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shin May 06. 2016

생 마리 해변가의 어선들

고흐의 노랑

고흐 생각이 난다.
햇살 좋았던 어느날 오후, 암스텔담 역에서 부터 산책을 시작해 몇개의 운치있는 다리를 건너 고흐 박물관엘 갔었다. 아마 이 그림 앞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것 같다. 힘차고 유쾌한 고흐가, 삶에의 사랑과 열정이 가득했을 고흐가 느껴졌었다. 그가 절망하기 전에 바라본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희망적이었던지.. 박물관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서서히 다가오고 지나가는 걸 느끼면서 아주 오래도록 이 그림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대서양의 거친 바람이 느껴졌었다. 그 바람을 맞으며 힘차게 살아가는 어촌 사람들도 느껴졌었다. 박물관을 나와서 어느 코너 레스토랑의 패티오에 편안히 앉아 초록색 하이네켄을 두어병 마셨다. 자전거를 지치며 퇴근길을 재촉하는 암스텔담의 많은 멋진 청춘 남녀들을 바라보며 암스텔담에는 고흐의 노랑과 하이네켄의 초록으로 서로 다른 에스프리가 공존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다르지 않은것 같다. 고흐의 노랑은 절망적이고 정신분열적이었기는 커녕 눈부시게 아름답고 희망적이었다. 투명 초록의 하이네켄 보다 심지어 더욱 쿨하기까지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곰 세마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