젊은이는 피폐한 삶을 지속할수 없었던 친부모에 의해 입양 보내질 수 밖에 없었던 과거 조국의 현실 앞에서..

보청기를 통해서만 들을수 있는 알렉스를 위해 빅터는 자신의 성을 밝혔다. 단치우..단츄.. 그래 이 성은 루마니아의 원 성씨구만. 알렉스는 그제서야 빅터가 루마니아인 임을 확신 한것 같았다.

알렉스의 딸이 루마니아에서 즐거워 하는 모습.

이제 이렇게 두 루마니아 동포는 우연찮게 자신들의 뿌리를 나누게 되었다. 비록 시작은 기막히게 비참하였으나 이젠 이 편안하고 나른한 나라에서 자식들을 제대로 건사하며 평화롭게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에 이미 흠뻑 취한 난 그눔의 레미 마땅 꼬냑 덕에 실로 오랫만에 취했다. 기분좋게.

마음이 따뜻하고 사려깊은 알렉스는 방을 청소해 주는 하우스 키퍼에게 큰 초콜릿 두개를 남겼다.


알렉스, 담에 당신 고향 트랜실바니아에 꼭 같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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