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poolside story

@Nejapa Club.Managua

by Peter Shin Toronto

내 기억엔 바로 엊그제 같지만 세월을 따져 보니 십년이 훨씬 지났다. 얼굴과 마음의 나이는 이토록 무관하다.

컨트리 클럽의 클럽하우스 옆에 이리 아름답고 호젓한 풀장이 위치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니카라구아 유일의 골프장이었던 이곳을 계속해서 다시 찾게 했다. 적어도 당시엔 이곳이 이 나라의 유일한 컨트리 클럽이었다.현지 주재원 직원들은 운동을 마치곤 다들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 갔지만 공장 리엔지니어링을 위한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수개월 이상 호텔에 기거하고 있던 난 클럽이 문을 닫을때까지 계속 머물곤 했다.

온몸이 땀에 젖는 적도에서의 게임 후 간단한 사워를 마치곤 풀장으로 뛰어 들었다. 가벼운 수영 후 바짝 긴장된 근육을 느끼며 맥주나 마가리따 한잔를 마시면 세상 부러울게 없는 행복감과 나른함이 밀려왔다. 그럼 짭쪼름한 올리브를 한알씩 씹어가며 태블릿 노트북으로 그림을 그리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랬던 행복감은 요즘 한국의 n포 세대 젊은이들이 추구할수 밖에 없다는 소확행 그것이었던 것 같다. 열심히 일한 한주를 복기하며 운동을 한후 찬물에 샤워를 하고선 간단한 음식과 함께 맥주를 마시고,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에 빠져 보는것.

갑자기 해가 사라지면서 주변이 어두워 졌다.

파라솔 아래서 장대한 열대 소나기 스콜이 pool의 푸른 물 표면에 빗방울을 떨구는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스콜은 어김없이 하루 한번 정도로 찾아오며 만물의 싱그러움을 더했다.

피카소의 블루를 연상시키는 푸른 빛의 물은 이 나라에서의 비현실감을 더욱 심화시켰고 짧지만 확실한 판타지적 황홀감에 젖어들게도 했다.

이곳의 대표적인 꽃 부겐베이야는 온갖 색으로 피어 나는데 그 화려함과 싱그러움은 니카라구라의 정치경제적 피폐함과 극단적 대조를 이루며 서글픔이 밀려오게 한다.

이 나라의 고위층이나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면 이러한 시설을 이용할 여유가 되는 이들은 외국 회사의 주재원들이나 나같은 출장객 말고는 없는 실정이었다.

수영을 마치고 노을이 지고 날이 어두워질때까지 개방된 푸른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계속 볼을 쳤다.

내가 마구 휘둘러 쳐낸 작은 공들은 다음날 아침 누군가에게 줏어져 단순 노동을 통해서나마 그들의 열악한 삶을 이어가게 했을 것이다.

고달프게 이어지는 하루 하루지만 춤과 노래를 사랑하며 시를 즐기는 이 나라 백성들에게도 어김없이 열대의 밤은 찾아온다. 밤과 함께 떠오르는 소박한 달은 이들을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하는 친절한 가로등이 될것이고.

첫홀에 위치한 그늘집의 실루엣은 얼마나 멋졌던지.

풀장 옆 테니스 코트에선 어느곳 보다 화려하게 야간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비싼 전기료때문에 보통의 주민들은 마른 수풀이나 나무로 불을 지펴 집을 데우고 음식을 만드는 형편이지만.

오랜 추억 속으로 들어서게 하는 corridor를 지나고 서면 당시 보다 더욱 또렷하고 더욱 푸근하게 그 장면들, 그 느낌들이 다가오곤 한다. 좋았던 기억들은 이렇게 간혹 생생하게 떠올려보고 불쾌하고 황당했던 기억들은 까마득히 잊으며 사는 것이 또 인생이다. 이젠 좋은 사람들과 유쾌한 덕담만 나누며 살아도 짧아진 인생이다.


stay well amig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