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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Sep 11. 2018

웨인의 농장에선

@Wayne's Farmland

실로 오랫만에 듣는 대포 소리였다. 내가 겨냥하고 있던 베레타 엽총의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작열한 발포음!! 바로 코앞 10cm 거리의 chamber에서 터지는 3인치 12 게이지 산탄 총탄의 폭발음은 정말 대단했다. 대학시절 문무대에서의 군사훈련 때 사용했던 M1 Garand 소총의 발사음과 반동 위력 보다 더욱 강력했다. 사격용 귀마개(Ear Muffs)를 착용하지 않아 3초 정도 동안 귀속에서 파도소리가 났다. 내 광대뼈 역시 반동의 충격에 얼얼해 왔다. 길고도 긴 미끈한 총열의 끝 총구에선 불꽃이 튀었다. 일몰이 훨씬 지나고 달빛도 없어 총구의 불꽃은 더욱 선명했다. 큰놈은 80 파운드가 넘기도 하는 비버는 총을 맞고 물속으로 가라 앉았고 아마 내일 아침에나 떠오를 것이라고 Wayne이 말했다. 

오늘은 드디어 캐나다에서의 첫 사냥을 나서는 날이었다. 농장을 운영하는 마을 친구 Wayne의 농장에서 비버 사냥을 하기로 한것이었는데, 캐나다의 상징 동물이기도한 비버(beaver)지만 농작물을 해치고 댐을 쌓아 물길을 마구 돌려버리고, 큰 나무들도 갉아 쓰러뜨리는 바람에 사냥이 권장되는 동물이다. 심지어 사냥한 비버 꼬리를 시청에 가져가면 마리 당 20불의 포상금까지 주어진다.

베레타를 조립해 이 긴 녀석을 내가 가지고 있던 가장 긴 gun case에 대각선으로 겨우 구겨 넣을수 있었다. 30인치의 barrel(총열)은 정말 새삼스레 길다. 웨인과 나눠 마시려 난 버드와이저 캔 여섯개를 가져왔고 웨인의 dirt bike를 타고 농장 주변의 작은 creek로 향했다.

베레타의 주체못할 기럭지 라니..

내 친구 위고(Hugo).. 세인트버나드 잡종이라 무자게 커서 작은 송아지 만하다. 내가 들지도 못한다. 녀석은 나와 레슬링 하는걸 젤 좋아한다. 얼마나 잘생겼는지.. 우린 녀석이 지금의 머리통 정도로 작았던 아주 어렸을때 부터 친구였다. ㅎ

녀석의 죽은채 놀이.. 콘돌들이 너 잡아 먹으러 몰려온다 얼른 일어나!! ㅎㅎ

비버 사냥은 기다림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엽총에 산탄 총탄 세발을 장전해 놓고 방아쇠 안전 장치를 lock 시켜 놓은 후 거총 자세에서 하염없이 녀석이 등장하기를 기다렸다. 낚시 보다 더한 기다림이었다. 더군다나 잘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소리도 최대한 작게 소곤거려야 하고, 바람 방향에 따라 담배도 못피우고..

일몰이 다가오며 녀석이 한번 등장했으나 보다 정확한 조준 위치를 선정하며 1초 정도를 허비해 버리는 바람에 비버는 물속으로 자취를 감췄고 이후 웨인은 어두워도 훤하게 밝게 보이는 고성능 망원경으로 계속 비버의 동태를 살폈다. 한번 사라진 녀석이 다시 나타나기까지 삼사십분여가 흘렀는데 어두워 침침해지는 늪 주변 수풀을 주시하던 난 나도 모르게 속삭였다. Here we go! 본능적으로 거총과 겨낭을 동시에 하며 방아쇠 잠금 장치를 해제함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녀석은 또다시 사라졌다. 두번째도 놓쳤다. 휴.. 아마도 너무 오랫만에 시도하는 엽총사격이라 일이초의 짧은 순간에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았을 것이다. 주저함 속에선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맘속 다짐을 했다.

그리고 녀석의 세번째 등장은 바로 수미터 앞에서 벌어졌고 난 기회를 더이상 놓치지 않았다. 그리곤 그 기절할 정도의 천둥소리와 불꽃이 작열하는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거의 35년 만에 듣는 내가 직접 발사하는 엽총 소리였던 것이다. 

총알 두발은 총열 아래의 매거진에, 한발은 챔버에 넣는 구조인 베레타 AL 391은 2+1, 즉 세발의 탄을 장전하는데 이것은 각 나라의 샷건 총탄 갯수 규정에 따라 정해진다. 산탄총(shotgun)의 경우 캐나다는 최대 3발 까지만 허용하기 때문에 캐나다에서 판매 허용된 샷건은 매거진을 조정하여 두발만 수용하게끔 한다.

발사때 eject 되어 chamber에서 튀어 나오는 탄피는 3,4 미터를 날라 갔다. 스키트 사격등에서 여러 사람들이 좌우에 서서 사격할 경우 오른쪽에 선 사람들에게 탄피가 튀어 민폐를 끼칠수 있어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비버의 꼬리엔 현상금도 붙어있다. 비버의 시체들은 일이주 후 코요테(카유트 coyote)들이 와서 물고 가버렸다.

카우보이 심성을 가진 장년들, 혹은 상남자 코스프레를 하고픈 꽃중년들이여 캐나다로 오라! ㅋ



Have a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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