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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Jun 07. 2018

몬스터 잉어

@assiniboine river

오늘도 터덜 터덜.. 아니 걍 차를 몰고 몬스터 낚으러 강으로 향했다. 낚시꾼의 흔한 꿈를 꾸며.. 낚싯대를 세워 놨더니 갑자기 낚시대가 통채로 넘어 지면서 물속으로 마구 끌려 들어가는 만화 같은 장면의 꿈!! ㅎㅎ 그런데.. 오늘 그런 만화 세번이나 내 눈앞에 펼쳐졌.

맙소사!!! 그중 한넘은 거의 20 파운드가 넘는 듯한 괴물 carp!! 7시에 낚시대를 거칠게 채가더니 해가 다 넘어가는 여덟시 반, 즉 한시간 반동안 바위처럼 꿈쩍 않으며 낚시대가 부러져라 줄다리기를 하다 의연하게 내게 항복했다.

녀석은 낚시에 걸리자마자 2초 정도 만에 20m 정도를 달아나더니 강 바닥에서 한시간 반여를 버티고 있었던 거다.

난 처음 삼십분간은 활처럼 휘어지는 낚시대를 부여잡고 어떻하든 버텼으나 힘에 부쳐 팔이 흔들렸고 결국 강 기슭 바위틈에 낚시대를 튼튼하게 세워 놓고 계속 녀석의 힘이 빠지길 기다렸다. 그 사이 난 호텔로 돌아와 새로운 낚시대와 차가운 맥주를 가져 오기도 했다. 설레는 오랜 기다림 속에 마침내 녀석을 꺼내 놓고 보니 눈망울이 소를 닮은 아름답고 거대한 잉어였다.

옆에서 낚시하던 동네 주민이 한시간 반동안 날 도왔고 그가 뜰채로 겨우 건져 올렸다. 몬스터 급이지만 정말 아름다운 녀석이었다. 호텔로 가져와 수조에 넣고 아내와 손님들에게 자랑 좀 하고서는 캄캄한 밤에 다시 강으로 돌아가 녀석을 놔주며 작별을 고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하루! ㅎ

녀석 덕분에 모르던 주민과 한시간 반동안 낄낄거리며 맥주를 나누며 친구가 되고, 아름다운 노을도 또 원없이 감상하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잉어라는 물고기와 한판 대결도 벌이고, 따뜻한 마음으로 녀석을 제가 살던곳으로 다시 돌려 보내는 기쁨도 누리고.. 또다른 감사한 하루가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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