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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Sep 05. 2018

unboxing

la dolce vita

Post office의 내 전용 mailbox엔 다달이 나오는 각종 utility 공과금 고지서와 주정부, 연방정부, 지방정부 관련 제반 세금 납부 통지서, 그리고 각종 보험료 납부 고지서 등등이 제 날짜에 수북이 쌓이고 각종 리포트, 잡지, 프로모션 관련 우편물들 역시 매달 수북이 쌓인다. 그런데 이제까지 이제나 저제나 매일매일 메일박스를 열며 간절히 기다렸던 게 딱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이미 수년 전에 받은 캐나다 여권이었는데, 당시 딴 나라로 여행 갈 계획도 없었는데 그저 그 이쁜 여권이 보고 싶어 몹시 기다려졌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오늘 받게 된 총기 소지 및 구입 허가증이다. 연방경찰 산하 총기 관리국이 발급하는 이 라이선스는 캐나다 국민의 경우 소정의 교육을 받은 후 시험에 합격하고 나면 신청 자격이 주어지며, 신청 후 연방경찰의 criminal check 등등의 신원조회를 거쳐 45일이 지나면 문제가 없을 경우 발급되는데, 내경 우 딱 그 기일이 지나고 우편배달 시일이 며칠 더해진 오늘 정확히 배달된 것이다. 마침 나와 총기 관련 수업을 듣고 같이 시험에 통과한 Bryan이 내게 연락해 오기를 자기 이름의 철자 하나가 수업을 진행한 인스트럭터의 실수로 잘못 기재되었고, 생년월일의 날짜 역시 다르게 기입되어 문제가 됐다며 발급이 늦어질 것 같다는 불평을 했던 터라 나 역시 괜히 무슨 황당한 실수를 하지나 않았나 조바심이 났었었다. 그저께도 안 왔었고 어제도 안 왔기에.. 하지만 오늘 메일박스를 연 순간 갈색 봉투 하나가 눈에 바로 들어왔다. 주로 흰색인 민간 관련 봉투들에 비해 정부 기관에서 보내오는 봉투는 갈색이기 때문이다. 어 왔네!! 하는 생각에 바로 살펴보니 발송지가 연방경찰이고 내용물에 신용카드 같은 플라스틱이 만져지는 것으로 총기면허가 발급된 걸 확인한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finally..! 이제껏 사고 싶었던 사냥용 소총들이 주마등처럼 주르륵 흘러가고 뭘 먼저 살지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내일은 바로 시내로 나가 구입하고 싶었던 녀석들의 우선순위를 매겨야겠다. 인터넷으로 구입하면 편하고 싸긴 하지만 아무래도 보고, 들어보고, 작동도 해보고 해야 하는 녀석들이라 직접 매장엘 가야겠다.

이틀 후 원하던 녀석을 구입 했고 박스를 개봉했다.

바그너의 Ride of the Valkyries를 코믹하게 흥얼거리며 베레타 Unboxing!! 오백 년이 다 되어가는 유럽의 총기 명가 삐에트로 베레타의 장수 모델 중 하나인 AL 390 계열의 AL 391 Urika 2 semi-auto  골랐다.  Winchester 12 Gauge shotgun shell 과 함께. 한국과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사냥이나 클레이 사격을 위해 사격을 해본 적은 종종 있었으나 내 이름으로 등록된 나만의 shotgun을 득템 하기는 처음이라 기분이 묘하다. 이곳에서는 사냥은 대대로 내려오는 겨울철 가족 스포츠로 자리하고 있지만 옛 개척민 시절엔 혹독한 겨울, 거친 자연환경 속에서 가장이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유일하고도 신성한 행위였었다. 해서 캐나다에선 대도시가 아니고선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한두 정의 엽총들을 가지고 있는 건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사냥이 일반화되어있지 않고 총기 소지가 금지되어 있는 한국 출신의 내게 총기 소유는 새로운 감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삐에뜨로(Pietro)는 내 세례명인 피터의 이태리식 이름이기도 하다. 피노키오를 만들었던 쥬세페 할아버지의 장인 정신이 남아 있는 듯한 베레타 엽총은 총기계의 페라가모라고나 할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barrel 속은 마치 거울 같이 반짝인다.

근처 시내 Yorkton에 샷건 클럽이 있어 매주 화요일에 trap & skeet 사격을 할 수 있다. 사격해 본 지 십 년이 훌쩍 넘었으니 헌팅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부지런히 practice 슈팅을 해야겠다. 날아가는 접시를 명중시켜 조각내는 순간은 정말 짜릿하다. 태능의 사격장 생각이 뚜렷하다.

장식품처럼 벽에 걸려 있기만 하던 이 제정 러시아제 side-by-side 쌍열 shotgun도 gun smith 한테 손본 후 사격해 봐야겠다. 녀석의 구경은 12 gauge 보다 작은 20 gauge!! 녀석의 소리나 recoil 반동 크기가 얼마나 될지 무척 궁금하다. 반동을 줄여 주는 high tech 요소가 전혀 없었던 시절의 것이다 보니 조그마한 녀석이 덩치가 훨씬 큰 베레타 보다 한배 반이나 더 무겁다.


 bye for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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