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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Sep 18. 2018

옛날 옛적

@ the prarie.sask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헛둘헛둘.. 코끝이 쨍한 겨울 아침 공기 속에서 시골 마을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새마을 노래를 들으며, 행진하듯 등교하던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가물가물 하지만 그랬던 기억이다. 부친의 군부대가 위치했던 최전방 마을이었다. 은근 아니 대놓고 중독적이었던 그 멜로디와 가사를 곱앂다 보면 곧바로 이어지는 노래가 있었다.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직장마다 피가 끓어 드높은 사기~~ 총을 들고 건설하는 보람에..  사기가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고 직장이란 말도 아리송하고, 건설 이란 단어 역시 알듯 말 듯 했지만 이 노래 또한 발맞춰 걷기 쉬운 중독성 가득한 노래였던지라 우리 코흘리개들의 애창곡이었다. 그때 그 시절의 우리 또래 아이들은 웬 콧물을 그리 달고 살았던지.. 초록빛 바다 물에~ 두 손을 담그면~ 이런 아름답고 서정적인 노래는 그저 여학생들의 몫인 거다 라고 생각하곤 했었다. 그리고 학교에 도착해 아침 조회를 할 때면 우린 어김없이 국민교육헌장을 노래로 불렀다. 나중에 서울로 전학을 와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서울의 아이들은 이 노래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내가 다녔던 그 전방 마을의 국민학교 교장, 혹은 지역 유지들이 정권에 대한 황당한 충성심에 그 헌장을 노래로 만들어 우리 코흘리게들의 머릿속에 주입시켰던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민족중흥의~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 나~았다.. 그 길고 긴 헌장을 노래로 만들어 거의 매일 아침 부르다 보니 당시 모두 외워 버린 건 물론이고 아직도 그 멜로디와 가사를 고스란히 기억한다. 새마을 노래, 예비군가, 국민교육헌장 등의 단순한 노래들을 내 어린 시절의 예로 들어본 반복에 의한 세뇌는 파워풀하고 무서웠다. 내 머리가 좋아, 혹은 정서적 공명이 있어서 지금껏 외우고 있는 게 아니었던 거다. 어린 나이일수록 정치적, 민족적, 이데올로기적, 그리고 종교적 프라파간다.. 등등의 기치 아래의 세뇌(brain washing) 작업은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 내용을 이해하건 못하건 그건 차후 문제다. 세뇌의 대상에겐 선택의 여지란 없다. 그땐 그랬다. 지금도 별 달라진 건 없는 듯 하지만 그래도 당시의 상황은 인간적인 입장에서는 오히려 낭만적이었다. 끽해야 같은 인간들이 자신들의 권력과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일 뿐이었으니.. 하지만 인공지능(AI)이 이끄는 지금의 기술 자본주의 아래에서는 세뇌조차 필요하지 않은 듯하다. 인간이 스스로 숨 쉴 수 있는 공간은 곧 사라질 것이다. 인간 자유의지의 종말이 코앞에 다가와 있다. what can we do.. 어쨌든 그래서 난 그 세뇌의 결과로 '총을 들고 건설하는 보람에 산다~~!'라는 로망을 품으며 살아온 거다. 헐~~

