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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Jul 31. 2018

곰 세마리

@high way to duck mountain.sask

새끼 곰 한마리가 마치 사슴인양 날쌔게 하이웨이를 가로 지르던 장면을 목격한 지난 주에 이어 어제는 급기야 곰 가족 세마리를 보게 되었다. 운 좋게도..

오리 새끼들은 앞서가는 엄마의 발자국까지 따라 찍으며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일렬로 따라 간다. 마치 열차가 철로를 지나는듯. 오리나 기러기들의 양육 방식은 철저히 애지중지, 노심초사가 함께하는 top-down, just-follow-me 방식이다. 반면 learn-by-mistake 방식의 훨씬 sophisticated 한 육아 방식을 추구하는 곰돌이 패밀리의 경우, 어린 곰들은 천방 지축 제 가고 싶은 곳으로 내 달리는데 어미는 허겁지겁 주변을 경계하며 새끼들 뒤를 따른다. 무슨 일이 닥칠지는 새끼들 손에 달려 있으며 어미 곰은 잠시 후 해결사로 나타나 자유방임으로 키우는 새끼들이 벌려논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데 하는데 그 상황의 경중에 따라 새끼들의 학습효과는 치솟게 된다. 강자의 전형적인 양육 방식인 셈이다. 성숙한 인간 부모들인 경우 이 두가지 방식을 적절히 구사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금수저를 자식들에게 물려준 부모들의 경우, 종종 자식들의 갑질 논란에 혹독한 댓가를 치르기도 한다. 좌간 당신이 캐나다 에서건 어디에서건 새끼 곰과 조우할 경우 녀석이 귀엽다고 다가가 쓰다듬거나 허그를 한다면 낭패를 당할 것이다. 십여초가 정도가 지난 후 그 어미의 분노에 찬 으르렁 소리를 직면하게 될테니.. ㅋ

캐나다의 하이웨이에서 차가 서는 일은 주로 두가지 밖에 없다. 차가 고장 나거나 큰 동물이 도로를 건너고 있거나 인데 차가 고장나 퍼져 있는건 보기가 여간해선 힘들다. 오늘 역시 몬스터 피쉬를 낚는 유쾌한 상상을 하며 시속 120km로 달리던 하이웨이에서 앞서가던 소형 트레일러 트럭의 브레이크 등이 들어 오더니 급기야 도로 가운데서 멈춰섰다. 아! 뭐가 지나 가는군 하며 나도 급히 속도를 줄이며 바라 보니 새끼 곰 두 마리 뒤를 어미가 허둥지둥 쫓아 가며 고속도로를 건너는 장면이 펼쳐졌다.

곰돌이 패밀리들이 무사히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편 숲으로 살아질때 까지 우리 두대의 차 속 인간들은 즐겁고 따뜻한 심정과 함께 이들 야생 동물의 행적을 눈에 담았다. 상황이 종료되고 도착한 뒤따르던 한 대의 차량 속 인간은 이 장면을 놓친 아쉬움을 달래야 했을 것이다. ㅎ

사실상 숲속의 최강자인 곰들의 let-them-go-anywhere 식의 양육 방식은 강자로서의 자신감과 여유를 보게 한다. 인간이 개제된 경우를 제외 한다면 곰들에게 치명적일 사건들은 일어나기 힘든 것이다. 더군다나 주로 착한 인간들이 서식하는 이곳 캐나다 에서는 인간이 그들의 포식자로서 존재하는 경우는 드믈다.

우린 어떤 방식으로 우리 아이들을 키우며 지원해 오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다들 독립한 경우도 있을테지만 아직 부모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테고..

Sunday 임에도 늦은 오후 여선지 잭 피쉬 호수엔 아무도 없었는데 낚시를 준비해 막 던져 놓자 마자 카누피싱을 즐기는 한 가족이 당도했다.

내 삼인용 카누는 너무 크고 무거워 토론토의 아들 녀석이 방문하기 전엔 가지고 올 엄두를 못 내는데 이 가족의 카누는 초경량 2인승으로 중년 여성 혼자의 힘으로도 거뜬했다. 이 아줌마 이야기론 남편은 별로 물놀이를 즐기지 않아 자신이 혼자 들고 이동 가능한 가벼운 녀석을 아들이 어렸을적인 20년전에 골랐다고 했다.

이 가족의 외아들은 근육질의 상체를 노출한채 자신이 마치 카누의 엔진이라도 되는 양 힘차게 배를 저어 나갔다. 앞에 앉은 엄마는 아이가 어렸을적 자신이 뒤에 앉아 이렇게 아들 만큼이나 힘차게 노를 젓곤 했을 것이다.

오늘은 전혀 새로운 아름다운 녀석을 낚았다. 녀석의 이름은 perch, 한국어로는 농어. 푸른 수초의 색에 보호색을 이루는 녀석의 초록 띠들은 너무 이뻤다. 작은 크기로 인해 fight 감은 월아이 나 잭 피쉬에 비해 훨씬 떨어 지지만 잡고 나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 더구나 이빨도 없다.

 

우리 친구들에게도 평안하고도 즐거운 이변들이 함께했던 한주 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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