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Shin Toronto Jul 06. 2018

catch & release

@batka lake.sask.canada

시리게 푸르렀던 오늘 아름다운 녀석을 낚아 한참을 바라보다 호수로 돌려 보냈다.

우린 아름다운 혹성에 산다. 오늘의 호수와 하늘은 부연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늘을 푸르게 보이게 하고 무지개 빛을 품게 하는 대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대기의 화학적 구성과 적당히 유지되는 수증기, 그리고 물.. 물.. 물. 지구의 인간들은 혹시 존재할지 모르는 물을 찾아 가까운 우주를 헤맨다. 생명의 낌새를 느끼게 해줄 그 물의 존재를 찾아서. 그 모든 생명체를 유지시키는 깨끗한 물이 아직은 이곳에 가득하지만 지구의 다른 곳에선 그렇지 못하다.

이곳 바트카 호수는 수년전 부터 아이들이 토론토에서 방문할때면 언제나 오곤했던 곳이다. 가져온 카누와 카약을 타기도 하고 매번 장작을 태우며 자작나무 타는 소리를 즐기곤 했던 곳이다.

원래 맑은 물이지만 어제 제법 내린 비에 호수는 더욱 맑고 싱그러워져 있었다. 물속의 수초는 언제나처럼 부드럽게 산들 거렸다.

황토색 강물에서의 낚시와 짙푸름 투명한 호숫가 낚시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대초원의 비옥한 옥토의 영양분이 스며드는 이곳 강물은 탁하게 흐른다. 같은 물고기라도 탁한 강물에서와 맑은 호수에서의 먹이 사냥 습성은 많이 다를수 밖에 없다. 장마가 지는 계절을 제외하면 맑게만 흐르는 한국의 강에 익숙했던 나로서는 탁한 강물에 적응하는데는 적당한 세월이 필요했었다.

곳곳에서 생명의 찬가가 넘쳐났다. 소리와 함께, 혹은 소리가 전혀 없이도 생명의 거룩하고 신비한 송가는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새소리 바람소리, 바람에 일렁이는 호수 물결 소리, 물 잠자리, 밀 잠자리 나르는 소리, 호수 곳곳에서 물고기 튀어 오르는 첨벙 소리와 함께, 햇살 내려 쪼이는 소리, 구름 떠가는 소리, 나무 자라나는 소리, 작은 야생 연꽃 피어나는 소리 까지..

꺽이고 부러지고 말라버려 이젠 그 윤곽만 남은 고사목 조차 싱그러웠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어제까지 비가 오지 않아 물이 얕아진 강에는 지난 열흘간 한마리의 물고기도 낚지 못했었는데 오늘 호수에서는 오랫만에 아담하고 이쁜 물고기를 볼수 있었다. 노던 파이크(Northern Pike) 혹은 Jack Fish라 부르는 물고기 였다. 사실은 뭐든지 닥치는 데로 먹어 치우는 대단한 몬스터 포식자이지만 오늘 내게 잡힌 녀석은 이빨도 아직 크게 자라나지 않은 어린 녀석이었다.

올해는 주로 월아이만 낚아 파이크는 처음이었고 삼십 센티급의 베이비 여서 더욱 이뻤던 거다.

물속에 녀석을 묶어 놓고 한동안 녀석의 자태를 감상했다.

오늘의 낚시 의자는 초록색.

이제 녀석을 호수로 돌려 보내기 위해 입에 물린 재갈을 풀 시간. 고맙다 녀석아 잠시 같이 해줘서.

보내기 전에 머리도 쓰다듬어 보고.

잘가라 멋진 녀석아.

어찌나 우아하게 물속으로 내려 가던지..

어류는 모든 육상 생물의 조상이기도 하다. 특히 이 파이크(pike)라는 종은 화석 물고기라 불릴 정도로 수억년동안 이 아름다운 지구의 물속에서 생존해 오고 있다.

녀석은 한동안 내가 놔준 나무 dock 밑에서 미동도 않고 숨을 골랐다. 주변에 있던 가재가 기어와 녀석의 등을 간지럽힐때 까지도 그렇게 있었다.

햇살 좋은날의 호숫가 낚시를 마치고 돌아온 캠프 사이트엔 넘 귀여운 클래식카가 서 있었다. 아기와 젊은부부가 타고 온 피크닉 용 빈티지 vehicle은 오늘의 감사함과 상큼함에 유쾌함을 더했다.


  bye for now.

매거진의 이전글 생 마리 해변가의 어선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