드라마 속 국군과 카빈의 위용!! ㅎ

좌간 당시의 아침은 뭔가 힘이 자꾸 솟으면서 척척 발맞춰 어디론가 자꾸 걸어 나아가 지구를 뺑 돌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렇게 좀 걷다 보면 뭔가 좀 작은듯한 바랜 민무늬 군복을 대충 입고서는 진흙 묻은 낡은 워커는 끈도 제대로 안 맨 것 같았고 계급장 없는 모자 역시 덥수룩한 머리에 삐딱하게 얹어 놓은 채 한둘씩 모여 서서 낄낄거리던 동네 아저씨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오합지졸 당나라 군대 행색의 동네 아저씨들에게도 늠름하면서도 실로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것이 딱 하나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카빈 혹은 칼빈이라 불리던 소총이었다. 그 쪼매한 총을 어깨에 걸치게 해주는 멜빵끈은 소총에 비해 너무나 튼튼해 보여 수백 년이 지나도 절대 안 끊어질 것 같았고, 추워서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주머니에 두 손을 꼬기꼬기 구겨 넣은 이들의 등위로 쪼끔 올라와 보이던 그 작은 총구는 실로 앙증맞았었다. 그리고 그 후.. 46년이라는 유구한 세월을 거쳐 내일모레가 환갑이 될 정도로 엄청나게 장성해 버린 난, 그 쪼매한 노스텔직 총의 귀여움에 치를 떨며 수년 전 이태리에서 뜬금없이 만들어내 전 세계 사격 마니아 및 밀리터리 마니아들의 호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M1 Carbine 22 구경 소총을 거머쥐게 되었다. 거머쥐었다는 표현은 실로 과하다. 지난번 내 첫 번째 엽총이 된 베레타 엽총에 비하면 이 녀석은 손가락에 올려 볼펜 돌리기를 해도 무방한 녀석이라.. 베레타 샷건은 나로 하여금 푸시업을 계속하며 내 팔 근육을 키워야겠다고 다짐하게 하는 반면, 카빈 소총은 그저 한 손으로도 자유자재로 핸들링 가능할 정도라서 자신감 혹은 자만심으로 부풀게 한다.

이차대전 미드 Combat에서의 소대장 릭 제이슨의 M1 Carbine. 정말 작다. 이차대전 당시 M1 Garand, BAR 등의 헤비급 소총 중 M1 Carbine은 정말 가볍고 짧은 소총이었다. 위생병, 조리병, 간호여군, 수송병, 타자병, 전차병, 공수부대 등등 전투병과가 아니거나 다루기 쉬운 작은 소총이 요구되는 병사들에게만 주로 지급되었다 한다.

.. 예비군 개인화기인 카빈총도 내년에야 M16 소총으로 전량 교체할 예정이다. 올해 말까지 M16 77만정(91%)을 교체하고 내년 말까지 남은 8만정의 카빈총을 M16으로 교체한다는 것이다. 카빈총은 1968년 예비군 창설과 함께 보급됐다. 내년 말이면 예비군 부대에 카빈총은 사라지고 대신 85만정의 M16이 비치된다. 10년도 넘게 지난 국방부 발 기사다.

노리쇠 후퇴 전진! 우리 7080 세대에겐 참 친숙한 모양의 노리쇠다.

내가 구입한 이태리제 칼빈 소총의 간단한 매뉴얼과 분해도. 이태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편승한 전쟁 도발국이었지만 뭇솔리니가 몰락하고 전쟁 말기에 미군이 상륙하면서 연합군의 유럽 진공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 당시 이태리 백성들에게 선보여진 미군의 칼빈 소총은 선망의 대상이었을듯 하다.

싼 가격에 비해 적절한 끝마무리가 맘에 들었다. 미끈하게 이어지는 월넛 wood 개머리판과 몸통은 계속 쓰다듬게 된다. 오후 늦게 웨인의 농장으로 바로 사격 연습을 나갔다.

마침 웨인은 저녁 식사 준비중이라 나 혼자 터덜 터덜 밭을 가로질러 웨인과 나만의 비밀 아지트 사격장 이자 비버 및 오리 사냥터인 작은 creek로 향했다. 10발 들이 탄창에 작은 .22 LR(Long Rifle) 탄알을 구겨 넣는 건 첨엔 재미있었으나 나중엔 고역이었다. Black copper가 coating 된 탄두 때문에 손가락들이 새카매 졌다. 90 야드 정도의 거리에 와인 box를 나무 그루터기에 얹어 놓고 영점 사격을 계속했다.

타깃으로 쓴 Yellow Tail 와인 박스의 캥거루가 까마득히 보인다.

엄청난 양의 500발 들이 탄박스인데 계속적인 사격으로 탄알이 마구 줄어들어 보였다. Failure to Feed 즉 삽탄 불량 건은 100여 발 넘게 사격하는 동안 네 번 정도 발생했으니 not too bad! 하지만 좀 알아보니 이번에 사용한 Winchester 22탄의 quality가 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소총의 bullet feeding 계통보다는 탄환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어쨌든 .22 계열의 소구경 반자동 소총이 가끔 짜증 나는 게 이런 삽탄 불량이 가끔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failure to eject  건은 발생되지 않았다. 담엔 Federal 걸 써봐야겠다. 또 한 가지 성가신 것은 사격 시 탄피의 ejection 방향이 일정하지 않다는 건데 작은 22LR 탄의 거의 민자형 cartridge 형태와 함께 탄피 배출구가 소총의 위를 향하게 되어 있고, 제조사인 이태리 치아파(chiappa)가 소구경으로 재디자인한 리시버에서 튀어나온 탄피가 가끔 내 얼굴 쪽으로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총 사격용 보안경(shooting glasses)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Just in case.

