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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Jun 06. 2018

bohemian rhapsody?

@assiniboine river

오늘의 낚시는 바람불고 춥고 모든 것이 온통 젖을수 밖에 없는 bohemian rhapsody 였다고나 할까. 갑자기 이민자들의 고달픈 현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물론 출신국에 상관없이 스스로가 열심히 일해 어떻하든 본인과 가족의 자리매김을 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민자들로서는 자신들의 출신 나라가 궁핍해진다거나, 정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 빠진 다거나, 파산하거나, 전쟁통 이라거나, 아님 아예 사라져 버렸거나 하는 나라들의 출신들은 아무런 백그라운드 없이 가는 나라마다 업신여김을 당하거나 심지어 추방까지 당하기 일쑤인게 현실이다. 유럽을 떠돌며 음악적 재능 하나로 이어가는 집시, 소위 보헤미안들이나 팔레스타인, 시리아, 리비아, 그리고 아프간 등등 많은 나라들의 형편이 그러하다.

평소엔 섭씨 25도를 윗도는 이른 더위가 찾아온 요즘이지만 오늘은 차가운 바람과 강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겨울 스웨터와 파카까지 잔뜩 껴입고서 강에 도착했다.

낚시꾼들은 아무도 없었고 그 호기심 많은 비버나 캐나다 기러기, 심지어 거대한 갈가마귀 조차 자취를 감춰버린 강가에서 난 오로지 바람 소리와 빗소리에 심취하며 낚시는 건성으로 담궈 놓고 있었다.

한마리 두마리.. 세마리.. 고등어 만한 월아이를 일곱마리나 낚을 때까지 계속해서 이민 이라는 화두가 머리를 맴돌았다.

토론토 시절 알고 지내던 아르메니아 출신 친구가 말했었다. 피터 넌 한국 출신이라 좋겠다. 여기선 우리나라 출신은 아무도 안 알아줘.. 난 그말이 무슨 뜻인지 당시엔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었다. 아니 너만 잘하면 되지 네가 어느 나라 출신인지 who cares?  라는 생각을 했었던 거다. 캐나다에서도 아프간 난민 출신으로 장관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도 배출되기 시작 하지만 민초 레벨의 경우 이민 출신국에 따르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나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 등이 크게 자리잡는 것은 사실이다. 거금을 싸들고 투자 이민등을 통해 여유있게 이민 생활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신의 조국에서 쌓아왔던 커리어와는 전혀 무관한 생업 전선에 뛰어 들어 그야 말로 온갖 배경의 grass root people 들 속에서 자신의 자리매김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전쟁 난민들이나 경제적 이유에서의 난민등을 대상으로 한 스테레오타입적 평가는 출신국에 직결될 수 밖에 없다. 너희 나라들이 오죽 못 낫으면 그 꼴이 났겠어 하는.. 날씨가 엄청나게 사나웠던 오늘, 한국 출신 캐나다 인으로써 오히려 푸근함을 느낄수 있는건 한국에 남아 은퇴 직전까지도 내 조국의 위상을 드 높이고 있는 우리 친구들 덕분이다. 평생 밤낮 없이 조직을 위해 조국을 위해 뛰었던 우리 베이비 부머 친구들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지금 한국은 잠시 숨고르기를 하며 젊은 세대들이 직업을 가질 기회, 결혼을 할 기회, 집을 장만할 기회, 삶을 누릴 기회 조차 주어지기 힘든 기회상실의 고통스러운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앞으로 통일 조국을 넘어 또다른 도약을 하리라 기대해 본다.

좌간 그 바람 몰아 치는 우중에 일곱 마리나 낚았다. 오늘의 메뉴는 매운탕! 구우면 옥돔 맛이 나는 물고기가 매운탕 맛은 어떨지 너무 궁금하다. 이렇게 또 하루가 기운다. 내가 날 생각해도 좀 너무 하긴 하다. 토론토에선 홀컵에 물이 가득차는 우중에도 골프를 쳤듯이 오늘 역시 방수 스키 바지에 파카까지 껴입고 낚시를 하겠다고 강가에 나온 내가 우습긴했다. 아무리 긍정적 중독이라 해도 이건 좀 심하지 않나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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