총신(barrel)이 분리된 베레타의 길이가 카빈의 길이와 거의 같다. 난 키가 185cm로 장신이지만 barrel 즉 총열 길이만 30 인치인 베레타는 내가 들어도 긴 느낌이 물씬 난다.

요즘의 내 방바닥 풍경이다. 사격한 날은 물론이고 와인 한잔 하면서 맨날 solvent로 닦고 마른 거즈로 닦아내고 필요한 부분에 gun oil를 쳐주고.. 애지중지가 따로 없다. 골프채, 낚시 도구, 등산 장비, 혹은 지프나 픽업트럭 등등이 그렇듯 남자들, 혹은 남편들의 취미를 위해 등장하는 도구들은 언제나 극진한 모심을 당하게 되며 끝없는 upgrade 및 튜닝을 위해 아내 몰래 비자금을 조성하게 만든다. ㅎ

침대 풍경 또한 이렇다.

개머리 판(stock)과 총열(barrel) 및 receiver 등을 이루는 호두나무(walnut) 원목 및 특수 처리된 강철 표면을 비단결처럼(silky) 처리한 베레타 샷건에 비해 M1 Carbine은 모든 게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거칠며, 투박하다. 사냥 및 스포츠 사격 애호가들을 위해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만들어 내는 엽총과 전쟁의 승리를 위해 값싸고 빨리 대량으로 생산해 내야 했던 소총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페라가모 구두를 군화와 비교하는 것이 우스운 것처럼 용도가 다른 총들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태리 명품 구두가 이쁘고 가볍고 편하다고 전쟁통에 신고 나갈 순 없는 거다.

22 구경 22LR 탄은 내가 가진 가장 작은 구경의 소총 실탄으로 스포츠 사격이나 사격 훈련, 혹은 작은 동물 사냥 등에 쓰인다. 이번에 사용한 탄은 탄두 무게 40 grain에 탄속 1255 feet/sec 인 Winchester M 22 Copper plated round nose 형식이다. 중간은 Remington 223(5.56 x 45mm NATO)로 많은 종류의 long range rifle 들에 쓰이고 M16 및 AR15 계열 자동소총에 사용되는 민간과 군을 통틀어 범용성이 가장 큰 탄중 하나다. 제일 큰 녀석이 Winchester 308(7.62×51mm NATO)로 불리는 녀석으로 대형 사냥 동물인 큰 사슴, 무스, 곰 등을 사냥하는 데 사용되며 나토 군의 대형 스나이퍼 소총 및 기관총 등의 표준탄이다. 탄의 종류는 이 밖에도 bullet 혹은 cartridge의 구경 및 길이, bullet(탄도)의 크기나 모양, 무개, 재질 등과 함께 캐트리지 속의 화약의 용량이나 성능 등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캐나다에서 총기 소지 및 구입 허가 라이선스를 취득하기 위한 필기 및 실기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총기들의 제원이나 사용법, 각종 규제 사항은 물론, 특히 수많은 종류의 실탄과 관련된 제반 사항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역시 22 구경 볼트 액션 소총을 가져온 웨인도 합세하고..

조정래의 태백산맥에서 등장하는 지리산 빨치산 같은 모습이다. 바로 나다. 영점 사격에서 자꾸 우탄이 심하게 나서 짜증이 났다.

150 발 정도 사격하며 영점을 맞춰 가는데, 가벼운 소구경 소총이면서 방아쇠가 부드럽지 않아 격발 시 좀 흔들리지 않는가 싶다. 날이 빨리 어두워져 내일 계속하기로 했다. 사격은 계속 집중을 해야 하는 스포츠다 보니 무지 피곤하다.

더욱이  5발~10발 사격 후 탄착점을 확인하러 계속 왕복해야 하다 보니.


Have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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